[전문가 진단] 노동개혁의 지향점은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것이다
[전문가 진단] 노동개혁의 지향점은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것이다
  • 권혁철 자유와시장연구소장
  • 승인 2023.01.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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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들. / 연합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들. / 연합

전(前) 정부의 반(反)시장적 정책 실험과 빚잔치로 벌인 선심성 퍼주기의 여파,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성장에 우선적인 관심을 쏟겠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나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아주 적확한 진단과 처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더라도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국제경쟁력을 평가하는 세계의 기관들이 하나같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약하고 낙후된 부문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직된 노동시장과 비정상적 노동운동이다.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여러 부문 가운데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꼴찌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으며, 이 부문에서의 낮은 경쟁력이 전체 국가경쟁력 향상의 발목을 잡아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보호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각종 규제들과, ‘파업공화국’이란 오명(汚名)을 받을 만큼 파업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일상사가 되다시피 해버렸다. 
빈번한 파업도 문제지만 파업의 내용은 더 큰 문제다. 파업이란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근로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는 임금이나 근로조건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회·정치적 쟁점을 들고나와 파업을 벌이는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불법적이다.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는 일은 다반사이며, 최고경영자를 사무실에 가두고 폭행하기도 하고, 파업 불참자에 대한 폭행, 재물손괴 등 온갖 불법행위가 자행된다.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운행 중인 비노조원 차량을 향해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아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득권 유지와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하면서 대표적인 단체로 노동조합을 언급했다. 현재 정부가 조사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여러 부정부패 불법 사례 가운데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는 노동조합이 법 위에 군림하는 기득권 세력이자 부정부패 집단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노총은 건설 현장에 소속 조합원들을 고용하라는 요구를 하고, 그것이 거절될 때는 건설 현장을 점거하거나 레미콘 타설을 중지시켜 공사를 방해하고 건설사를 굴복시킨다. 비노조원이 작업을 하면 온갖 협박과 욕설로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폭행을 가한다. 또, 현장에 상주하지도 않는 조합 간부들에게 월 수백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기업의 단체협약에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둬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의 ‘고용세습’도 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불만족스럽다며 불법파업도 불사하면서도 자신의 자식들을 그 회사에 특혜 취업시키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준다. 몇 년 전에는 노동조합이 돈을 받고 채용을 주도한 이른바 ‘채용장사’ ‘취업장사’가 드러나기도 했다.

1월 12일 건설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 연합
1월 12일 건설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 연합

정부가 할 일은 친노동도 친자본도 아닌 친시장

노동조합이 이처럼 법 위에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원인이 여럿 거론되고 있지만,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조합에 대한 관대함을 넘어 노조 편향적 혹은 노동 편향적인 정책을 펼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 힘을 보태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할 역할이 아니다. ‘친노동’ 아니면 ‘친자본’이라는 주장은 계급적,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낡디낡은 주장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 때는 ‘촛불혁명 동지’인 민주노총의 환심 사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할 일은 ‘친노동’도 ‘친자본’도 아닌 ‘친시장’이다. 그리고 친시장적 정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집행이다. 법과 원칙이 사라진 시장은 시장이라 할 수도 없다.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드러났듯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법 집행은 건전한 노동조합 및 노동 활동, 그리고 선진적인 노사문화를 이룩하는 데 있어 가장 유효한 핵심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언급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휘발유가 떨어진 주유소의 안내문 / 연합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휘발유가 떨어진 주유소의 안내문 / 연합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조장법

외국의 사례 역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만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노동운동을 잠재우고 노동개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1984년 영국에서 광산노조가 벌인 363일 간의 장기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일관함으로써 노조의 파워를 무력화시킨 대처 총리의 경우나, 1981년 미국 연방항공 소속 관제사 1만3000여 명이 전면 파업했을 때 48시간 내에 업무 복귀하지 않은 1만1500여 명을 집단 해고한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도 법과 원칙의 훌륭한 사례로 통한다. 2005년 12월 미국 뉴욕시 대중교통노조 파업이 있었을 때 뉴욕시 법원은 원천적인 불법파업이라면서 즉각 노조에 벌금을 부과했다. 25년 만에 벌인 파업에서 뉴욕 대중교통노조는 파업 3일 만에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해야만 할 일이다. 일각에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관대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졌던 이런 식의 사후 처리가 노동조합의 불법 폭력 행위를 조장해 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명 ‘노란봉투법’의 국회 처리에 노동조합이 사활을 걸다시피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것은 불법파업을 마음 놓고 해도 좋다는 면죄부를 주는 ‘불법파업조장법’이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정부와 기업은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빼앗기고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법과 원칙의 승리에는 정부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태도도 중요하다. 영국의 대처 총리가 노동개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들이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정부의 결정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런 지지가 없다면, 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하거나 중도에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례가 대처 총리 이전에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히스 총리이다. 히스 총리 역시 노동개혁을 추진했었지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자 결국은 후퇴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많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운동을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파업이 주로 대기업 위주의 ‘귀족 노조’와 ‘귀족 근로자들’만의 잔치라는 인식,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파업은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한 경제단체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50퍼센트를 넘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번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에 대해 정부가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이런 변화된 국민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을 위한 국민적 지지 기반도 이제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의 불법 폭력파업의 악순환을 끊고 건전한 노동운동을 하도록 하는 노동개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노동조합의 파업이나 불법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 기업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현재의 각종 규제를 철폐 내지 완화하는 일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엊그제인 1월 9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70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된 카젬 전 한국GM 사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터무니없는 규제가 존재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내 하도급이지만 실질적으로 불법 파견이 인정된다’는 것이 유죄 판결의 이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겨도 해고할 수 없고, 불법파업에도 대체근로를 사용할 수도 없다. 노동조합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 기업이 방어하고 대항할 방법이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노동개혁의 제도적 과제에는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만 포함되어 있다. 기업이 방어하고 대항할 수단인 대체근로 허용과 파견 대상의 확대 등은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미뤄놓았다. 

이렇게 되면 노동개혁은 반쪽짜리 개혁에 그칠 수 있다. 자신의 개혁이 성공을 거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처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성공의 비밀은 단 한 단어, ‘기업’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가정신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개혁의 지향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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