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중 군사 위협이 일본을 전쟁가능 국가로 만들어
[심층분석] 북·중 군사 위협이 일본을 전쟁가능 국가로 만들어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3.0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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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세계 3위 국방력 예상 

일본이 5년 내 방위비를 2배로 늘리기로 정책을 변경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GDP 대비 1%를 넘지 않는 선에서 방위예산을 책정했다. 오는 2027년에는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16일 기시다 일본 내각은 국가 안전보장전략 등 3대 개정 안보문서에 이러한 내용을 적시했다. 현 추세로 간다면 2027년 일본의 방위비 지출액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3위에 랭크된다. 2022년 일본의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0.96% 수준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향후 5년 안에 일본 방위비를 GDP 2%선까지 증액하라고 지시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향후 5년 안에 일본 방위비를 GDP 2%선까지 증액하라고 지시했다.

2022년 세계 국방비는 1위 미국 약 800억 달러(GDP 3.2%), 2위 중국 293억 달러(1.6%), 다음으로 인도, 영국, 러시아, 프랑스 순이다. 일본은 9위로 약 54억 달러, 한국은 10위로 50억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2%선, 현재의 두 배로 증액하는 것은 주변국, 특히 중국, 러시아, 북한의 안보 위협 때문이다. 미·중 패권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일본을 자극했다. 미국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동맹으로서 일본의 역할 증대를 미국은 꾸준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평화헌법을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은 일본의 태도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영해 가까운 곳에 떨어지면서 일본 홋카이도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2020년 9월 11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담화 발표를 통해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라며 탄도미사일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격력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2년 신년 시정방침연설에서 “이른바 ‘적기지 공격능력’을 비롯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보다 더 주목을 받는 것은 그 내용이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 문서에 따르면 일본은 향후 반격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국가안전보장전략 문건은 2013년 12월 아베 정부가 일본의 외교·방위정책의 기본방침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처음 제정했다. 개정문건에서 가장 핵심사항은 일본 본토가 공격받으면 그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반격’ 사항을 명시한 부분이다. 그에 따른 무기 확보도 구체적으로 반영했다. 미국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도입과 함께 자위대가 보유한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리는 개량 사업비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연구비, 공격형 무인기 조달 예산 등도 포함됐다.

이륙하는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 총 200대 중 70여대를 최신 전자장비로 업그레이드 한다 /. 항공자위대
이륙하는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 총 200대 중 70여대를 최신 전자장비로 업그레이드 한다 /. 항공자위대

적 기지 반격 능력 가지는 일본

그동안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공격용 무기 보유에 소극적이었다. 일본이 1981년부터 약 200대 도입했던 F15-J 전투기의 경우 미국 F15-C 계열로 공대공 전투 전용이었다. 반면에 한국이 2007년부터 도입한 F15-K의 경우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전투가 가능한 다목적 전투기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과 공대지 유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지만 일본의 F15-J 전투기는 불가능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도 최근 F15-J 전투기 개량사업에 나섰다. 예산 문제로 200대 중에 약 70대를 최신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하면서 F15-K처럼 ‘Multi-role fighter’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한국 해군 이지스함에는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았다. 과거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한 강력한 소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은 무장했어도 함대지 미사일은 탑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적 본토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탑재한다는 것이다. 그 미사일이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게 될 ‘토마호크’ 장거리 미사일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걸프전 당시 개전의 신호탄 역할을 했던 무기다. 페르시아만의 미 함대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은 1200km를 날아가 이라크 바그다드의 레이더기지, 군 지휘부를 정밀 타격했다. 그 토마호크 미사일을 일본은 500기 도입한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의 재무장은 김일성 때문이다. 6·25전쟁으로 일본은 미군의 군수기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고 할지라도 미소 냉전이라는 국제환경에서 일본의 최소한의 방위력은 미국에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일본 자위대다. 일본 자위대가 공세적으로 나서는 결정적 원인 제공도 북한이다. 2001년 북한 공작선이 일본 가고시마 인근 해상에서 일본 측에 발각되었다. 정선 명령을 어기고 도주하면서 북한 공작선은 일본 순시선을 향해 RPG-7 휴대용 로켓을 발사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 순시선은 북한 공작선에 발포해 격침했다. 일본이 무력으로 해상에서 제압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사건으로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사일 고속정 ‘하야부사’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능력이 향상되면서 요격 중심의 기존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작년 1월 5일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게 되자 기존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힘들게 되었다. 결국 일본은 해안가에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설치하는 ‘어쇼어 시스템’을 포기했다. 그 대안으로 함대지 미사일로 적기지를 타격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고도화는 일본이 반격 능력을 갖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패권 도전은 일본의 평화헌법체제조차 흔들고 있다. 아베 총리 재임 기간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있었던 이유다. 

패전 후 일본의 평화헌법은 대외적으로 무력 사용을 금지했다. 평화헌법 9조가 그 내용이다. 
일본의 헌법 9조에 의하면, ▲(1항) 국권의 발동으로서 전쟁을 포기하고 무력에 의한 위협과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영구히 방기한다. ▲ (2항) 이를 위해 육해공군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이러한 헌법 취지 하에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걸프전 참전 요구도 거부했다. 문제는 이제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반격을 통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 하는 법적 문제가 있다. 이에 일본은 주권국가로서 자위권 차원에서 해석한다. 주권국가는 기본적으로 자위적 차원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위적 무력 사용은 국제법에도 우선하는 것이 현실이다. 

1956년 2월 29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후나다 나카 방위성 장관은 “유도탄 공격 등에 의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한 유도탄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자위의 범위에 포함된다”라는 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미국은 일본의 공격무기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F35 스텔스 전투기, 상륙용 장갑차,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토마호크 미사일 등이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들이다. 일본 자위대의 체질적 변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일본 군사력은 강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일본 군사력 증강은 미국과 동아시아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일본이 500발 도입하기로 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 미 레이시온 社
일본이 500발 도입하기로 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 미 레이시온 社

현재의 일본은 자유진영의 일원

일본의 방위정책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또 있다. 매우 적극적인 군사외교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인도-태평양 안보지형에서 한국의 빈 공간을 일본이 메꾸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한 해 동안만해도 일본은 7개국과 군사지원 협정을 체결했다. 

2022년 1월 일본은 호주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했다. 일.호주는 이미 2010년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은 바 있는데 더 강화된 협정으로 업그레이든 한 것이다. 호주 공군기가 일본 내 미군기지에서 작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레 일.호주 군사동맹이 형성되는 것이다.  

2022년 4월에는 필리핀과, 12월에는 영국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었다. 일본이 타국에 군수지원을 하는 것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대테러전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해군함대에 해상자위대가 급유 지원을 하는 것이 시초였다. 2022년 6월 일본은 싱가포르와 국방상호작용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9월에는 이스라엘과 국방장비 및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1월에는 독일과 군사정보 공유와 국방 장비 및 기술 이전 및 군수 물류관련 협정을 맺었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은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한국내 좌파정권만이 아니라 우파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12월 말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유사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우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입장 차를 보였지만 필요할 경우 한·미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구태여 외교부에서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일본이 한국과 미국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해 무력 행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게 되면 그것은 북한·일본 당사자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전체, 더 나아가서는 인도태평양 자유진영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교와 군사 부문 만큼은 단순하게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 현재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일본이 아니다. 일본은 엄연한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미국의 최우선 맹방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안보지형이 유지되는 한 일본의 군사력은 대한민국에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 이 점을 외교와 안보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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