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2의 중동붐, 이미 시작되고 있다
[심층분석] 제2의 중동붐, 이미 시작되고 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2.22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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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 

윤석열 대통령의 이 말로 한바탕 정가가 소란했다. 이 때문에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시들해졌지만 지금 정부와 산업계는 곧 시작될 중동 특수에 대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은 7조5000억 원 규모, 총 48건의 양해각서(MOU)로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UAE 정부에 약속받은 37조 원가량의 투자금까지 더해지면 제2의 중동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금액은 지난해 한국의 해외투자 유치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정부는 지난 1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해 양국 장관급 경제협력 채널을 가동했다. 지난해 11월 만든 '한·사우디 경제협력 민관 추진위원회'도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로 확대해 ‘신(新) 중동 붐’을 조성하고 이번 경제외교 성과를 다른 중동 국가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가장 바쁜 곳은 국토교통부다.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40억~5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UAE) 가스전 20억 달러 수주가 당장 눈앞에 있다. 특이한 것은 중동의 이러한 건설 수주가 방산, IT, 에너지 수주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한국은 건설·방산·에너지·디지털까지 패키지로 해외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통해 우리의 강점을 결집해 전 산업을 함께 해외에 수출한다는 그림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6일 아부다비 에티하드타워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6일 아부다비 에티하드타워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UAE는 한국의 ‘안보경제’ 중동 허브

작년에 연간 최대 방산 수출액을 기록한 방산업계도 올해 연초부터 오일머니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는 2월 20~24일 닷새 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전시컨벤션센터(ADNEC)에서 열리는 ‘UAE 국제방위산업전(IDEX) 2023’에 참가, ‘한국관’을 운영한다. 올해 한국관 참가 업체는 총 29개사로서 작년 18개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우리 방산업체들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KF-21 전투기, FA-50 경공격기와 각종 유도무기 등 ‘K-방산’ 대표 아이템뿐만 아니라 전술차량, 화기류, 탄약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졌고, 특히 중동 지역에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방진회에서 이를 파악해 많은 업체들에 정보를 공유한 결과, 이번 전시회 참가 업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새해 첫 방산협력 결실이 UAE에서 이뤄짐으로써 우리 무기체계의 UAE 추가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UAE와 35억 달러(약 4조7000억 원) 규모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M-SAM2)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다.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펴낸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21년 중동의 국방비 지출은 약 1860억 달러로서 전 세계의 국방비 지출 중 8.8%를 차지했다. 또 2012~2016년 대비 2017~2021년 무기 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유럽(증가율 19%)과 중동(2.8%) 뿐이었다. 특히 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높은 10개국 중 6개국이 중동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만이 GDP의 7.3%를 국방비로 지출해 그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쿠웨이트(6.7%), 사우디아라비아(6.6%), 이스라엘(5.2%), 요르단(5.0%), 카타르(4.8%) 등의 순이었다.

한국전력도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발동을 걸었다. 한전은 지난 1월 31일 튀르키예 정부에 현지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예비제안서를 제출했다. 한전이 대한민국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해외 제2원전 수주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이 추진하는 튀르키예 북부 지역의 1400MW(메가와트) 규모의 차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 4기를 건설 프로젝트사업 규모는 2009년 수주에 성공한 UAE 바라카 원전 수주액(약 20조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제2의 중동붐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신냉전의 국제질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의 反이란 전선(Anti Iran alliance)은 흔히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UAE 등의 경제협력 및 안보협력에서 비롯된다.
미국이 중동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새로운 균형자 역할을 담당하며 중동내 번영과 평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중동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협력적 질서에 중국이나 러시아는 배제된다. 자연스럽게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이 이스라엘과 협력관계를 통해 중동에 건설, 안보, 에너지, 디지털의 새로운 교역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만큼 중동 진출에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2022년 1월 16일 UAE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한-UAE 정상 및 참석자들의 기념 촬영 모습. / 연합
2022년 1월 16일 UAE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한-UAE 정상 및 참석자들의 기념 촬영 모습. / 연합

중·러 배제되는 중동, 한국이 기회 얻어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손성현, 이지은 전문연구원 등이 펴낸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UAE-이스라엘 경제협력 강화 현황 및 시사점’ 제하의 보고서는 중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에너지안보와 기술협력의 전략을 의미 있게 밝히고 있다.보고서에 의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G7이 대러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가 불거졌다. 

한·중·일 3개국과 인도,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지로부터 LNG를 주로 수입하고 있어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국가를 통해 PNG를 주로 수입하는 유럽에 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고 있는데 대러시아 원유 수입 의존도 역시 약 29.7%에 달하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중동(사우디, UAE, 이라크, 쿠웨이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약 60% 수준에 달한다.

서방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규모 감축과 함께 2022년 사우디의 원유생산량이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는 점도 중요하다. 러시아산 원유의 대중국 및 대인도 수출 규모가 대폭 증가한 반면, 유럽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와 신규 에너지 공급협약을 체결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UAE, 카타르, 알제리, 이집트 등의 국가와 LNG 공급협약을 맺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대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에 따라 중동이 유럽의 에너지 공급처로 떠오를 경우 한국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므로, 대중동 에너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동지역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 증대, 수출 확대를 위해 인프라를 증축하고 있으며, 특히 천연가스 생산국(카타르, 알제리, 이집트 등)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한-중동 간 적극적인 투자 협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중동 내 유·가스전 개발 참여를 통해 지분 확보, 석유공동비축 협약 추진, 비축시설 용량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중동 내 액화시설 인프라 구축 및 LNG 선박 도입에 능동적으로 대비함과 함께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사이버보안 협력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여가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확대를 통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 추진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우리의 경우, UAE의 금융 및 투자 능력과 혁신성장 정책에 따른 사업 수요, 이스라엘의 기술력 및 혁신의 강점을 활용한 삼각 또는 다자 협력체제를 구축해 중동 국가간 관계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삼각협력이 가능한 분야와 기업 지원 방안 등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견 및 기업의 진출 수요 등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3자 또는 다자 협의체 구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강점이 있거나 기술협력이 필요하며, UAE와 이스라엘의 협력 수요도 있는 항공우주, 스마트 농업, 방산 및 보안, 바이오 및 보건의료 등이 유망 협력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특히 이스라엘과 UAE의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블루 및 그린 수소 공급망 관련 협력사업추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략이 설득력을 얻는다. 

UAE는 태양광 발전의 높은 효율성, 천연가스 및 원전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한 수소 생산 가능성 등에 강점이 있으며, 이스라엘도 리바이어던, 타마스 가스전을 바탕으로 블루 수소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국내 수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청정 수소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와 관련한 UAE와 이스라엘 간 수소 공급망 공동 구축사업 및 수소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우리 기업의 관련 사업에 대한 지분 투자 또는 EPC 형태의 진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16일(현지시간) UAE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만수르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16일(현지시간) UAE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만수르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특히 EAPC의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이를 개선한 수소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을 통해 이스라엘과 UAE의 수소 생산, 운반 및 저장 등의 사업에 참여해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의 수소 공급사업으로 협력을 확장하는 것도 협력 방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데 3국 모두 자국의 스타트업 육성 및 해외 진출에 대한 정책 지원 의사가 있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R&D 지원을 위한 3자 또는 다자 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자금조달의 어려움 해결과 사업 확대를 위한 시장 개척, UAE는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와 기술력 확보, 우리나라는 인수합병 또는 기업공개(IPO) 등의 투자회수(Exit) 및 성장기회 마련 등과 관련한 협력 수요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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