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역사적 상처는 기억하되 미래세대 위한 한일관계 돼야”
정진석, “역사적 상처는 기억하되 미래세대 위한 한일관계 돼야”
  • 인터뷰  강시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3.04.1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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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한일의원연맹 회장

미중 갈등과 북핵 위협 상황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의 협력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 번영의 토대라고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의 위안부 배상, 강제징용 대법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소부장’ 규제 등으로 대립해온 한일관계를 대승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3월 16일 한국 대통령이 12년만에 일본을 방문해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작년 4월 윤석열 당선인 일본특사단장으로, 9월 아베신조 전 총리 조문단 부단장으로, 올해 1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일한 의원연맹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국회의 일본통이다. 또한 6개월 동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3월 8일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출범하기까지 가장 바람직한 비대위원장을 역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정 의원으로부터 한일 문제에 대한 견해와 비대위원장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들어본다. 

비대위원장 성공적 임무 완수에 성원해준 당원에 감사

- 정진석 의원님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유례없이 대단히 성공적으로 마치셨다는 평가입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기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정권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여소야대의 덫에 빠져 있었고, 법원 가처분신청에 의해 당 비대위원회가 다시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습니다. 제 정치 인생 20년 중 가장 힘든 6개월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독배를 들었습니다. 제가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다행스럽게 당원들도 이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똘똘 뭉쳐주셨습니다. 42곳 사고당협을 정비하고 당무감사 채비를 갖추었습니다.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듯, 당의 권력은 당원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100% 당원투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고, 정당민주주의를 이뤘습니다. 

6개월간의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동안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밤이 많았습니다. 제가 대과 없이 비대위원장직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 당원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 덕분입니다.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강합니다. 정진석 의원님이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전체적으로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만, 그 누구도 다루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해법 관련 판결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그렇다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전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방치만 했습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무엇보다 북핵 위기, 글로벌 공급망 변화, 경제 위기 등으로 세계 정세가 엄중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냐는 것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되 이제는 미래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나아가야 합니다. 

- 지난 1월 도쿄에서 한일-일한 의원연맹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분위기와 성과, 특히 일본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한일관계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일본 측도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일본특사단장으로 일본을 방문해서 일본 정관계 지도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때 대한민국 조문단의 부단장으로 참석해 기시다 총리를 비롯해 일본의 정치지도자들과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 모든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내용은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 적극 노력하자’라는 것입니다. 

제가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일본 쪽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위안부 징용공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이 구분되는, 아픈 역사적 상처에 관한 문제다. 무역분쟁 다루듯이 마무리 지을 수는 없다. 일본 젊은이들을 친구로 생각하는 한국 청년들, BTS를 좋아하는 일본 젊은이들, 한일 미래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한일관계를 만들어 가자”입니다.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을 향한 구체적인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 한일간에 의원외교는 물론 민간교류 활성화를 통한 민간 공공외교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의원님도 같은 입장이신데 한일 민간외교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본 땅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모진 세월을 견뎠던 재일동포들이 계십니다. 한일 양국의 교류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재외동포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재일 민단은 1946년 개천절에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일본 전역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단체입니다. 한일 양국이 정치와 외교에서 많은 고비가 있을 때도, 늘 그것을 뛰어넘어 민단은 한일 교류와 협력을 이어왔습니다. 
한일관계의 향방은 재외동포 여러분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동포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한일간 민간교류에서 어떤 면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윤석열 정부도 민간외교,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앞으로 재외동포·단체 교류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및 차세대 동포교육, 문화홍보사업 등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민간외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 경제 발전에 대해 일본 일각에서는 경계심도 갖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부분에서 그런데 경제협력이 원만할 수 있겠는지요?

올해가 전후 70년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 때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1965년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안의 선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일본은 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두려워하고 견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면서 동북아시아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 손을 맞잡고 가야 할 상대입니다. 한일 양국 간에 얽히고설킨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일본에서는 납북 일본인 문제에 국민적인 관심이 높습니다. 일본은 이를 다루면서 북한인권의 심각성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또한 납북 일본인에 한국의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탈북 국군포로 3명을 초청했습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 포로로 잡혀 강제 노역을 하다 반세기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참전유공자 분들입니다. 
제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하야시 외무대신과 오찬을 하면서 ‘대통령 취임식에 국군포로가 초청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북한에 납치되어 있는 일본인들도 조속히 송환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야시 외무대신도 공감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납북어부 문제는 우리 역사속 가장 큰 상처 중 하나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일본의 납치(납북 피해) 문제, 우리의 납북자·억류자·이산가족 문제는 성격이 비슷한 만큼 긴밀히 협력하자”라는 의견을 피력한 만큼, 한일 양국 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10일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에서 인사말하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2023년 2월 10일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에서 인사말하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야당은 반일선동 정치공세 버리고 한일관계 정상화에 여당과 지혜 모아야

- 한일간 안보협력의 가능성과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한민국 대통령이 12년 만에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했습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그동안 양국 간에 꽉 막혀 있던 외교·안보·경제 분야를 뚫어내는 첫 출발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하고, 화이트 리스트(수출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완전히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무리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안보·경제·미래라는 대의를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 인해,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지난 정권에서 무너졌던 외교 안보를 정상화 시켰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전락했던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되었으며, 지금은 북한이 두려워할 정도로 실전과 같은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한미일간 안보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독도 문제는 한일간에 어떻게 푸는 것이 좋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통 큰 양보로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로웠던 한일관계에 겨우 훈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독도 문제가 불거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외교부는 곧장 일본 대사관에 항의하고, 왜곡된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시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이나 일제강점기 역사 인식에 대해 왜곡되고 무리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분명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1972년 창설되어 작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일 양국의 발전, 양국의 미래,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현안 해결을 위해 반세기 동안 국회의원들 간 의원외교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한일 양국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양국 관계가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외교·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를 위해 의원외교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 야당과 반일 시민단체의 반일선동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책은 있는지요?

한일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에 과거사 문제를 빼놓고 갈 수는 없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이 가까운 지금도 과거사 문제에 관해서는 반일 정서가 팽배해 있습니다. 

야당은 그런 면에서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그렇게 반발할 거였으면, 왜 문재인 정부에서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않았습니까. 제3자 대위변제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문희상 전 의장이 최초로 내놓았던 아이디어입니다. 그때는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야 비판하는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얼음장 같았던 한일관계를 더는 방치하지 말고, 과거 좋았던 시절로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야당도 극언과 막말로 반일선동 정치공세만 일삼지 말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여당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이제는 실사구시적인 관점에서 당당하게 극일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저는 일본과의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위해 과거사를 넘어서자, 그게 일본을 이기는 극일(克日)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극일(克日) 승일(勝日)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국익 관점에서 한일 문제를 바라보고, 한일 관계가 미래세대 중심으로 접어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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