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한일 민간교류의 성적표
[데이터로 보는 세상] 한일 민간교류의 성적표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4.1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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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많이 가고 한국에는 적게 온다 

한국과 일본은 매우 가까이 있는 나라이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공동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한일 간의 갈등은 역사 문제, 특히 일본의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1952년 임진왜란, 1910년 한일합방 등)에 대한 한국의 강한 반발과 관련이 깊다. 

한반도 일제 강점기(1910∼1945)의 피해에 대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1998년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한일 간의 갈등이 마무리된 듯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여 오부치 총리와 한 선언으로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 고통을 안겨준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을 가지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2018년 강제징용된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으로 한국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합의를 깨고 일본 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했고,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과 위배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일 간의 정치적인 갈등은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실시했고, 한국은 이의 부당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런 껄끄러운 관계 등으로 소원해졌던 두 나라 간의 관계가 지난 3월 16일 두 정상 간의 12년만의 만남으로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기 시작했다. 이 회담의 주요 합의 내용은 <표 1>과 같다. 

2018년 한국인 750만명 일본 방문      

3·16 정상회담으로 한일 간의 어려웠던 문제들이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일부 세력은 한국이 너무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가지고 있으나, 일단 한국이 선도적으로 엉킨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정치적인 타협보다는 두 나라의 민간인들 간에 친밀한 교류가 우선되어야 하고, 민간교류는 긍극적으로 두 나라 간에 진정한 정치적인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지정학적인 상황은 군사적으로, 그리고 과학기술 발전의 동력 관계로 볼 때 한미일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미 간에, 그리고 미일 간에는 이미 끈끈한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한일 간의 협력관계 발전은 한미일 간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것이다. 과거 한일 간의 인적교류 자료를 살펴보자. 

<표 2>에 보면 2015년 이후 일본인의 한국 방문과 한국인의 일본 방문 명수가 나타나 있다. 2015∼2022년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1,341.1만 명으로, 연평균 167.6만 명이고,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2,584.6만 명으로, 연평균 323.1만 명이다. 

일본은 한국의 세계 4위 교역국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일본인의 한국 방문보다 약 1.9배 많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방문수를 기록한 것은 일본인의 한국 방문으로는 2019년의 327.2만 명이고, 한국인의 일본 방문으로는 2018년의 753.9만 명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인 2020∼2022년에는 양국 방문은 모두 매우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2022년에는 증가폭이 매우 커서 올해는 2018∼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리라고 예상된다.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 관계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즉, 경제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2015년 이후 한일 간 교역 통계를 <표 3>에서 살펴보자. 무역수지는 전반적으로 매년 230억 달러 정도 적자이고, 지난 8년간 1845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총교역액은 2019년과 2020년에 약간 줄었다가 2021년과 2022년에 다시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일본은 홍콩 제외 시 우리나라에는 수출은 4위국, 수입은 3위국으로, 총교역액은 중국, 미국에 이어 제3위 교역대상국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수출 4위, 수입 5위국으로, 중국, 미국, 대만에 이어 제4위의 교역대상국이다. 그만큼 두 나라 간에 교역량이 매우 크다. 지난 8년간 수출액 평균은 276.8억 달러이고, 수입액 평균은 507.5억 달러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1.8배 많다. 

외국의 전체 對韓 투자 중 일본이 2위

 두 나라 간의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표 5>와 같다. 투자는 2015∼2021년 일본의 대한투자가 93.3억 달러이고, 한국의 대일투자가 78.5억 달러로 대한투자가 대일투자보다 1.2배 정도 많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의하면 2021년 12월까지 누계기준(1962-2022.3) 외국의 전체 대한투자 중 일본은 2위이며, 누계기준(1968-2021.3) 한국의 전체 해외투자 중 일본은 13위이다. 즉, 일본은 대한투자국 중 2위로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한국의 해외 투자에서 일본은 13위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인적교류 현황, 교역 현황, 투자 현황 등을 통계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두 나라 간의 관계를 호전시키는 데는 인적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일본인의 한국 방문 수는 327.2만 명, 한국인의 일본 방문 수는 558.6만 명이었으나, 코로나 기간인 2020∼2021년에는 매우 저조하다가, 2022년에는 다시 많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한일 통계학자들 공동연구 교류 증진

올해는 2019년 수준의 방문 수의 70∼80% 수준을 회복하고, 내년에는 2019년 수준까지 올라가리라 예상된다. 이렇게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두 나라 간의 갈등 요소가 많이 해소되고, 협력 파트나 관계가 많이 회복되리라 예상된다.

한일 간의 인적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통계학이 학문으로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은 1982년 7월 1차 한일공동통계학술회의가 일본의 오카야마대학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한국에서는 이재창 고려대 교수와 본인이 주축 멤버로 참여했고, 일본에서는 오카야마대학의 와키모트 교수와 다나카 교수가 주축 멤버로 참여하여 시작된 것이다. 

일본이 통계학에서 한국보다 발전되어 있었으므로 우리는 일본에서 배울 것이 있고, 일본은 한국에 있는 통계학자들 중에 미국에서 첨단 통계학을 공부한 학자들이 있어 상호 교류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1차 회의에 한국에서는 30여명, 일본에서는 50여명이 참석해 2일간 회의를 하고, 3일째에는 같이 관광을 하면서 상호 교류를 진전시켰다.

그 후 꾸준히 80년대에는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 가며 매년 이 회의가 개최되었고, 90년대에는 조금 간헐적으로 일본의 규슈대학(1990. 7. 13.), 오카야마대학(1994. 10. 5.), 한국의 제주대학교(1997. 12. 5~6.), 일본의 벳푸(2000. 12. 4-5.)에서 열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이 회의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통계학자들 간에는 끈끈한 우정이 싹트고, 공동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개인적으로 상호 방문하는 많은 케이스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필자도 1984년 1∼2월 일본 오카야마대학을 방문해 연구했고, 1990년 6∼9월에는 일본 통계수리연구소의 방문연구교수로 일본에 3개월 정도 머무른 적이 있었다. 지금도 한국과 일본의 통계학자들 간에는 많은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한일공동통계학술회의가 큰 매개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교류가 다른 학회들에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기업에서, 대학에서, 그리고 기타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인적 교류는 한일 간의 우호적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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