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글로벌 한국 전진기지, 재외동포청
[이슈] 글로벌 한국 전진기지, 재외동포청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4.17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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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이 6월 출범한다. 출입국부터 세무까지 24시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외동포청 설립은 전 세계 19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732만(남한 인구의 14%) 한국 재외동포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재외동포들이 각자의 거주국에서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개발하고 한인 정치인 양성, 공공외교를 통한 현지인과의 유대 강화도 재외동포청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 유치를 두고 지자체들 간의 경쟁도 뜨겁다. 인천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등 광역자치단체에 충남 천안과 경기 안산 등 기초자치단체들까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인천시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1902년 제물포항을 통해 121명이 하와이로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이민이 시작된 상징성도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유럽 한인총연합회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협회, 하와이 재미교포단체 등이 유치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재외동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인천”이라고 주장한다.

광주광역시는 ‘친동포’ 정책을 내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고려인마을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 고려인 동포 귀환 운동을 벌여 900여 명의 고려인동포 국내 귀환을 돕고 국내 정착 지원에도 앞장섰다. 최근 외교부에 동포청 유치를 희망하는 의향서를 전달한 광주광역시는 “포용도시이자 민주·인권도시인 광주는 동포 정착과 지원에 필요한 풍부한 인프라와 국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거의 없는 광주에 정부 기관이 유치되면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포 등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안산시도 뒤처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풍부한 외국인 지원 기관과 커뮤니티 등을 명분으로 유치전에 가세했다. 천안시도 독립기념관이 자리한 역사성 등을 내세워 유치 경쟁에 합류했다.

이처럼 재외동포청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뜨거운 반면 일각에서는 재외동포청의 기능과 역할에 의문을 갖는 여론도 있다. 과거 혈통중심의 민족주의 개념의 동포정책이 시대의 흐름과 맞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민청 설립이 한때 논의되었던 이슈와 관련이 있다.물론 재외동포청 설립은 재외동포 사회의 숙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공약에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재외동포청 신설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복병이 등장했다. 

재외동포청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
재외동포청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

무엇을 위한 재외동포청인가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취임식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들고나왔던 것. 이 때문에 재외동포 사회는 충격이 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은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인데, 재외동포청은 해외에 거주하는 250만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들을 포함해 750만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며, 후자인 이민청은 국내로 들어온 이민자, 즉 다문화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재외동포청 신설의 당위성이 ‘재외동포청이냐 이민청이냐’로 한때 옮겨붙었다. 그러한 상황은 지난해 8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재외동포포럼   (이사장 조롱제) 주최로 재외동포 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재외동포청과 이민청 설립 정책토론회’의 열기가 보여줬다. 오전 10시 시작된 토론회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가량 이어졌던 것. 당시 토론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발제자로 나선 윤인진 교수는 ‘전환기의 이민정책과 이민청 설립 방안’이란 주제발표에서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국민 공감을 못얻는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며 “(재외동포청 설립에 있어) 시민단체와 언론 등 영향력 있는 집단과 인플루언서를 통해 국민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재외동포청 설립 등 그간의 선행연구에 있어 “제도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국민여론이 빠져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노동인력 부족, 이주민 문제 등이 더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에 재외동포청보다 이민청의 수요가 더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을 이끌고 있는 김성곤 이사장은 “이민청 산하로 갈 바에는 재외동포재단으로 남아 설립 이래 지난 25년간 이어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민청이 재외동포정책을 다루는 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재외동포들이 재외동포청에 거는 기대 가운데는 본국과의 연계를 통한 경제적 확장과 기여가 가장 크다는 평가다. 이른바 한상(韓商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한민족 혈통의 경제인을 의미하는 한상은 전 세계 산업과 무역 분야에서 뿌리를 내렸다. 특히 ‘금융한상’은 뉴욕 월가에서 맹활약 중이다. 금융한상이 유대인만큼 성장한다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금융위기 때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일동포들의 외화 송금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한상 네크워크 강화를 위한 ‘세계한상대회’는 재외동포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올해 21회를 맞는다. 재외동포청도 이 사업을 승계해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인천시가 재외동포청 유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천시가 재외동포청 유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노동력 부족의 심각성을 들어 이민정책의 시급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재외동포청이 동포들의 국내 일자리와 이민 문제에 역점을 둬야 함을 강조한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은 214만 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1%에 해당한다. 이들 외국인은 다문화 가정, 외국인 주민, 외국인 근로자, 재외동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8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9보다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민청 설립 논의는 16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진전되지 못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19년 청 단위 조직으로 개편하여 이민자 관리 및 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외동포청이 이민청의 업무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미국 민족이나 캐나다 민족이 없기 때문에 타 국가의 다양한 민족을 이민자로 받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나 중국과 같은 오랜 민족의식을 갖고 있고, 전체 인구에 비해 재외 동포 인적 자원이 많은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이민자로 같은 민족을 받아 들인다. 이스라엘의 경우 알리야통합부(Ministry of Aliyah and Integration)가 이민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민 자격은 ‘Oleh’ 즉 부모가 유대인으로 해외에서 태어난 유대인에 한 해서 이민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재외동포청을 어느 지자체가 유치하느냐의 문제보다 재외동포청이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의 업무를 통합해 732만 명의 재외 한인을 기본 인적자원 풀(POOL)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해외 우수인력을 영주권자로 받아들이기 위해 재외동포청을 한인이민청이라고 바꾸자는 제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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