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73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 한국경제 부흥 이끌까
[심층분석] 73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 한국경제 부흥 이끌까
  • 김민정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4.17 0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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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는 동아시아만이 아니라 8세기경 지구촌에서 대단히 부유한 국가에 속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아랍의 문헌에 등장하는 AL SILA는 금과 보석이 넘쳐나는 국가였다. 그러한 통일신라에는 해상 무역왕으로 꼽히는 장보고가 있었다. 그는 국가 조직과는 별개의 독립 무역 조직을 이끌고 신라, 당, 일본 3국에서 해상무역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당과 일본에서 활약하던 재당 신라인과 재일 신라상인들이다. 재외 신라 상인들이 있었기에 3국의 특산물을 사고파는 중개 무역이 가능했다. 장보고가 당시 이슬람 상인들이 당나라에 갖고 들어온 서역 물품을 신라와 일본에까지 들여오는 등 단순한 무역 활동을 넘어 새로운 문물 전파 역할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재외 신라상인들의 활약 덕분이다.

13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장보고를 비롯한 재외 신라상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재외 기업인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180여 개 나라에 730여만 명에 이르는 해외동포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의 나라에는 현지에서 거주하며 비즈니스를 하는 일명 ‘한상(韓商)’들이 있다. 

2021년 외교부의 자료에 따르면 재외동포들을 거주지 지역별로 나누면 동북아시아 43.3%, 북미 39.2%, 유럽 9.2%, 남아시아태평양(오세아니아) 6.7%, 중남미 1.2%, 중동 0.3%, 아프리카 0.1%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지역에 재외동포의 82.5%가 거주하고 있다. 

18차 세계 한상대회 개회식 모습 / 재외동포재단
18차 세계 한상대회 개회식 모습 / 재외동포재단

떠오르는 한상네트워크

또 재외동포들을 거주 자격별로 나눠보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재외국민이 34.3%이고 외국국적동포가 65.7%이다. 지역별 재외동포 가운데 현지 시민권을 갖고 있는 재외동포 비율은 동북아시아 지역이 78.2%, 미국이 58.2%를 보여 동북아시아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의 현지 동화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가별로 재외동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총 263만3777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그 다음은 중국이 235만422명, 일본이 81만8865명 그리고 캐나다가 23만7364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전 세계 193개국 가운데 한인이 1명이라도 살고 있는 나라는 180개국이다.

이러한 재외동포들은 한상(韓商)이라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한상은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재외동포를 일컫는다. 국적에 관계 없이 한민족 혈통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영인으로까지 한상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세계한상대회 리딩CEO포럼은 다음달 2일 개최된다. 

리딩CEO는 자본금 300만 달러 이상, 연 매출 3000만 달러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상 네트워크다. 17개국 회원 63명이 가입돼 있다. 장대환 회장은 2002년 리딩CEO 설립을 제안·주도했으며, 20년간 리딩CEO 좌장을 맡고 있다. 공동의장은 장 회장과 정영수 CJ 글로벌 경영고문, 조병태 소네트그룹 회장이다.

주요 회원은 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 고석화 뱅크오브호프 회장,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송창근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고상구 K&K트레이딩 회장, 김우재 무궁화유통 회장, 문대동 삼문그룹 회장,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 심상만 코텍오토모티브 회장,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최윤 오케이금융그룹 회장, 하용화 솔로몬보험그룹 회장, 김점배 알카오스트레이딩 회장, 곽정환 코웰그룹 회장,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 등이다. 리딩CEO포럼은 한상대회 운영위원회 자문과 한국 경제 운용에 대한 조언, 차세대 한상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한상네트워크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1991년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총리가 주도해 설립한 ‘세계화상총회’의 성공적 개최에서 비롯되었다. 재외동포재단은 세계한인무역협회와 미주한인상공인단체총연합회 등의 경제단체에 후원해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네 차례의 ‘해외한민족경제공동체대회’를 지원했다.

그간 세계한상대회는 한상 네트워킹 확대와 더불어 경제적 효과를 냈다.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1회 대회부터 지난해까지 기업 전시회 등 비즈니스 상담 실적은 35억 달러가 넘는다. 2006년 5회 대회부터 집계를 시작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의 경우 생산 유발이 4531억 원, 고용효과는 6242명으로 집계됐다.

한상네트워크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효과적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한상은 현지에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기업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트렌드와 유통망 등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해외 진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둘째, 해외 진출을 연결해주는 현지 민간 에이전시와는 달리 한상들은 현지에서의 CEO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같은 CEO 시각에서 구미에 맞는 정보를 쏙쏙 뽑아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셋째, 해외 비즈니스는 양국 정서를 상호 제대로 파악할 때 실패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한상은 한국 중소기업의 문화적·비즈니스적 정서도 잘 알고 있으며, 현지 고유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으므로 현지시장 연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게다가 비용부담 없이 언어 장벽도 해소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마지막으로 한상 간의 네트워킹이 체계적으로 폭넓게 구축돼 있어 수출 성사 가능성이 높은 진성 바이어나 현지 데이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재외동포재단의 한상넷이 정부주도형 한상네트워크라면, 세계한인무역협회인 ‘월드옥타(World-OKTA)’는 민간 조직으로 운영되는 한상네트워크다. 1981년 재외 경제인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단체로, 창립 당시에는 16개국 102명의 재외 기업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후 전 세계 73개국 148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6900여 명의 재외 기업인들이 정회원으로 참여하며 국내 최대의 민간 재외동포 경제단체로 성장했다. 

국내 중소기업과 한상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월드옥타 人사이트(www.oktanet)를 통해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세계대표자대회, 수출 마케팅 지원 사업, 차세대 글로벌 창업 무역스쿨 등의 주요 사업과 148개 해외 네트워크 지회 정보, 비즈니스 오퍼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여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를 주무르는 화교 자본, 우리는?

이러한 재외동포들의 한상네트워크는 물론 화교네트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에는 부유한 화교(타국에서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화인(중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해외 거주 중국인 후예) 출신 젊은이가 많다. 화교·화인들은 뿌리를 잊지 않게 자식을 중국으로 유학 보낸다. 

화교·화인들은 중국 경제의 큰손 노릇을 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선진국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면서 잠시 주춤했던 화교 자본의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비중이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 룽덩가오 칭화대 화상연구센터 교수에 따르면 한때 34%까지 떨어졌던 화교 자본의 비중은 현재 60% 가까이 올라 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화교의 수는 약 6000만 명이다. 중국 국무원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화교 자산은 최소 2조5000억 달러(약 2880조 원)에 이른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육·해상을 아우르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연결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이런 중대한 국가사업을 이어주는 주요 통로에도 화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화교 네트워크는 2017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2회 세계화교화인공상대회에 참석해 대표들을 접견하고 세계 화교들의 중국 투자와 인재 진출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본격화됐다. 

정부는 공정관리와 서비스업의 촉진을 강조하는 팡관푸(放管服 : 행정 간소화와 권한 이양) 개혁에 화교의 자금·기술·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화교와 화인들은 다른 나라의 재외 동포와는 다른 그들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민족적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결속력이 강하다. 혈통주의를 중시하는 중국의 유교 문화에 특유의 관시(관계) 문화가 결합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화상대회’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대회는 1991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화인 기업들은 이 대회를 통해 활발히 교류한다. 중국 고위층들도 이 대회에 참여하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2004년부터 중국의 법조문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인민대표대회에도 화교를 반드시 포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단지 경제 네트워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외교포들의 경제력이 커지면 그 나라에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키우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일간지인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유대계 인구는 64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전체 인구의 2.1%에 불과하지만 미국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10배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유대계 미국인의 영향력은 그들의 로비의 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사실상 ‘유대인총회’라고 불린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노리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어김없이 개막식과 폐막식 연설에서 미국의 대 중동정책에 대해 발표하고는 한다.

유대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 내 유력한 정치인들을 불러 친이스라엘 정책을 표명하도록 압력을 넣어 사실상 충성 서약을 받는 셈이다.

유대계는 정치, 금융, 법조, 학계, 언론 등 미국 사회 각 분야에 거미줄처럼 퍼져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 유대계 출신 지도급 인사들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미국 고위 공직의 15%를 유대계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의 배너티 페어가 선정한 미국의 파워 엘리트 100명 중 51명이 유대계일 정도다. 

국가별 제외 국민 현황
국가별 제외 국민 현황

미국 정가를 움직이는 유대인공동체

미국 50대 기업 중 17개 기업을 유대계가 세웠거나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뉴욕과 워싱턴의 유명 로펌(법률회사) 변호사의 40%가 유대계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의 경제력과 법률적 영향력이 미국을 이끌고 있으며 이들의 자금력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곧바로 연결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대계가 미국에서 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유대계가 미국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이렇듯 강력한 배경에는 이스라엘 본국의 동포 정책도 크게 작용한다.

이스라엘 독립 후 국가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는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돌아와 살 수 있는 고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1950년 귀환법(Law of Return)에 근거하여 전 세계 모든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돌아와 정착할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이스라엘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기존 시민들과 동등한 권리와 이익이 보장되어 있다.

홀로코스트 직후 적국에 둘러싸인 신생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수립은 전 세계 유대인들의 지위에 있어 큰 변화를 의미했다. 독립 선언 이후 68만7000명의 유대인들이 대규모로 이스라엘로 들어왔으며, 1951년까지 귀환한 유대인의 수는 1948년의 이스라엘 인구를 두 배로 증가 시켰다. 

미국에는 해외의 유대인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189개의 연방 기구와 450여 개 이상의 독립적인 United Jewish Appeal(UJA)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기구인 UJA이 이스라엘을 위한 유대인 기구(JAFI)를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UIA는 UJA와 미국에서의 연방 캠페인들이 모은 기금의 수령자이며 이 기금은 JAFI에 의해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위해 쓰인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의 이스라엘을 위한 기금 조성 기구인 Keren Hayesod-United Israel Appeal은 5대륙 47개국에서 기금 모금을 위해 90개의 캠페인을 수행한다.

JAFI는 1948년 이후 250만 명의 새로운 이민자들을 이스라엘로 데려왔으며, 지난 7년간 구 소연방으로부터 약 60만 명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정착하도록 도왔다. 60년 동안 40만 명의 이민자들과 불우한 어린이들이 연수와 교육의 혜택을 JAFI로부터 받았다.

또한 JAFI가 운영하는 협력 2000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라엘의 27개 지역이 100개가 넘는 세계 유대인 공동체와 연계되어 있다. 매년 2만 명의 전 세계 유대인 청소년들이 이스라엘 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JAFI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수난 받고 있는 유대인들의 구조와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정착, 유대 교육과 복지의 강화와 이스라엘 사회의 단일성 강화에 있다. 이스라엘 유대인과 디아스포라 사이의 근본적인 연결고리로서 이스라엘 사회의 단일성이 위협을 받을 때마다 JAFI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유대인의 통일이 바로 유대인 기구가 풀어야 될 핵심 문제이며, 종교적 차이, 관용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유대인 기구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이다. JAFI의 이스라엘 경험 프로그램은 외국의 젊은이들과 이스라엘 사람들 모두가 혜택을 받으며, 이스라엘과 유대인 역사, 전통 교육 그리고 세계 유대인 공동체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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