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우주에 달렸다
[심층분석]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우주에 달렸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3.05.1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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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부터 바이오 시밀러, 자동차까지 현재 우리나라 성장동력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는 아직 뚜렷하게 찾은 게 없다. 해외 사례로 보자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에 잘 어울리는 산업 중 하나가 우주산업이다. 
한국의 우주개발은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은 커녕 중동 산유국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른 나라를 단번에 앞지르는 방법은 단 하나, 우주산업 선진국의 관련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해 기술과 경험을 최대한 빨리 습득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형 NASA 우주항공청 설립을 포함하는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형 NASA 우주항공청 설립을 포함하는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합

이노스페이스, 내년 개발 예정인 로켓에 쓸 1단 로켓 시험발사 성공

3월 19일(현지 시각)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한국 벤처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우주 발사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구 저궤도 안착 성공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한국의 스페이스X’ 운운하며 들떴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미 우주 업계의 ‘삼성전자’로 우리 기업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2002년 3월 설립한 스페이스X는 현재 세계 최대·최고의 우주기업이다. 2019년 5월 美 CNBC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2018년 매출은 약 20억 달러(약 2조6140억 원)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를 비롯해 미 공군, 국가정찰처(NRO) 등의 의뢰를 받아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해주고, 저궤도 초소형 통신위성 군집(群集)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스페이스X의 매출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그런데도 스페이스X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다. 전기차의 대명사 ‘테슬라 모터스’를 일찌감치 공개한 것과는 다른 태도다. 기대하는 기업 가치와 수익의 수준이 테슬라 모터스와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페이스X가 우리나라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6년이지만 첫 우주 발사체 시험 발사는 2006년부터다. 이전에 이미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계약을 통해 우주 발사체 연구를 시작했고 NASA 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운송하는 26억 달러(약 3조4000억 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스페이스X는 2006년부터 세 차례의 실패를 거친 뒤 2008년 우주 발사체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5년 12월에는 ‘재활용 로켓’ 시험에 성공했다. 이듬해 4월에는 우주 발사체를 해상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스페이스X는 미정부 계약을 따내며 꾸준히 성장했다. 

스페이스X가 NASA와 NRO, 미 공군 등의 계약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재사용 로켓’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주 발사체는 1회용이다. 그 때문에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보통 수천만~수억 달러가 들었다. 하지만 우주 발사체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1년 1월 기준으로 스페이스X는 한 번 발사한 로켓의 부품을 80% 이상 재활용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물체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은 곧 우주개발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짐을 의미한다. 21세기 초까지 우주 발사체를 쏠 수 있는 곳은 미국, 러시아, EU, 일본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민간기업도 우주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발사·회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스페이스X의 사업 성과에 용기를 얻은 각국은 우주 발사체 제조업체를 설립했다. 유럽우주국(ESA)과 관련이 있는 아리안 스페이스,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합작해 만든 ULA,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 버진 그룹 계열의 버진 갤럭틱·버진 오비트, 40년 전부터 미군 등에 우주 발사체와 미사일 추진체를 공급했던 오비탈 사이언스 등 대기업도 최근 들어 유명해졌다. 이밖에 로켓랩, 릴레티비티 스페이스, 아스트라 스페이스 같은 벤처 기업들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ULA와 아리안 스페이스는 주로 중대형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준다.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버진 오비트는 유인 우주비행 시험을 하며 우주여행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로켓랩과 릴레티비티 스페이스, 아스트라 스페이스는 소형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주 공간에서 효율이 높은 전자기(EM) 이온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로켓랩·릴레티비티 스페이스·아스트라 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 재활용을 전제로 금속 3D 프린터나 탄소섬유로 만든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발사 경험도 갖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런 여러 기업을 합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주고,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여행을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더해 2030년을 전후로 화성에 우주선을 보낼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노스페이스가 이런 단계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이노스페이스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브라질에서 발사한 우주 발사체 ‘한빛 TLV’는 그들의 첫 개발품이다. 첫 개발품이 탑재물을 지구 궤도에 올린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노스페이스의 성공을 축하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1일 이노스페이스 측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종호 장관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이라는 점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우리나라 우주산업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과기정통부는 공공위성을 통한 민간 수요 창출, 민간 전용 발사장 및 관련 인프라 구축, 민간 발사허가제도 마련 등 종합적인 정책을 강구해 민간 발사 서비스 상용화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이노스페이스의 한빛 LTV 발사 성공을 정부와 대부분 언론이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현재 수준은 앞서 언급한 미국 우주발사체 벤처기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노스페이스 측은 한빛 LTV를 1단 로켓으로 쓰는 ‘한빛 나노’ 로켓을 2024년 개발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과 2026년에는 그보다 큰 ‘한빛 마이크로’와 ‘한빛 미니’ 로켓을 개발해 상용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해외 우주 발사체 벤처기업 가운데는 이미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일부 벤처기업은 우주 발사체 상용 서비스에 앞서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EM 이온 엔진 판매 실적을 갖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현재 세계 최대 최고의 우주기업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현재 세계 최대 최고의 우주기업이다.

국내 우주발사체 기업들 이제 걸음마, 재사용 로켓 개발은 요원

반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벤처기업인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우나스텔라 정도가 눈에 띄는 우주 발사체 업체다. 이들 모두 재사용 로켓 개발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지난해 4월 정부의 ‘재사용 로켓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한 것 정도만 눈에 띈다.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지 못하면 아무리 소형 로켓을 사용해도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냉전 시절 우주개발은 초강대국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 우주개발은 기업 영역으로 내려왔다. 다르게 말하면 세계의 많은 기술 기업이 앞으로 스페이스X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우주산업은 과거 IT 혁명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 받는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방안은 1990년대 말 중국이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을 따라잡기 위해서 세웠던 전략에서 배울 수 있다. 바로 ‘징검다리 기술개발’ 전략이다. 

중국이 서방 진영을 따라잡기 위해 처음 손을 댄 산업 분야는 ICT였다. 다른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므로 우선 신흥 산업인 ICT에 총력전으로 기술개발을 해 돈을 벌어들인 다음 다른 산업 기술도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ICT 가운데서도 이동통신과 광대역 인터넷망 구축, SW산업에 집중했다. 이미 저물어 가는 유선전화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이동통신과 IT 혁명에 따라 그 용도가 더 커지고 다양해질 인터넷 통신망부터 키운다는 전략이었다. 현재 중국 경제 규모와 기술 발전을 보면 이 전략적 선택은 옳았다. 

한국이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을 따라 잡으려 하지 말고 미국의 최첨단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방법은 하나, 인수·합병이다. 미국에는 앞서 설명한 로켓랩, 릴레티비티 스페이스, 아스트라 스페이스 같은 벤처기업이 많다. 스타트업 기업도 적지 않다. 나스닥에 상장한 우주발사체 기업 가운데는 시가총액이 몇억 달러 미만인 경우도 꽤 있다. 
이들은 심우주 항행 때 필요한 이온엔진, 전자기열 엔진, 재사용 발사체, 대기권 재돌입체, 초소형 위성 군집(群集)을 활용한 전자광학 관측,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활용한 지구관측, 우주공간 이동용 소형 로켓 등 과거 민간 기업이 갖기 어려웠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산업에서 최첨단 기술을 개발·보유한 기업들의 자본 규모가 작은 이유는 바로 금융계의 리스크 관리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본시장을 통해 주주가 기업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보니 투입 자본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 즉 1974년 12월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 이사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현재 공산당 독재체제인 중국, 그리고 재벌기업이 있고, 정부가 기업을 소유한 한국뿐이다. 그 한국에는 지금 우주산업에 뛰어들려는 한화그룹,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같은 대기업이 있다. 한국 기업이 우주산업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그다음 필요한 것은 반도체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과 소재·화학기업이다. 유인 우주비행까지 추진하면 의료, 헬스케어, 바이오 기업들이다.

이 분야 국내 기업이 어떤 수준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만약 지금처럼 정부 부처가 각자 다른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경쟁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따라 합심해서 힘을 모은다면, 한국 우주산업을 제2의 반도체, 제2의 조선으로 키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우주 발사체 크기 비교. 일론 머스크의 STAR SHIP이 가장 크다.
우주 발사체 크기 비교. 일론 머스크의 STAR SHIP이 가장 크다.

냉전 시절 초강대국들 전유물 우주기술, 기술 발전으로 민간 분야 확대

중국의 ‘징검다리 기술개발’ 전략을 참고한다면 우리나라에 필요한 우주 관련 기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에 널리 사용할 기술이다. 그 미래를 2030년 이후라고 보면,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1회용 화학연료 로켓보다는 전자기 추진엔진, 재사용 로켓, 신소재로 만든 로켓 부품, 우주 항법에 필요한 탐지기와 관측 장비, 생명 유지 및 자원 재순환 장치, 스마트 농업시설, 자원 추출 기술, 원자력 기술 등이 필요하다. 

관련 기술을 가졌고, 이미 제품을 생산 중이거나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면서도 시가총액 또는 자본금이 적은 기업을 미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기업을 우리나라 기업이 단순하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연구개발 센터로 활용하고, 제품 시험도 미국에서 할 수 있게 만든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미국의 ‘메이드 인 USA’ 정책에서도 한 걸음 빗겨 나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우주기술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 정부 부처나 정부 출연기관, 대기업 등이 합병 대상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우주기술 업체는 과거 IT 분야보다 더 특수한 문화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가 미국의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고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면, 이는 미국 입장에서 좋은 일이므로 현재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두 번째 단계, 즉 화성 탐사와 그 이후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우주기술이 다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발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 우주산업과 연관이 있는 모든 정부 기관을 총괄한다는 구상이다. 이 우주항공청이 제구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부 주도 방식과 다르게 우주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기술 개발은 정부 출연기관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20세기 식 ‘독자개발’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것이 우주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이제는 독자 개발을 통한 기술 보유가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편”이라며 “독자 개발에 목을 맬 게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한 기술은 그냥 도입하고, 해외에서도 미래를 위해 개발 중인 기술에 우리 또한 달려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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