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승만 기념관 건립, 4·19 유공자들도 찬성
[심층분석] 이승만 기념관 건립, 4·19 유공자들도 찬성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3.06.23 0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좌파 매체들은 경남 창원 지역 시민단체와 4·19 관련 단체들의 “독재자 기념관은 안 된다”는 주장을 앞세워 기념관 건립 반대 여론을 조성 중이다. 그러나 일부 4·19 유공자는 “이승만 대통령의 공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며 기념관 건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 내년도 반영”

지난 3월 26일 국가보훈처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정부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과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해 백선엽 장군은 물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공적을 재평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보훈처 관계자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기리는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현실”이라며 “최근 대상 부지 선정 등 사전 조사 작업에 착수했고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민식 보훈처장도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1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그에 대한 평가는 ‘공칠과삼(攻七過三)’이 아니라 ‘공팔과이’(功八過二)‘라 해도 부족하다”며 “그런데 도대체, 왜, 누가 건국 대통령을 이렇게 왜곡하고 방치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처장은 이어 “이제 진영을 떠나 후손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김영삼 도서관과 마포구 소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등을 둘러봤다고 한다. 기존의 대통령 기념 시설을 참고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기념관을 꾸리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처장의 발언만큼이나 주목을 끈 것은 이승만 정권과 투쟁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기념일에 그의 묘소를 참배한 4·19 혁명 원로들은 “비록 과오는 있었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로를 외면할 수 없다”며 “지도자의 피할 수 없는 공과 과로 늦게나마 그의 공에 대해 상응한 평가와 대우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좌파 진영에서는 “독재자의 기념관 건립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25 전후 민간인 학살 책임이 있는 인물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보훈처가 기념관 건립에 앞장서는 것을 두고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그는 독립유공자로서 건국훈장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본인에게 훈장을 준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좌파 일각에서는 “이승만 기념관 다음에는 전두환 기념관을 세울 거냐”고 비아냥 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지지층의 목소리에 따라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문제 삼고 있다. 당장 기념관 건립 예산부터 트집 잡고 있다. 

지난 4월 7일 한겨레 등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인용해 “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3년 간 460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른 전직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투입된 예산과 비교해 최소 2배 이상 많은 규모”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건국 대통령’ 이승만 재평가라는 명목의 이념전을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이형석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인용해 “정부는 박정희·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설 건립에 각각 200억 원, 59억 원, 115억 원을 썼다”면서 “이전까지 가장 예산이 많이 든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시설과 비교해도,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은 2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다. 

5월 31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개최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이승만기념관 건립 준비기획단 회의에서 이인수이 승만 대통령 양자, 이영일 전 국회의원,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됐다.
5월 31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개최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이승만기념관 건립 준비기획단 회의에서 이인수이 승만 대통령 양자, 이영일 전 국회의원,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민주당 “탄핵 당한 독재자 기념관도만들려 하나”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보훈처가 맡는 것에도 문제 제기를 했다. 신문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로, 행안부는 지금껏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에 근거해 관련 사업을 지원해왔다”면서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근거해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만들고 관리하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9년 건국훈장을 수여받은 독립유공자여서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즉각 해명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공과를 객관적으로 국민께 보여드리고 역사적 재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며, 그 과정의 하나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왔다”고 밝힌 보훈처는 “기념관 건립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국회와 국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또한 한겨레 등이 밝힌 기념관 건립 예산에 대해 “기사에 언급된 금액은 실제 건립예산이 아니다. 내부적으로 중기사업계획에 따라 작성한 것이고, 그 규모는 최근 개원한 기념관 등을 참조했다”며 “중기사업계획은 예산 절차 상의 가장 초기 계획일 뿐 그 시기, 규모, 재원조정방안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 부지와 규모 등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훈처의 해명에도 민주당은 계속 물고 늘어졌다. 지난 5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박민식 보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문제를 두고 박민식 장관 후보를 공격했다. 

박민식 장관 후보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강한 의지를 비치자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손에 쫓겨난 독재자를 기념하겠다는 건 마치 촛불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내란죄의 수괴”라고 주장하며 기념관 건립에 반대했다. 이에 박 장관 후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에게 건국의 공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반박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부정적인 언론들은 민주당 측 의견을 그대로 전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지지율이 빠지니 결국 매우 보수적인 지지층에 기대는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승만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청역 세종대로변에 설치된 이승만 기념관 설립 촉구 현수막.
서울시청역 세종대로변에 설치된 이승만 기념관 설립 촉구 현수막.

이승만 기념관 건립 촉구에 아스팔트 우파·국민의힘 한 목소리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우파 진영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건국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가’ 차원이라는 게 우파의 설명이다. 지난 5월 10일 뉴데일리는 “이승만 기념관을 용산공원에 건립해야 한다”는 자유민주당의 주장을 전했다. 

자유민주당은 역사연구원, 청구역사연구소, 리박스쿨 등과 함께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14일까지 전국 100여 곳에 “정부는 자유반공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기념관을 용산공원에 건립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 50곳, 경기 30곳, 충남 20곳이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광화문 사거리, 국회대로변, 헌법재판소 입구, 용산 대통령실 입구, 서초 대법원 및 검찰청 앞 등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영주 자유민주당 대표는 “용산공원 내 기념관 설치에 대해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아져 홍보하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제작해 걸었다”고 밝혔다. 고영주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용산공원에 조성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몽골, 청나라, 일제 등이 점령·주둔했던 용산 일대에 우리나라 첫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는 게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었다. 

국민의힘 내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4월 5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 의원은 “올해는 위대한 대한민국 건국 75주년, 6·25전쟁 정전 70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라며 “대한민국 초대, 2대, 3대 대통령이었던 국부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정신, 건국정신이 있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역사적 재평가와 기념관 건립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서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냈고, 의무교육을 도입해 문맹을 퇴치했으며, 원자력 연구소를 설립하고 서울대에 원자력 공학과를 만드는 등 현재의 원자력 강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부국의 역사적 토대를 마련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26일은 이승만 대통령 탄신 148주년이었는데 이날 4·19 혁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각계 원로들이 이승만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건국 정신과 4·19 혁명 세대의 자유민주 정신이 역사적인 화해를 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공팔과이도 부족하고 공구과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좌파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3년 간 460억 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트집 잡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짓는데 국비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됐고, 김영삼 기념도서관과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조성에는 국비 각각 60억 원 이상이 투입됐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대통령 기념관을 짓던 시기의 지가(地價)나 건설비용 등과 지금 물가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거주하던 이화장은 사적 497호로 지정돼 있고, 다른 기념시설이라 해봤자 강원 화진포 별장과 제주 귀빈사 정도다. 부산 부민동에 1980년대 세워진 임시수도기념관이 그나마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았다. 

서울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등과 함께 추진

이 때문에 보훈처는 서울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등과 함께 서울에 기념관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계획은 6월 5일 보훈부 정식 출범에 맞춰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기념관 소재지 등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면 보훈처가 예산을 들여 건물을 세우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훈부가 이처럼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강력히 추진하는 이유는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시점이 그의 공적을 재조명하는 데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보훈부는 이에 따라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에도 국비 1억5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