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반도 풍향계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반도 풍향계
  • 김동성 전 경기연구원 통일동북아연구센터장 
  • 승인 2024.05.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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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아산정책연구원


인도-태평양 패권의 미국과 동맹 구축 강화해야


미국은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금의 판세는 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재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해서 백악관에 자신의 2기 행정부를 꾸리게 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만약 트럼프가 이기게 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전면 수정될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직 재임 시 ‘국익 최우선’의 원칙을 바탕으로 대외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했던 국제기구들이나 동맹 네트워크에 대해 ‘미국이 돈만 쓰고 얻는 것은 없다’라며 국익 대비 무용성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 지원은 없을 것이며 모든 대외사무는 ‘거래적 형태(in a transactional way)’로 이뤄져야 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즉, 상응하는 대가를 서로 주고받는 것을 대외정책 추진의 기본이자 정형으로 삼았다. 그는 NATO 회원국 중 자국 전체 예산의 2% 이상을 국방비로 배정하지 않는 ‘의무불이행국가’는 NATO의 집단방위체제에서 배제해야 하며, 일본과 한국이 주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주일미군과 주한미군도 전면 철수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그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말이 통하는 ‘괜찮은 사람(okay guy)’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2024년 2월 10일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대통령직 재임 시 자신이 행했던 ‘의무불이행 NATO 회원국 때리기’ 추억담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은 것에서 유추하면, 현재 그가 가진 대외정책 시각은 예전에 비해 전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세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결코 돌연변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대외정책 방향은 미국 대외정책의 장구한 역사와 흐름에서 나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분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비록 과격한 형태이지만 그는 오늘의 시점에서 그 분파를 대표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 전문가 월터 미드 교수는 미국의 역대 정치가들인 알렉산더 해밀턴, 우드로 윌슨, 토마스 제퍼슨, 앤드류 잭슨의 이름을 따서, 건국 이래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을 크게 ‘해밀턴파’, ‘윌슨파’, ‘제퍼슨파’, ‘잭슨파’의 네 가지 분파로 구분했다. 

해밀턴파는 해외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유지와 더불어 미국과 세계 경제 간의 긴밀한 교류와 결합을 주창해 왔다. 윌슨파는 전 세계의 평화 구현을 위해 미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가치들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것이 미국의 책무이자 국가 이익이라고 설파해 왔다. 

제퍼슨파는 해외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전쟁의 위험만 초래한다면서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의 해외 전파보다는 국내 민주주의의 강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논지를 견지해 왔다. 잭슨파는 가장 포퓰리스트적인 분파로서 미국의 최우선 국익은 국가 안보와 미국인들의 경제적 안녕이며 해외 문제 개입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는 노선을 이어 왔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바로 잭슨파의 노선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동안 추진된 미국의 대외전략 기조는 해외에서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개입하는 ‘적극적 개입’, 무분별적 개입은 지양하되 중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선택적 관여’, 평소에는 관망하다가 중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개입하는 ‘역외 균형’, 본토 방위에 치중하고 해외로의 파병이나 무력 투사는 최대한 자제하는 ‘전략적 자제’의 4개 스펙트럼으로 나눌 수 있다. 

트럼프의 대외전략 기조는 전략적 자제와 역외 균형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미국의 단기적 경제이익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해 무대에서 사라지더라도 제2, 제3의 트럼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유권자 지형이 바뀌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에 열광하는 미국인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 트럼프라는 ‘캐릭터’는 미국 정가의 일시적 깜짝 출연자가 아니라 항구적 배역을 맡은 정규 등장 인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류(類)’의 출현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 

뉴햄프셔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유세 중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뉴햄프셔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유세 중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한국, 국가 이익 우선 순위 정해야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패권경쟁 양상과 안보 환경의 변화 추이를 면밀하게 주시하는 한편, 이를 위한 대응전략을 정교화해야 한다. 국가 목표를 명확히 정립하고 숙지한 바탕 위에서, 국가 이익의 우선순위 설정 및 거래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대외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우리는 국가 목표를 ‘안보’와 ‘번영’ 그리고 ‘통일’의 삼위일체로 정립하고 국가와 사회 모두가 이를 명확히 숙지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모든 국가의 국가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안보와 번영 외에 통일을 국가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는 것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한국과 북한이 별개의 적대적 집단으로 존재하는 한, 우리의 안보는 보장될 수 없고 지속적인 번영 또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북한의 ‘남북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북한과의 국력 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현재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반도 통일의 기반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국은 안보, 번영, 통일의 3대 국가 목표하에 국가 이익 간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거래전략을 수립하고, 국가 이익 확보를 위한 최상의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우선순위상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분야의 이익을 내주면서도 사활적 혹은 핵심적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전략, 명분과 실리 간의 최적 조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에 못지않게 외교적 역량의 확보도 필요하다. 

셋째, 한국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대외전략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들의 대외정책 동향과 한국이 당면하게 되는 각각의 상황에 맞춰 대외전략을 유연하게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가치외교’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대외정책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국가 이익의 요구에 따라서는 기존의 외교 안보 전략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하며, 국제 현안의 대응에서도 각 사안의 성격에 따라 입장과 기조를 달리할 수 있는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과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향후 안보 전망은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미국의 패권 지속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이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한미 동맹을 주축으로 하면서 對중국 관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패권이 지속되는 상황은 현재의 역내 질서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경우로서 한국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패권 국가 미국과 적극 협력하는 전략을 견지해야 한다. 對미국 협력전략은 한미동맹의 유지와 강화를 말하는 것으로서, 한미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사활적 안보 기제이며, 중국의 동아시아 세력 확장과 한반도 영향력 확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 보험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중 협력관계의 강화라는 對중국 관여전략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중국 시장의 확보와 한국경제의 성장 유지, 북한 압박과 한반도 통일의 국제환경 조성, 중국의 역내 위상 강화에 대한 대비 등을 위해 중국과도 협력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상호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중 양국 모두에 대해 더 원활한 협력전략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동아시아의 기존 질서를 위협하며 노골적으로 세력 확장과 패권적 행보를 보일 경우,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對중국 균형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의 기존 역내 질서 거부와 패권 도전은 중국이 미중 간의 세력 전이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하거나, 중국의 핵심 이익들과 미국의 패권 질서는 서로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경우 발생한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할 경우, 한반도는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과 함께 미중 대결이 펼쳐지는 주요 전장이 될 것이며, 중국은 북한과 공조하여 한미동맹 무력화와 한반도 장악을 기도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일 보도했다. /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일 보도했다. / 연합

한국의 대응, 북에 확실한 메시지 필요

한국은 이러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對중국 균형전략의 1차적 목표는 패권 도전국 중국의 공세적 세력 확장을 막아내고 중국에 편승한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는 것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이 (그리고 북한도) 기존의 역내 질서에 순응하도록 하는 것이다.중국은 한국의 장기적 국익에 위협이 되는 국가이기에 미국이라는 대안이 있는 경우 중국의 지역 패권 국가화를 막아내야 한다. 

대남 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선언한 북한을 다루는 것과 관련, 우리의 당면 과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이며, 최종 목표는 우리 주도 한반도 통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한을 상대로, ‘억제(de- terrence)’, ‘보장(assurance)’, ‘강압(compellence)’의 전략을 적절히 혼합해 구사해야 한다. 

우선, 자만심의 소산이든 자포자기적 심리에서 나온 것이든 간에 북한의 무력 사용 위협이나 실제 사용을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국방혁신과 대북 대비태세 확립 등의 자체 방어역량 강화와 더불어 한미동맹 강화, 한미 연합훈련 확대,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증가 등을 통해 확실한 대북 억제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억제가 효과를 거둬 북한이 변화의 기미를 보이면 ‘대북 보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북한의 올바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을 가하지만, 올바른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주겠다는 제의가 가능한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안보도 무사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에 대한 핵협박을 지속할 경우, 국제적 제재 이행체제 강화, 양자 차원의 제재 확대, 한미 협력을 통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실현 등 ‘대북 강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부터의 군사 위협이 감소하고 한반도의 정세가 안정을 되찾으면, 우리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북한 변화 견인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최대의 자산은 우리의 자체 국방력 강화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공약 유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북한의 대남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자체 국방력의 꾸준한 강화가 필수요건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교체 여부에 따른 미국 대외정책의 변경과 해외 동맹의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최후에 남는 것은 자기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은 자체 미사일 방어 및 공격 시스템 구축, 핵 잠수함 건조 등 해군력 강화, 동북아 전역 타격이 가능한 공군력 확충, 정보·통신·정찰·감시 역량 제고 등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현실성 강화를 위한 우리의 대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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