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국인, 美핵억지력 믿음 약해 전술핵보다 독자 핵무장 선호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국인, 美핵억지력 믿음 약해 전술핵보다 독자 핵무장 선호
  • 피터 리·강충구  지역연구센터 연구원
  • 승인 2024.06.0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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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아산정책연구원

아산정책연구원은 2022년 11월부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를 조사했다. 절반이 채 안 되는 한국인(2022년 11월 43.1%, 2023년 3월 45.6%)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2023년 4월,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 대응을 강화하기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양국은 나토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핵협의그룹(NCG)를 창설하기로 했고, 2023년 미국은 40년 만에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을 부산에 기항시키는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9차례나 전개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는 39.3%였다. 

이는 2023년 3월 본원 조사 대비 6%p 이상 감소한 수치이다.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한미 양국의 북핵 위협 대응 강화에도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가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국내 핵무장 논의는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 

한국인은 미국의 핵우산보다 독자 핵무장을 선호했다. / 연합
한국인은 미국의 핵우산보다 독자 핵무장을 선호했다. / 연합

한국인의 낮은 美핵억지력 신뢰, 원인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은 독자 핵무기를 갖고 있고,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에는 ‘핵 공유’ 체제 하에 미국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또 체코, 덴마크, 그리스, 헝가리, 폴란드는 미국 전술핵무기 투발을 위한 이중용도 항공기나 핵 투발 전략폭격기 작전을 동맹국 전투기가 지원하는 ‘스노캣(SNOWCAT)’ 훈련을 한다. 

이와 달리 현재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미국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지 않다. 한국, 일본, 호주 등은 미국 핵 전략자산의 전개를 받거나, 여러 유형의 협의에 참여하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동맹국 내 신뢰가 다른 이유를 짐작케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가 낮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다음에서는 대중의 위협 지각과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지지 사이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동맹국 내 지지는 달랐다. 대체로 위협을 높게 지각하고, 미국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지 않은 동맹국 응답자가 높은 수준의 억제책을 원했다. 

한국, 폴란드 응답자는 안보 위협을 높게 지각(한국 16%, 폴란드 29%)했는데, 두 나라는 각각 북한, 러시아의 위협에 노출돼 있음에도 구체적 대응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같았다.

60.4%의 한국인은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를 지지했고, 폴란드 응답자는 54.1%가 폴란드가 나토의 ‘핵 공유’ 체제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다(반대 29.5%). 한국인은 2023년 9월, 유럽외교협회(ECFR) 조사에서도 56%가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access to”)는 주장에 동의했다(반대 24%, 둘 다 아님 18%). 이는 워싱턴 선언 후에도 절반 이상이 미국의 확장억제가 북핵 위협을 억제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봤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럽 내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높아졌지만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에서는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지지가 비교적 낮았다. 핵무장 연구는 한국인이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 독자 핵무기 개발을 모두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안보 보장을 강화해도 한국인은 핵무장을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조사는 한국인이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9%)보다 독자 핵개발(67%)을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핵무장을 원하는 여론은 미국의 안보 보장 강화나 전술핵무기 배치, 국제사회 제재를 가정한 경우에도 유지됐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유형에 따라 동맹국 내에서 엇갈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이뤄진 조사에서 미국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이탈리아, 독일 내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동맹국에 핵무기가 있어서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답한 비율, %)는 각각 45%, 41%로 미국 전술핵무기가 없는 스페인(31%)보다 높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나토 수준의 억제를 보장할 경우, 핵무장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현재’ 미국의 확장억제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핵무장을 원하는 측면이 있어서다. 위 결과를 한국인 68.2%가 핵 비확산 조약(NPT)을 지지한 것과 종합해 보면, 한국인은 핵무장을 원해서가 아니라 핵무기가 없어서 핵무장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韓美, 구체적 핵안보 대응 마련해야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핵 위협 대응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달려 있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의 불신은 미국이 나토에 제공하는 억제력과 견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기인했다. 이 이슈브리프는 다음의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첫째, 한미 당국자들은 핵 협의 그룹(NCG) 활동의 장점을 명확히 설명해 한국인이 미국의 안보 보장을 신뢰하게 해야 한다. 미국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 핵 전략에 따른 점진적 조치가 아니라 일시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둘째,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 대응을 보다 구체적 조건에 맞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스노캣 훈련이나 B61 전술핵무기 배치 등에 필요조건을 정하는 것이다. 본원과 랜드(RAND)연구소의 공동 연구는 제한된 수의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을 효과적 방안으로 꼽았다. 

한미 양국의 워싱턴 선언은 북핵 위협 대응을 보다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핵 능력이 고도화할수록 한국인은 미국에 보다 구체적 안보 보장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이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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