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 기간 중 한 의원이 제7광구 한일 공동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2020년 1월 2일 산업자원부가 석유공사를 제7광구의 자원탐사와 채취를 할 수 있는 조광권자로 지정하고, 일본 외무성에 통보 절차를 밟았으며 현재까지 일본측이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정감사에서 강조된 듯하다.
제7광구가 주목받은 것은 60년대 후반부터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 바다로부터 일본 오키나와 해구 직전까지 이어진 8만 2,000㎢ 면적의 대륙붕이다.
1968년 10월부터 11월까지 유엔 극동경제위원회(ESCAP)는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K.O. 에머리 박사를 단장으로 미국 해군 해양연구소와 함께 서해와 동중국해 대륙붕 지역을 탐사했다.
그 결과 1969년에 ‘타이완과 일본에 이르는 동중국해 대륙붕에 미래 유망한 석유·가스 광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후 미국 우드로윌슨 센터가 2005년에 발표한 ‘동북아의 해저 석유 보고서’가 주목을 받았다. 원유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약 40%, 천연가스는 10배이며 원유 매장량도 1,000억 배럴로 미국 전체 매장량의 4.5배 규모로 추정됐다. 이를 가정으로 배럴당 40달러인 현재 유가로 계산해도 4,680조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1월 1일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제정 공포하여 약 30만 평방 킬로미터에 달하는 7개 해저광구의 대륙붕을 설치하였는데, 당시 경계획정 기준은 ①서해 및 대한해협 부근의 대륙붕이 중국 또는 일본과 공유 대륙붕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 지역이 수심 200m 이하이므로 중간선 원칙을 정하고 ②동지나해 부근 즉 한일간 소위 남부대륙붕에서는 오끼나와 해구가 한일간 대륙붕을 양분하고 있으므로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원칙에 입각하여 한국의 관할하에 있음을 천명하였다.
이에 일본은 대한해협과 마찬가지로 동지나해의 남부대륙붕인 7광구도 중간선 원칙에 의하여 경계획정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1974년 1월 30일 두 개의 한일대륙붕 협정을 양국이 서명(78. 6. 28 발효)하면서 분쟁이 일단락 되었다. 한일간 동해에 위치한 북부 대륙붕에 있어서는 중간선 원칙에 따른 경계 획정에 합의하였고 분쟁지역인 소위 남부 대륙붕에 있어서는 오키나와 해구까지 대륙붕의 자연적 연장과 형평성의 원칙을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이 전적으로 수용되면서 위 그림처럼 일본으로 많이 치우쳐진 형태의 ‘한일공동개발구역’이라는 명칭으로 50년간 양국이 공동 개발하도록 합의하였다. 협정 종료 시한은 8년 뒤인 2028년 6월이다.
유엔해양법 협약과 경계획정의 문제
석유 탐사 초기 제7광구 몇 곳에서 비록 소량이었지만 석유 자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일본은 1986년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철수하였다. 석유 매장의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은 협약 상 '석유자원 탐사와 시추는 반드시 한·일 양국이 함께 해야 한다'는 독소조항 때문에 독자적으로 탐사를 할 수도 없었다.
이후 한일 양국은 1990년대 초반 7광구를 공동 탐사한 뒤 “어느 정도 개발 가치가 있으나 현재 유가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18~20달러였다. 그러면 왜 일본은 배럴당 40달러 수준인 현재에 와서 한국의 공동개발 협상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한일간 대륙붕 협약 체결시는 국제 대륙붕 협약만 존재하였으나, 협약이 종료되는 시점에는 현 유엔해양법 협약의 배타적경제수역 조항을 적용하여 수역의 하층토인 대륙붕도 관할권에 속하므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개발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양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해양국가와 자국 해안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연안국가의 대립과 타협의 과정에서 발전되어 온 해양법은 1948년 국제연합 산하에 국제법위원회가 설립되면서 해양법의 법전화가 시작되었다.
해양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해양개발이 활발해 지면서 해양에 대한 관할권 확대가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유엔해양법 회의는 1958~1973년간 지속적이고 험난한 협상 끝에 1982년 유엔해양법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이 채택되고 1994년 11월 16일 발효되었다.
협약에서 주목할 것은 연안국에게 주변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개발 및 관리에 관한 주권적 권리와 배타적 관할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며 대륙붕의 범위를 최소 200해리, 최대 350해리 또는 2,500m 등심선에서 100해리 또는 퇴적암의 두께에 따른 선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1996년에 협약을 비준하고 협약 비준 전후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함으로서 200해리까지 확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으나 이는 각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되기 때문에 현안인 어업질서 확립만을 위해 한일간 1997년 9월, 한중간 1998년 11월에 각각 중간·잠정수역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3개국간 해수면에 대한 경계선 획정에 대한 완전한 형태의 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동수역에 대한 이용과 개발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변 해역의 관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인접국간 중첩되는 경계획정의 문제를 살펴보면, 1958년 1차 유엔해양법 협약의 대륙붕 협약에는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중간선 또는 등거리 원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고, 1969년 북해대륙붕 경계획정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 판례는 중간선 적용시 자연적으로 연장된 해저지역이 타국에 일방적으로 귀속되는 결과를 초래함을 지적하면서 자연연장설에 힘을 실었다.
결국, 1982년 체결한 유엔해양법 협약에서는 이를 절충하여 ‘형평한 해결에 도달하기 위하여 국제법을 기초로 합의에 의하여 성립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관계국은 분쟁의 해결 절차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후 국가간 중첩된 대륙붕의 경계획정에 대한 판례는 형평의 원칙이 강조되었다.
결론적으로 경계획정은 첫째, 관련국에 속해 있는 수역에 대한 경계를 결정하는 과정이지 할당하는 절차가 아니며 둘째, 경계획정은 일방주의가 아닌 합의를 근거로 이행되어야 하며 셋째, 경계획정은 형평한 해결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짐작컨대 제7광구는 협정이 종료되어 한일 양국간 합의에 이르지 않고 분쟁절차에 돌입한다면 지리적으로 제7광구 수역을 온전히 배타적 경제수역 범위내 두고 있는 일본에 유리할 것으로 관측(중간선 설정시 90% 이상 면적이 일본 점유)된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도 이 지역을 자신의 대륙붕에 속한다며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에 문서를 제출한 상태이므로 한일간 협정이 종료되면 순순히 일본측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또한 이 협정이 종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대륙붕 경쟁에 합류하면 일본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즉 분쟁 해결을 위한 재판은 제3국이 또 다른 주장을 하지 않는 범위의 경계획정 수역으로 만 한정되어 있으므로 국제적 분쟁절차 돌입에도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일간 분쟁 절차 돌입시 중국의 개입은 일본이 생각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일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형평의 원칙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측의 자연 연장인 해저지역이라는 지리적 요소, 대륙붕을 먼저 선포하고 자원을 공동개발해 온 행위와 지속적인 개발 노력, 한국도 배타적 경제수역의 일부로 이 해역을 포함하고 있는 점만을 보더라도 결코 일본 측에만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분쟁이란 ‘양 집단간 양립될 수 없는 이해관계 즉, 상대방의 기득권 상실을 초래하는 주장 또는 대립 상태’라고 정의 한다. 국제분쟁이라 함은 국가와 국가 간의 법률관계 또는 이해관계에 관한 의견충돌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해양분쟁은 ‘국제분쟁의 하위개념으로서 국가 간 해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분쟁 전망
동중국해와 같이 동일한 공유 대륙붕을 사이에 두고 대향국이건 인접국이건 양국간의 거리가 400해리가 안 되는 경우에 국가간 대륙붕 경계와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를 획정하는 문제는 심각한 분쟁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들 경계는 역사적 권원이나 실효적 지배와 같은 도서의 영유권 분쟁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상황과 형평성을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경계획정을 설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중국은 한일공동개발구역 서쪽 인근 해역에서 3개의 유전을 시추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한일공동개발구역 800m 바로 인근에 중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을 설정하였고 이는 반대로 중국이 개발을 중단하고 일본이 개발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2028년 한일간 협약이 종료되면 제7광구 대륙붕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그때가 되면 나머지 유전을 개발해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미 제7광구가 위치한 대륙붕은 중국 소유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에 가장 유리한 분쟁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유엔해양법 협약의 취지는 해양수역의 법적지위를 확정하고 이용상의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예방 또는 해결하도록 규율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첫 번째 방법은 현 협정의 이행을 일본에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다.
먼저 국민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시키고 한일 정상간 주요 의제로 격상시켜 협정이 종료되기 전에 공동개발을 다시 시도하고 일본을 설득하여 2028년 종료 이전 협정을 연장하여 중국 개입의 빌미를 한일이 공동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현재와 같이 일본이 거부할 경우 협약 종료 이전에 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하여 일본 측의 협정 위반 또는 국가간 신뢰 상실 등을 호소하여 협약 종료 이후 국제사법재판소의 분쟁 절차에 유리한 입장을 대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중국해 대륙붕 개발에 대한 한중일 공동개발구역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모든 평화적 해결방법은 유연한 정치 외교력과 함께 강력한 국방력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중국은 2035년이면 최소 항모 6척 체제를 운영하고 일본은 2020년 중반까지 현재의 이즈모급 수송함을 개조시켜 2척의 경항모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한국의 경우 이제 경항모 1척을 2030년 초반 확보 목표로 개념설계에 들어 갔다. 그것도 많은 현실적 우려라는 비용과 무용론 등 반대의 목소리와 함께 말이다.
당장 2028년 협상 종료 시점을 앞두고 2025년 이후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한중일간 대륙붕 쟁탈을 위한 외교적 각축전이 발생하면 중국과 일본은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주축으로 한 해군력 현시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한국의 국방부는 국가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으로 군사력을 현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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