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그냥 통일하지 말자” 저의는... ‘중국식’으로 친북기조 바꾸는 ‘文派’
임종석 “그냥 통일하지 말자” 저의는... ‘중국식’으로 친북기조 바꾸는 ‘文派’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9.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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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통일하지 말자”는 일성으로 정치권이 들끓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등은 이들의 발언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김정은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만 주목했다. 이들이 말하는 ‘두 개의 국가론’은 대만과 중국 간의 ‘양안관계’와 유사한 형태로 남북관계를 이끌어가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그냥 통일하지 말자”며 ‘2국가론’ 주장

지난달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9.19 남북군사합의 6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 그냥 하지 말자.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겠느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2개의 국가론’을 수용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국민 내부에도 통일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존재한다”며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이 의구심은 거부감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현 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며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 추구해 온 국가연합 방안도 접어두자는 제안을 드린다”며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갖게 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통일 기조를 그 예로 들었다. 이어 그는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가리켜 “좋게 말하면 ‘힘에 의한 평화’고 그냥 말하면 ‘전쟁불사’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동시에 김정은을 향해서는 “적대적 2국가론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듯 했던 임종석 전 실장은 그러나 연설 가운데 본심을 나타냈다. 그는 “언젠가는 정비해야 할 문제에서 차제에 용기내 제안한다”며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의 영토조항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에 기름을 끼얹은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전남평화회의’에 참석해 “현 정부 들어 9.19 군사합의는 파기됐고 한반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과 우리 측의 대북확성기 방송은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구축과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해 왔던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비난은 이어졌다. 그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한층 강화되고, 대한민국이 첨예한 대결 구도의 최전선에 서면서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냉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이 신냉전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선 안 된다”라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에도 9.19 남북군사합의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도 역량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김정은이 ‘적대적 2국가’를 외친 것을 두고서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18년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한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47%를 넘어섰다. 연구원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통일담론은 그 설득력과 호소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8년 통일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한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47%를 넘어섰다. 연구원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통일담론은 그 설득력과 호소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실·국민의힘 “김정은 주장에 발맞춰 같은 주장하는 건 반국가세력”

임종석 전 실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통령실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을 수행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다’라고 미국과 전세계에 로비를 한 것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종전 선언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힘에 대해 어떤 물리적 대응을 마련하느냐 준비는 허술해 보였다”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THHAD·종말고고도방어체계)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사드 기지 앞을 가로막은 시민단체를 몇 년간 방치했다”며 “또 한미 확장억제에는 대체로 무관심한 5년을 보냈는데 그런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만 하며 평화를 지키겠다는 평화론이라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의 주장을 두고도 이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인데 이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이) ‘우리도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느냐”라고 반문하며 “북한이 지금 통일론을 접고 두 개의 국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크고, 자기가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자신감이 줄어들어서 이지 (적화)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은 유리할 때는 통일을 강조하고, 불리할 때는 진지전으로 돌아서며 비교적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핵미사일을 통해 필요하면 무력을 통해 남한을 접수하겠다고 헌법에 적어 놓은 북한이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것이지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의 주장을 언급한 뒤 “김정은이 올해 초 밝힌 반통일 2국가 선언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김정은에 발맞춰 통일에 반대하는 것은 반국가 세력이고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일이 필요 없다는 임 전 실장의 발언은 북한에 보조를 맞추는, 정말 기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임 전 실장은 민주당에서도 손절하신 분 아닌가”라며 “그의 발언과 행동은 북한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임 전 실장이 김정은식 통일 지우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나 의원은 “9‧19 군사합의는 불균형 합의이자 우리만의 무장해제였다”며 “그 결과,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까지 공개하며, 핵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이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을 놓고 협상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실장, 더불어민주당 등은 9.19 남북군사합의 6주년 기념식을 열었다”면서 “평생 통일을 주장하던 임종석 전 실장이 기념식에서 ‘통일 하지 말자’고 한 것은 김정은의 통일 거부 선언에 장단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의 발언 가운데 2개의 국가, 국가보안법 폐지, 헌법 영토조항 폐지 등을 두고서 나 의원은 “김정은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민주당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과거 자신이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냐”는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을 향해 “토착종북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배신하고 국민을 속여 왔던 가짜통일, 가짜평화의 검은 속내를 내보였다”면서 “그동안 민주당 정권이 얼마나 철저하게 대한민국 국민을 속이며 가짜통일, 가짜평화 쇼에 몰두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기고백이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임 전 실장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북한 김정은이 통일 거부 선언을 한 것과 연관 짓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 민주당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이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갖다 바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통일 포기 2국가론은 김정은의 반통일 2국가론에 화답하는 것인데 무슨 지령이라도 받았는가 아니면 내재적·태생적 일체인가”라고 비판했다. 

2024년 3월 22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을 비롯,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 국가보안법폐지 국회의원모임, 국회의원 강민정, 강성희, 강은미, 민형배, 배진교, 양경규, 양이원영, 양정숙, 유정주, 윤미향, 이동주,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학영, 조오섭, 최혜영 등이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년 3월 22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을 비롯,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 국가보안법폐지 국회의원모임, 국회의원 강민정, 강성희, 강은미, 민형배, 배진교, 양경규, 양이원영, 양정숙, 유정주, 윤미향, 이동주,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학영, 조오섭, 최혜영 등이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
 

헌법 상 영토조항 없애고,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없애면 김정은 정권에 대적 어려워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단순한 김정은 주장의 반복이 아니라 우리나라 안보 역량을 점진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김정은이 해 온 주장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2국가론’을 설파하면서 ‘적대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강조했다. 그보다 앞서서는 헌법에 핵 선제공격 전략을 새겨 넣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집권 기간 앞세웠던 ‘평화적 적화통일’을 포기했지만 ‘적대세력 남조선’을 파괴한다는 목표는 견지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즉 김정은 주장의 핵심은 ‘적대국’에 있다. 

하지만 임종석 전 실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런 김정은의 주장 가운데 ‘2국가론’만 뚝 떼서 이것이 본질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향후 “북한도 그렇고 국내 여론도 그렇고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까 일단 북한과 별개의 국가로 지내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관계를 맺고 적대적인 태도를 바꾸자”는 식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임 전 실장과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을 필두로 좌파 진영에서 “북한과 우리는 다른 나라”라는 논리가 확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임 전 실장이 말한 것처럼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을 삭제하는 것부터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은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을 북쪽 영토를 무단 점유한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조항이 사라지면 당장 북한 간첩과 종북세력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좌파 진영은 여기서 “형법상의 간첩죄를 개정하면 된다”고 우길 것이다. 김정은이 먼저 우리나라를 적대국이라고 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이 과거 발의했던 간첩죄 개정안은 적대국이나 적성국이 아니라 ‘모든 외국’의 스파이 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즉 민주당의 주장대로 간첩죄를 개정할 경우 이후 민주당이 집권하면 북한과 중국 등 적성국의 간첩 행위는 외면하고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 동맹구과 우방국 첩보기관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이는 곧 동맹·우방국 정보기관과의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가 대만화되는 것이다. 헌법 제3조와 함께 국가보안법과 통일부를 폐지하고,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게 되면 30년 전 제3차 양안 위기 이후 중국 공산당이 대만에 했던 것과 유사한 통일전선공작을 북한이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무력 차이를 절실히 느낀 뒤 무력 증강과 함께 대만 내 친중파 양성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결과 대만 군사력은 나날이 약해졌고 반공주의였던 국민당은 서서히 친중파로 채워지게 됐다. ‘하나의 중국’을 고집하지 않게 되고 본토와의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중국 공산당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게 된 결과였다. 

만약 2000년 제10대 총통 선거 이후 민주진보당(민진당)이 꾸준히 정권을 잡지 못했다면 대만은 21세기 초반에 중국의 한 성(省)으로 전락했을 것이라는 일부 중화권 반공매체들의 지적도 있다. 민진당이 집권해 반공반중 기조를 펼쳤어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여전히 친중 성향을 갖고 있는 탓에 양안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임 전 실장의 말만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해야 한다”는 문 전 대통령의 말까지 함께 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했다가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안보가 철저히 무너지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뜻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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