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수주 유인책이 포함되어야
주거 안정은 주택 소유를 넘어 국민의 삶과 사회적 통합, 그리고 경제적 안정성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이 가속화되며 주택가격이 급등하였고, 청년층·신혼부부·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었다. 특히, 신규 주택 분양가격 상승과 인허가 감소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급등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에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8.8)」은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기에 높게 평가할 부분이 있다.
정부는 8·8 방안을 통해 국민이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확신할 수 있도록 향후 6년간 서울·수도권에 42만 7천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도심 공급 확대, 빌라 등 非아파트 시장 정상화, 주택공급 여건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조성이다. 2025년까지 수도권의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선호도 높은 서울·수도권 우수입지에 총 8만 호의 신규 택지를 발굴하겠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주택공급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라는 특단의 대책을 선택한 것이다.
둘째, (가칭)「재개발·재건축 촉진법(특례법)」 제정이다. 정비사업 속도 제고 및 부담 경감을 위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용적률 등을 완화하여 사업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게 되는 법안이다. 이는 주택 공급의 실효성을 높이고 특히 도심 내 노후 주거지의 빠른 정비를 통해 도시의 미관과 기능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공공의 신축 매입임대주택 무제한 매입 및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도입이다. 서울의 非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 될때까지 공공에서 무제한으로 매입하여 공급하고, 그 중 입지와 구조가 좋은 주택은 일정기간(6+2~4년) 거주 후 임차인에게 우선매각 예정이다. 이는 非아파트 시장의 활성화 및 입주 가능한 도심 내 주택의 신속한 공급으로 주택 공급의 다변화와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데 매우 효과적 일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확약이다. LH가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는 경우 LH가 분양가의 85~89% 범위로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함으로써 미분양 리스크를 완화하고, 민간 건설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착공에 나설 수 있게 되어, 신속한 주택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출시이다.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함으로써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들의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일조했던 정책이다. 지난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3.28)’에 포함되었던 내용으로 9월 중 미분양 CR리츠가 출시된다고 하니 지방 주택건설사업이 정상화되는 데 많은 도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정책 곳곳에 보완되어야 할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
야당의 협조에 따른 법령 정비가 관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바로 법령 개정 및 제정 등 신속한 후속 조치가 가능한지다. 이번 대책에서 나온 49개 방안 중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 제정 및 개정 관련 방안은 19건으로 전체 방안 중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대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정부가 대책 마련 과정에서 해당 법률을 논의할 상임위나 야당 정책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야당의 반발이 지속된다면 주택 공급 규모가 정부의 계획에 크게 못 미칠 수 있어 정책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 된 것처럼 이번에도 여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용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서울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유의미한 규모의 택지를 공급해야 하는데, 관건은 결국 어디를, 얼마나 해제하여 빠르게 택지조성이 가능한지 여부일 것이다.
2022년 12월 기준 서울 전체 면적(605㎢) 중 그린벨트는 약 25%(150㎢)를 차지하며, 서초구(23.89㎢)가 가장 넓고, 강북지역은 대부분 산지여서 사실상 강남권의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서는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개발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비오톱(생물서식공간) 1~2등급지가 다수 분포되어 있어 향후 개발 과정에서 논란이 거세질 것이다. 신속한 택지 조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정부의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非아파트 공급상황이 정상화 될때까지 서울은 공공 신축 매입을 무제한으로 매입한다는 정책은 실현만 된다면, 서울의 非아파트 시장 및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非아파트 공급을 확대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현 시장상황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매입 주체인 LH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무제한 매입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제한 매입의 재원 근거도 함께 대책에 포함되었다면 시장 안정화에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청약시장 과열, 공사비 갈등 해소책 보완 필요
청약기준 완화로 인한 청약시장 과열 우려가 있다.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非아파트 범위가 기존에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용 60㎡ 및 공시가격 1.6억원 이하였는데, 전용 85㎡ 및 공시가격 5억원 이하로 확대되었다. 공시가격이 5억원은 대략 시세가 8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4.6월 이후 서울에서 매매된 연립·다세대 4,480건 중 매매금액이 8억원을 넘은 거래가 단 207건(4.6%)에 불과하고 서울 주택의 40.2%가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인 점을 고려하면, 청약기준 완화로 청약시장에 상당한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부족으로 새 아파트 선호도가 커지면서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는 청약시장이 청약기준 완화로 더욱 과열될 우려가 있다.
이번 대책은 공사비 갈등 해소를 위해 공사비 증액 요청 발생 시 내역 및 사유를 지자체에 제출하고, 일정 규모 이상(예:1,000세대) 사업장에 갈등 조율 전문가를 파견하는 의무화 방안, 공사비 검증을 위한 한국부동산원의 (가칭)「공사비 검증 지원단」신설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 간 분쟁에 제3자가 개입한다고 원활하게 중재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조정안과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사인 간의 계약 관계에 제3자가 개입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공사비 갈등은 주택시장 침체로 일반분양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사비의 급격한 상승이 겹쳐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정상화 된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로 생각되며, 제3자의 갈등 조정보다는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대책 보완이 필요하다.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통해 수도권에 총 10만호 이상의 추가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노후계획도시의 신속한 정비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분담금 분쟁 해소를 위한 분담금 검증 제도가 필요하며, 특별정비구역의 통합정비에 맞춰 통합 가이드라인 (공공기여 완화 등 포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비 중 가장 비중이 큰 PF 대출 금리와 공사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단기 등록임대 도입과 LH의 든든전세주택 매입 대상에서 아파트가 제외된 점은 아쉽다. 정부가 非아파트 시장 기반의 정상화를 위해 대상을 非아파트로 한정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주택자의 투기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지난 정부에서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를 아파트까지 포함하여 부활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미분양 물량(74,037호) 중 지방 미분양(58,986호)이 79.6%를 차지하고 있으며, 준공 후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악성 미분양(14,856호)도 80.5%(11,965호)가 지방에 집중되고 있어 지방의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만이라도 대상에 포함시켜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으로 활용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뉴빌리지 사업 성공을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와 재정지원도 필요하다. 뉴빌리지 사업은 노후 저층 주거지역에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을 갖춘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금 및 국비 지원, 용적률 완화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애초에 주민 자력으로 정비가 어려운 지역에서 현재 수준의 지원으로 기존 주민들의 이주 문제나 재정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뉴빌리지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좀 더 과감한 인센티브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세제지원 등을 통한 수요진작책도 꼭 포함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다주택자 세제지원 등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수요진작책이 제외되었다. 주택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등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분양 수요가 적기 때문에, 지방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 유도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서울·수도권 시장의 공급부족 우려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 때문인지 이번 대책에서 다주택자 세제지원 등 수요진작책이 제외된 점은 안타깝다.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정책을 이원화하고 지방에 맞는 대책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설사의 수주 유인책이 포함되어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건설사 유인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물론 대책에서 발표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미분양 매입확약은 효과적인 건설사 유인책이다. 그러나 현재 건설업계의 현안 중 하나인 책임준공 리스크가 더 시급한 사안이다. ‘책임준공’이란 천재지변·내란·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경우라도 시공사가 기한 내 준공을 보장하는 의무를 말한다.
은행 등 대주단은 시행사의 의무 불이행 및 부도, 인허가 미비, 공사 민원 등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에 책임준공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공사 지연 사유인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공사 기간 연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자잿값 상승, 레미콘·타워크레인 노조 등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사 차질 등은 시공사의 귀책 사유가 아닌 것이 분명한데도 책임 준공 기한의 연장 협의조차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 결국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한 시공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PF 대출 채무를 떠안게 되는 사례가 늘게 되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몇몇 중소 건설사는 부도에 이르렀다. 책임준공 리스크는 부동산 PF 리스크와 더불어 건설사의 주택공급 위축 주요 원인이다. 비록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책임준공 리스크 등 건설사의 영업환경 개선책은 향후 논의되어야 한다.
이번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국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 중요한 정책적 이정표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성공 여부는 발표된 계획이 얼마나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행되는지,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은 단순히 수치를 채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인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책을 꾸준히 점검하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국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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