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의 객관적 통찰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경제·환경 분야의 주요 실태와 발전 전략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다루기로 한다. 이들은 ①겉은 선진국, 속은 중진국, ②저출산·고령화와 국가 절벽, ③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④서비스산업의 육성, ⑤금융산업의 선진화, ⑥진정한 선진국을 향한 발전 방향이다.
겉은 선진국, 속은 중진국
한국은 2019년 인구 5천만 명 이상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이른바 ‘5030 클럽’에 일곱 번째로 합류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함께 자본주의 부국 G7 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 순위가 8위로 자랑스럽고, 실제로 세계 5대 공업국, 10대 무역국이다. 한국은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아시아·아프리카 개도국의 딱지를 떼고 선진국 31개국의 가담한 것이다. 한국의 반만년 역사 속에서 최고 수준의 국가로 자랑스럽다. 유럽의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이 두 세기에 걸쳐 이룬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한국은 불과 삼분의 일이 안 되는 70년 안에 압축적으로 이루었다.
그러면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인가?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한국은 겉모양은 선진국인데, 속은 중진국에 머물러 있다. 대학 진학률과 성형 수술률은 세계 1위이지만, 부끄럽게도 자살률과 산재율도 세계 1위이다.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짧은 시간에 이루어 나가면서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계층 사이의 빈부 격차의 차원을 넘어 도시와 농촌,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자와 실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령층과 청년층, 남성과 여성, 보수와 진보 사이에 격차가 크다. 이런 격차가 가져오는 위험은 ‘두 개로 분열된 국민’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한국이 직면해 있다. 이러한 분열 양상을 극복하는 것이 한국이 직면한 최대의 현안 과제이다.
‘겉은 선진국, 속은 중진국’인 상황에서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과 행복감은 어느 정도인가? 객관적 지표로 사용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2022년도 BLI(better life index) 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41개 조사 대상국 중에서 32위로 매우 낮다. 이 지수의 상세 내용은 지난 호의 1회 글(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의 객관적 통찰)에 실려 있다. 이 지수에 의하면 특별히 낮은 영역이나 지표는, 삶에 대한 만족도(35위), 일과 삶의 균형(35위), 지원관계망의 질인 공동체(38위), 환경(28위), 자기보고 건강 상태(41위) 등이다.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와 국가 절벽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그림 1>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1970년에 4.53명, 1984년에 1.74명에서 급격히 감소하여 2018년에 0.98명, 2022년에 0.78명으로 되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합계출산율 0.84로, 출생아 수 27만 명, 사망자 수가 30만 명으로 인구집계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면서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2023년에 합계출산율이 0.72를 기록하여 한국이 인구절벽 국면으로 달리고 있음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인구절벽이 성장 절벽 → 재정 절벽 → 국가 절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극히 염려스럽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구절벽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그림 2>에서 보면 2022년에 71.0%이었으나 계속 줄어 2040년에는 56.8%로 떨어지고, 이와 반면에 65세 이상 인구는 계속 늘어 2040년에는 34.4%에 이를 것이다. 207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6.4%로, 생산가능인구 46.1%를 넘어서서, 생산가능인구 1인이 비생산가능인구(0-14세, 65세 이상 인구) 1인 이상을 부양해야할 국면이 될 것이다. 세계의 인구구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가지게 된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매년 초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y Forum)인 ‘다보스 포럼’에서는 매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기후변화는 매년 언급되는 가장 중요한 리스크이다. 특히,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3’에서는 ‘기후변화 완화·적응 실패’를 지난 10년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실로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리스크이다.
인류의 화석연료 과다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다량으로 배출되고, 이로 인하여 촉발된 기후위기는 단순히 기온 상승을 넘어 폭염, 수온·해수면 상승, 홍수 빈도 및 강도 증가를 야기시키고 있고, 식량과 에너지, 금융 안보까지 취약하게 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전년 대비 3.3%의 증가를 보이고 있고,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0℃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수온은 지난 54년간 연평균 0.025℃ 상승하여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추세인 0.01℃/년보다 2.5배 빠르게 증가하고 했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4월 10일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2030년 NDC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727.0 GtCO2) 대비 40% 감축하여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6.6 GtCO2으로 제한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이 목표는 우리나라의 산업 여건상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다음과 같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① 더욱 적극적인 탄소중립 국가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② 탄소중립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③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대폭 투자하여 저탄소 배출·탄소포집 등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y) 개발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④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육성
산업은 크게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한다. 1차 산업은 농수산물, 광산물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하고, 2차 산업은 1차 산업의 원자재를 가져와 제조하거나 판매 가능한 소비재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3차 산업은 서비스산업이라고도 부르고, 1차와 2차 산업이 아닌 것은 모두 3차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3차 산업(서비스산업)이 GDP에 기여하는 부분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65년 39%, 1980년 50%이었으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차 산업은 2%대를 유지하고 있고, 2차 산업은 조금씩 감소하여 35%로 수렴하고 있으며, 3차 산업은 계속 증가하여 63%대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3차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선진국인 미국(78%), 영국(81%), 일본(72%) 등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다. 3차 산업은 의료, 관광, 리조트, 교육 등과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따라서 청년 실업 문제도 과감한 3차 산업으로의 비중 확대로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
3차 산업은 우리나라 고용 인구에서 2022년 기준 70.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3차 산업의 GDP 기여율은 62.47%로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낮은 편이다. 그 주된 이유로는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 per employee)이 낮기 때문이다. <그림 3>을 보면 한국은 2019년에 PPP(구매력 평가 기준) 기준 취업자 당 노동생산성이 6.4만 달러에 지나지 않아 미국(12.1만 달러)의 53%, 영국(7.9만 달러)의 81%, 일본(7.4만 달러)의 86%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다. 구조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은 생산자 서비스와 지식기반 서비스(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등)의 비중이 낮고, 생산성이 낮은 유통 서비스와 저부가가치 서비스(도소매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등)의 비중이 높다. 환경적으로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진입장벽이 높으며, 기술혁신과 R&D 투자가 부족하다. 인적으로는 서비스 직종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아 임금과 복지가 부족한 형편이다. 또한 직원의 역량과 동기부여가 낮고, 고객 서비스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하여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구조적으로는 생산자 서비스와 지식기반 서비스의 비중을 높이고, 제조업과 연계한 융복합 서비스를 활성화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환경적으로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진입장벽을 낮추고, 해외에 시장개방과 경쟁을 확대해야 한다. 기술혁신과 R&D 투자도 촉진해야 한다. 인적으로는 서비스 직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임금과 복지를 증진해야 하며, 직원의 역량과 동기부여를 높이며, 고객 서비스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
금융산업의 선진화
금융산업은 서비스산업 중에서 핵심적인 산업이며, 국가 발전에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은 1997년의 외환 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장 개방을 통한 국제화 노력과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통한 현지화 등에 힘입어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 수준의 금융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하여 다음의 네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금융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가속화하여 금융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 기술을 도입하여 무선망, 무선기기 등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해소할 수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으며,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다.
두 번째로,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의 양적·질적 확대이다.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고령화에 대비한 장기 자산의 확보, 수익률 제고를 위한 자산관리 수요의 증가, 세대 간 부의 이전 확대 등으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금융산업은 앞으로 자산관리와 투자 자문, 신탁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금융서비스가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금융의 글로벌화이다. 금융의 글로벌화는 외화자금의 안정적 조달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요 참여자로서의 역할 강화, 금융산업의 독립적인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대외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완충력 확보라 할 수 있다. 금융의 글로벌화를 통한 국내 금융산업은 지속적인 금융자산의 축적과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 해외 시장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안정화되는 수준까지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제조업 위주의 무역을 넘어 전산업의 국제 금융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제조업에 집중하는 국가들이면서도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를 무역의 대상으로 삼는 나라로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을 포괄한 경제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 성장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기적인 전략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산업은 경제 선진국과 같이 금융 중심의 서비스산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자본수출을 통해 외국에 금융자산을 확보하고 현지에서 공장 건설, 주식 투자, 보험, 기술 투자, 토지 구매, 벤처 기반 사업, M&A(인수합병) 등 가능한 모든 금융투자 기법을 통하여 해외 금융자산을 확장하는 교역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2년 기준으로 국가별 해외투자 자산의 크기 순위를 보면 일본 → 독일 → 중국 → 홍콩 → 노르웨이 등의 순이며, 한국은 9위로 일본의 해외투자 자산(3조 1,655억 달러)의 24% 수준으로 7,466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과감한 전산업의 국제 금융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진정한 선진국을 향한 발전 방향
혹독한 일제강점기와 참혹한 6·25 전쟁을 거치며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2021년에 선진국이 되었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될 때 1인당 GDP가 90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2021년에 34,984달러가 되었으니 지난 60년간 약 390배가 증가하여 소위 ‘한강의 기적’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하다 보니 ‘겉은 선진국, 속은 중진국’, ‘저출산·고령화와 국가 절벽’의 징후가 나타나고, 제조업은 괄목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서비스산업이나 금융산업 등에서는 중진국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진정한 선진국을 향한 발전 전략으로 중요한 것 세 가지만을 제안하고 싶다.
① 모든 분야가 분열을 최소화하고, 정치의 질을 높여서 에너지를 합쳐 미래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할 정도로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 기업주와 노조원 간의 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 등 분열 양상이 심각하여 국가 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한군데로 합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펼쳐 성공한 것처럼, 우리는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민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 분야의 저질화는 심각하다. 오래전(1995년,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 삼성의 고(故)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언급하였는데, 그 후 30년이 지나가면서도 정치의 질은 향상된 것 같지 않다. 낮은 정치의 질은 과학기술, 산업, 문화,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주어 발전을 저해한다. 정치의 후진성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 국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정치의 선진화는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② 저출산·고령화와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위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생존 문제가 달린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는 정치 이념의 틀을 벗어나 여야가 총력을 기울여 해결해 나가야 할 최대의 국가적 과제이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 추세가 오래간다면 한국은 2100년에는 인구가 반토막이 나고, 2300년에는 인구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인류의 삶의 최대의 적인 국제적인 문제이나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다른 나라들을 선도해야 한다.
③ 우리나라가 취약한 서비스산업, 금융산업 등의 선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 나라의 발전은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강한 선진국이 되려면 제조 산업만으로는 역부족이며, 금융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세계 28위 수준으로 낮고, 미국의 53%, 일본의 86% 수준이다. 서비스산업과 금융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국제화를 도모해야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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