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권이 재집권함에 따라 잠시 외면받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론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들도 종전의 활력을 되찾았으며, 정부의 지원 아래 크고 작은 포럼이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평소 북한 인권 및 통일 문제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필자 또한 대학교 통일 동아리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참상과 자유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다.
실제 행사 기획에 참여하고 싶은 열망에 작년 11월에는 ‘북한인권 현인그룹 대화 및 디지털자유화 심포지엄’의 개최를 돕기도 했다. 행사 준비 간사로서 행사 기획과정에 직접 참여한 경험은 대한민국의 북한 인권·통일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명확하게 했다.
첫째, 단순한 참여 확대를 넘어 청년이 직접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북한 인권 행사와 관련하여 과거와 달라진 최근 동향은 그 어느 때보다 청년층의 참여를 강조하고 실제 참여 역시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북한인권 현인그룹 대화 행사 당시에도 참여인원 300명 가운데 200여명이 청년이었을 정도로 청년층은 북한 인권 문제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성세대에 비해 자유롭고 진취적이며 순수한 열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은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북한 인권 및 통일 담론 형성에 있어 소중한 자원이다. 그러나 그동안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된 북한 인권 행사를 되돌아봤을 때, 대개의 경우 최대한 많은 청년을 참석시킨 후 마이크를 건네주기만 하면 행사의 목표를 이룬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행사는 “북한 인권에 관한 청년층의 인식 제고” 또는 “청년층 의견 수렴을 통한 세대 간 소통 활성화”라는 말로 그 성과가 포장된다. 물론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청년들은 자신이 직접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여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어한다. 즉,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될 의견 개진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현인그룹 대화 행사가 보통의 북한 인권 행사와 달랐던 점은 북한 인권유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에만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해결방안을 직접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점이다.
북한인권, 해외 청년들과 공유해야
스타링크라는 신기술을 통해 대북 정보유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스스로 구상하여 주요 정책결정자 앞에서 발표하고 이후 질의 시간을 통해 청년 간 토론의 장을 연 것은 청년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실제로 행사에 참여한 한 청년은 필자에게 “북한의 인권 현실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그 현실을 타파하는 방법을 직접 모색하고 제시할 수 있어 북한 인권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은 효능감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북한 인권에 관한 미래 세대의 인식 및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명한 해외 인사만 초청하는 기존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청년들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여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캠페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한국 청년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확대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올 상반기 20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지난해 상반기 13만 6000명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한류 열풍과 맞물려 유학기준 심사가 완화됨에 따라 대한민국에 공부하러 오는 외국인 유학생은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이는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제고하는 중요한 기회다.
북한 인권 참상은 국내 청년들이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여론이 형성되어 전지구적 공조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북한 인권 담론의 외연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확장하여 그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을 때도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영어로 대부분 진행되었던 현인그룹 대화 행사에서도 참석자의 절반 가량이 한국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다.
미국에서 유학 온 한 참석자는 필자에게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가 이렇게 심각한 줄은 처음 알았다며 “앞으로 국제정치 분야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미래를 이끌 지구촌 청년들이 한국에 몰려오는 시점에서 정부와 시민단체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 및 캠페인을 기획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확산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냐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북한 인권 담론이 정권 교체 후에도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도 해당 담론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한반도 통일의 보편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통일 논리를 확대해야 한다. 북한 인권·통일 분야에서 짧게나마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반도 통일은 더 이상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국내외에 그 당위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후세대가 증가하고 대한민국이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점진함에 따라 단일민족 논리에 입각한 통일 담론은 점차 국내에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필자가 속한 통일 동아리에서조차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학우들이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로부터 통일의 필요성을 공감받기 위해서는 한민족이라는 특수성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에 호소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국내외에 북한 인권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논리를 보다 강조함으로써 통일의 정당성을 주장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 드러난 “자유의 가치를 북녘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자유통일 구상은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논리가 될 것이다.
필자는 북한 인권 및 통일 담론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학 시절의 일부분을 그 변화의 과정에 보탬할 수 있어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