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더 이상 미국에 기댈 수만은 없다” 국회發 핵무장 전략
[심층분석] “더 이상 미국에 기댈 수만은 없다” 국회發 핵무장 전략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9.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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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 간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국내외에서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독자 핵무장 주장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는 목소리라 의미가 다르다. 이 가운데서도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무궁화 포럼’과 군사전문가들이 모인 ‘서울안보포럼’에서 나온 핵무장론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7월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무궁화포럼」 발대식과 ‘대한민국 핵잠재력 확보 전략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유용원의원실]
지난 7월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무궁화포럼」 발대식과 ‘대한민국 핵잠재력 확보 전략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유용원의원실]

성황리에 열린 국회 무궁화 포럼 발대식…첫 주장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건조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무궁화포럼   (대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출범했다.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19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날 출범 기념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 독자 핵무장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무궁화포럼’은 다양한 핵무장론 가운데서도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기에 앞서 우선 핵무장 잠재역량부터 키우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가 필요 없이 핵무장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제언했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이 지난해 3월 핵어뢰 발사 훈련을 진행한 점, 9월에는 전술핵공격 잠수함 ‘김군옥 영웅함’을 진수한 점에 주목했다. 

핵어뢰는 적의 항만 앞바다 수중에서 터뜨려 항만과 주변에 해일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타격을 준다. 우리나라 항만 앞에서 터뜨리면 미 항공모함은 물론 증원전력 전개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김군옥 영웅함’은 북한이 기존의 중형 잠수함을 모두 전술핵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플랫폼으로 개조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지적이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맞서려면 우리나라도 오랜 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정숙성이 우수한 핵추진 공격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핵추진 공격잠수함은 우라늄을 농축해 연료로 사용할 뿐 핵을 탑재한 SLBM을 싣는 게 아니고, 농축율 또한 반드시 무기급이 필요한 게 아니므로 핵확산방지조약(NPT) 위반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하는 핵연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농축율이 낮은 편이다. 미국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은 농축율 90%의 무기급 핵연료를 사용한다. 반면 비교적 구형인 LA급 공격잠수함의 핵연료는 농축율 40%다. 바라쿠다급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의 쉬프랑급 공격잠수함은 농축율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율과도 같다.

정 센터장은 그러면서 “2021년 9월 미국이 영국, 호주와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하고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을 때도 미국은 핵확산에 나선다는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면서 “즉 우리나라가 핵추진 공격잠수함 개발을 추진해도 이는 핵무장만 아니면 NPT와는 무관하다”라고 강조했다.

 “美 돕지 않는다면 佛와 협력 카드 던져야…한미일 핵잠수함 컨소시엄도 고려”

그는 “다만 오커스 창설 당시 미 고위 당국자는 ‘호주에 대한 지원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며, 추후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핵추진 잠수함 개발·건조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협력하지 않겠다면 프랑스와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개발·건조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 바이든 정부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반면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건조를 위한 한미 협력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정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국방장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엄청난 군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확장억제에서도 미국은 주도가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이어야 한다”라고 말한 대목을 근거로 제시했다.

정 센터장은 밀러 전 장관의 말과 함께 한미일이 핵추진 잠수함 공동 개발·운용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면, 특히 대만 유사사태 때는 일본 핵추진 잠수함이 미국을 돕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 공동 개발·운용을 위한 한미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이 북한의 잠수함 위협을 견제하고, 일본이 중국의 잠수함 위협을 견제하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실제 핵추진 잠수함 건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정 센터장은 덧붙였다.

무궁화 포럼 대표인 유용원 의원도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우리의 독자적인 자구책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며 “여러 방안 중 (사용 후 핵연료) 농축 재처리 기술 확보를 통한 ‘핵무장 잠재력 확보’가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우 박사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 바탕으로 핵무장 추진해야”

지난 8월 7일 오후 2시 국회의원 회관 제5간담회실에서는 ‘북핵 위협 현실화에 따른 우리의 핵 대응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과 서울안보포럼(SDF·대표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도 추경호 원내대표 등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핵무장 추진”을 역설했다. 지난 35년 간 핵무장론을 펴온 김태우 실장은 발제문에서 “북한은 과거 약소국형 소극적·수세적 핵전략에서 강대국형 적극적·공세적 핵전략으로 진화했다”면서 “한 마디로 북한은 과거 미·소가 대량 보복력 위주의 핵 억제(MAD) 전략에서 출발하여 핵 전투(nuclear warfighting) 전략을 발전시킨 것을 벤치마킹하면서 ‘세계 제4위 핵강국’을 목표로 핵무력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사시 핵공격을 할 가능성은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최근 ‘풍선전쟁’에서 보듯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 등 내부적 요인도 적지 않다는 것이 김 실장의 지적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의 점진적 강화’를 기조로 하는 ‘워싱턴 선언’의 틀을 뛰어 넘는, 획기적 수준의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보는 워싱턴 선언은 “북핵 위협의 폭증 속도와 정도를 따라잡기에는 불충분한 반잔의 물”이었다. 특히 워싱턴 선언 직후 백악관이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는 없다”라고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로는 북핵 위협이 점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핵 상황의 악화에 비례해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동맹 역량에 의한 한반도 핵균형, 한국 핵무장을 통한 한반도 핵균형, 미·영 수준의 한미 핵무장 동맹 등 단계별로 발전하는 동맹 전략을 준비하는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김태우 실장은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하는 게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유사시 자동개입’이 명시돼 있지 않은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과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폐기,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을 시작으로 연합작계 개정, 일체형 확장억제 위주의 연합훈련 정례화,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에 준하는 빈도의 현시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런 변화를 추구해야 ‘가장 낭패스러운 핵 상황’을 맞았을 때 ‘치명적인 시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가장 낭패스러운 핵상황’이란 북한의 핵사용이 임박한 것이 분명한데도 미국이 어떤 이유로 응징 의지를 밝히지 않는 상황이며 ‘치명적인 시차’는 북한의 핵사용 임박이 분명해진 순간부터 한국이 그것을 억제하는 ‘상응하는 수단’을 갖추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우파적 핵무장론 추진하며 美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여해야”

이런 준비를 하는 가운데 우리 국내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리나라 핵무장론이 실은 우파와 좌파의 핵무장론이 혼재한다는 것이다. 즉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핵무장을 하자는 우파의 핵무장론이 있고, 반면 “언제까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거냐”라며 핵 자주국방을 외치는 것이 좌파 핵무장론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이 그렇다.

또한 미국에도 동맹 핵무장 불용론, 탈동맹 핵무장 허용론, 친동맹 핵무장 허용론이 존재한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의 경우는 첫 번째, 트럼프 정부는 두 번째이며 세 번째는 매우 드문 편이라고 한다. 이 세 번째 주장을 미국 사회에서 키우는 게 우리 외교의 숙제라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김태우 실장은 “이를 위해서는 우리 또한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선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으려면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안보정책과 대북정책이 뒤집히는 나라에 미국이 핵무장을 찬성하거나 핵무기를 배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리나라의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안보 상황’을 앞세워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이를 이해시키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은 국방예산 증액이다. 대만,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방비가 GDP 대비 2.54%에 불과하다. 반면 병사 봉급은 매우 높고 복무기간은 매우 짧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병사 처우를 어떻게 바꾸기 어렵다면 국방예산부터 GDP 4%대로 올리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도 대폭 높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승우 센터장 “김정은, 2022년 9월 남침 핵공격 연습 지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승우 SDF 북핵대응센터장은 “김정은이 2022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직접 지휘한 ‘전술핵 운용부대’ 지휘 훈련은 선제기습 전술핵 타격, 미국 개입 억제, 제2사명 달성 순서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유사시 북한의 실제 핵공격 가능성을 기정 사실로 봤다. 최승우 센터장은 “반면 ‘워싱턴 선언’을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과 같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당분간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한계를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북한이 20kt급 핵무기 50기(1750kt)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화력 수준은 우리 군 화력의 5만 8333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포 3억 5000만 문과 맞먹는다. 2022년 기준 우리 군이 보유한 포는 6000여 문이다.

역대 우리 정부가 그동안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만심에 빠지고, 북핵 위협과 대응 방안을 군사적 시각에서 보지 않음으로써 북한 핵공격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최 센터장을 비판했다. 우리 군이 핵위협 대응교리를 마련한 건 2015년이었고, 부대 모의훈련은 2023년에야 처음 실시했다는 것이다. 북핵에 대응할 전략사령부는 아직도 창설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북한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핵무장”이라고 역설했다.

김민석 대표 “다른 나라 도울 수는 있어도 운명 함께 해주지 않는다”

국방부 대변인을 역임한 김민석 SDF 대표는 “북한이 우리에게 전술핵을 쏜 뒤 ‘열핵무기(수소탄)을 쐈다’고 주장하면 미국이 즉각 핵 반격하기 쉽지 않다”라며 “핵무기 사용을 고민하는 사이 우리 전방은 모두 무너질 것이며, 북한이 우리 영토를 일부 점령한 뒤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핵공격 위협을 한다면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석 대표는 “어느 나라든 다른 나라를 도울 수는 있어도 다른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해주지는 않는다”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명언을 인용한 뒤 “미국이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고 해도 우리는 핵무장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당장 핵무장을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범국민 핵무장 캠페인을 추진하겠다”면서 핵무장 천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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