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 대전환의 7대 트렌드와 세계의 선호 미래
모두가 대전환의 질서라고 말하고 있고, 모두가 불확실성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과연 세계 주요국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무엇이며, 그들은 어떤 미래 국제질서를 열망하고 있을까. 미래한국은 최근 국회 <미래연구원>에서 발간한 ‘미래전략 Insight’보고서를 입수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편집자 주)
2022년 10월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탈냉전 질서가 명백하게 끝났다(the post-Cold War era is definitively over)’고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결코 세계를 경직된 진영으로 나누고자 하지 않을 것이고, 충돌이나 신냉전으로 가는 경쟁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부연하고 있다.
최근 연설에서 옐런 미 재무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으며, 다만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제거)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시장의 힘에대한 지나친 강조와 세계화를 우선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중산층을 약화시키고, 화석연료로부터의 필요한 전환을 지연시켰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질적인 메시지들이 혼란스러우나, 명백한 점은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급속하게 그리고 제한없이 확대되었던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장주도 질서에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변경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국제질서의 대전환). 탈냉전 이후 세계는 체제의 차이에 상관없이 자유무역과 지역 경제 통합에 대한 열망이 확대되었고, 경제적 이익과 고려가 국가전략의 핵심이면서 국제관계를 구성하는 지배적인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탈냉전 3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강대국 경쟁의 부활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의 확대로 인해, 전략적 고려와 국가안보적 고려가 경제적 교류는 물론 국제관계를 구성하는 지배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메논(Menon) 전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도했던 국가들조차도 이 질서를 유지하려고하는 국가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는 과거 30년간 지속된 탈냉전 시대의 대전환을 말하고 있다. 중국은 ‘100년간 본 적 없는 대격변의 시대(百年未有之大变局)’라고 하고, 독일은 ‘시대전환(Zeitenw-ende)’을 이야기하고 있다.
탈냉전의 종언, 불확실성의 시대
그렇다면 탈냉전 시대의 종언, 대전환 이후 국제질서는 어떠한 모습일까? 현재가 과거와 다름은 명확하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지 불확실하다. 2022년 9월 포린어페어즈지 100주년 기념호의 표제는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였다. 탈냉전 질서가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나, 그 변화의 방향과 다가올 다음 질서의 모습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는 다가올 미래 질서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혼란과 변동의 질서를 경험하고 있다.
대전환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오늘날 변화의 흐름들이 미래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미래는 어떠한 모습인지, 그리고 선호하는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들을 놓고 세계 학자들의 견해와 전망, 선호를 공유하고 종합한 것이다. 특히, 세계 담론을 지배하는 강대국들의 인식을 넘어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나머지 국가들(the rest of theworld)의 인식과 선호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최근 강대국 경쟁의 균열에 구속되지 않고 국익에 따라 균열을 넘나드는 나머지 국가들을 주목하는 시각들이 부상하는 이유도 불확실한 미래를 열어가는 데 강대국 뿐만 아니라 나머지 국가들의 인식과 의지 또한 주요한 영향요소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최근 국제질서의 주요한 흐름들을 분석하고, 해외 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전망하는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 가장 선호하는 미래를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대전환의 시대: 세계질서 변화의7가지 트렌드
글로벌 힘의 이동에 대한 충격
미래질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극대화 국제질서의 변화를 촉진해온 첫 번째 트렌드는 글로벌 힘의 이동(power shift), 힘의 분산(power dist-ribution)이다. 특히, 강대국 간 힘의 이동과 분산은 세계 질서 재편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G7에서 E7으로, 서구에서 아시아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급격한 힘의 이동이 국제정치의 핵심 화두였다. 2017년에 발표된 PWC의 2050 미래전망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이 각각 2, 4, 5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미국이 3위로 하락하면서 현재 G7 국가들은 모두 7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후안강(胡鞍鋼) 또한 미국에서 중국으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힘의 이동을 세계 질서 변화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2035년 개발도상국의 GDP가 선진국을 추월하여 글로벌 경제와 투자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이동 전망은 강대국 경쟁의 부활,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Peak China’ 논쟁이 전개되면서, 중국은 미국보다 약한 상태로 유지되고, 미국의 리더십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일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중국 GDP가 2033년 혹은 2028년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과거 전망과 달리, 결국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에서 아시아로,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힘의 이동, 힘의 역전에 대한 논의가 주류적 전망이었으나 최근의 국제질서는 미중 전략경쟁,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힘이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그 흐름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높은 변동성을 가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쇠락과 진영화 질서의 부상
오늘날 다수의 학자들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어샤이머(Mear-sheimer)는 미중 양국이 경제, 군사 분야에서 경쟁하는 진영화된 질서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로드릭(Rodrik)과 월트(Walt)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정치 질서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다수국가에서 국내정치의 우선순위가 변화하고 경쟁적인 지정학이 부상하면서, 경제통합이 중단되고 글로벌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협력도 제한될 것으로 분석했다. 탈냉전 이후 진영과 이념을 떠나 자유롭게 교환되고 교류되었던 경제와 기술, 투자, 자원, 인재들이 이제는 전략 경쟁과 안보적 고려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면서, 기업경영과 R&D협력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국제 정치와 안보 환경이 핵심 고려요소가 되고 있다
다극질서의 부상과 미중 영향권 경쟁
전략적 가치의 상승과 자율성 제약의 동시화
미국 일극질서 이후의 질서에 대해 양극과 다극, 무극(無極) 등 다양한 전망들이 전개되고 있다. 로드릭과 월트는 미국과 중국 중 미래에 누가 더 우위에 있을 지에 대한 합의는 없으나 이 두 국가가 다른 국가들보다 강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며, 미래는 미중 양국이 주도하는 양극질서이거나 러시아, 일본, 인도, 독일 등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국가들이 함께 극을 형성하는 불균등한 다극질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아차리아(Acharya)는 다극, 무극, 일극 등의 유형화에 반대하면서 아이디어, 힘, 리더십 선택이 가능한 복합질서가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함께 미중 양국은 다른 극을 형성하는 국가들, 나머지 국가들을 유인하기 위한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경쟁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나머지 국가들에게 전략적 가치의 상승과 전략적 자율성 제약이 동시에 부상하는 모순적 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경제적 애국주의 심화
오늘날 세계질서 변화의 핵심 트렌드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부상, 보호무역주의의 심화, 강대국 경쟁의 지배라고 할 수 있다. 강대국 경쟁의 부상과 함께 이러한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개방을 축소시키는 트렌드를 강화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경제적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 또한 새롭게 강화되는 담론 중 하나이다. 경제적 애국주의는 국내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다차원적이고 다양한 경제적 개입을 허용하는 틀을 제공한다. 카나(Khanna)는 ‘새로운 경제적 애국주의(new economic patriotism)’는 과거 40년간 지속된 제한 없는 세계화가 아닌 미국인의 이익에 토대한 세계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저마다 자국의 이익, 자국민을 위한 산업정책을 강화하면서 첨단산업 제조시설과 기술생태계를 자국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한 조치들을 확대해 가고 있다.
국제기구 역할에 대한 회의와 비판
유사입장국 소다자주의 확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와 함께 UN, WTO, World Bank, IMF와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부상하고 있다. 다른 체제와 가치를 지닌 강대국 경쟁의 부상으로 점점 더 국제기구 안에서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회의와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22년 9월 유엔안보리에서 추진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점령지 합병 규탄 결의안이 러시아의 반대와 중국, 인도, 브라질, 가봉 등 4개국의 기권으로 부결되었고, 2022년 5월 대북 추가제재안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었다.
2023년 2월 유엔총회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안이 채택되었으나 193개국 중 39개국이 기권 혹은 반대한 바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국제기구의 정통성과 효율성의 약화는 그 역할과 리더십에 중대한 도전을 초래하고 있다. 2022년 4월 옐런 미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 질서의 경로를 다시 그리고 있으며, 세계 2차대전 이후 형성된 글로벌 경제질서의 효과성과 신뢰가 심각히 후퇴하고 있고, 이는 분쟁을 중재하고 신(新)경제를 위한 새로운 규칙들을 발전시켜야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파이낸셜타임즈도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미국 씽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브레튼우즈 2.0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장인 리샹양(李向阳)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UN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거부권 제약 등이 UN 개혁의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렇듯 국제기구의 정책결정의 복잡성과 합의의 제약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소다자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국제기구 내에서 가치균열과 진영화가 부상하면서 강대국은 물론 중견국들도 쿼드(QUAD), 오커스(AUKUS), I2U2 (India, Israel, UAE, US), IFA(India-France-Australia) 등작은 규모로 이익기반, 유사입장국간의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다.
다수와 소수의 딜레마
비서구의 부상과 글로벌 민주주의 세계 인구변화도 미래 국제질서 변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IMF에 따르면 152개국의 개발도상국 인구가 66억 9천명으로 세계인구의 85.33%를 차지한다. 세계는 인구증가율에 큰 차이가 있으며, 결국 2050년 지역별 인구 규모는 더 새로운 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가 2037년까지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 될 것이고, 유럽과 북미는 낮은 출산율로 2030년 후반 인구정점을 찍고 인구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2050년대에는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동 연령 인구를 보유하게 될 것이며, 가장 역동적인 소비자 시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구변화를 반영한 다수화와 소수화의 추세는 중국 등 비서구 국가들이 글로벌 질서의 불평등을 비판하는 데 자주 언급하는 논거이다. 중국은 서구 국가들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항상 ‘소수의 서방국가들’이라고 비판한다. 2022년 9월 유엔인권이사회 제51차 회의에서 파키스탄이 70개국을 대표하여 ‘신장, 홍콩,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정이며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러한 다수 국가들의 지지를 언급하며 ‘소수의 서방국가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강대국 경쟁과 진영화 속에서 소수와 다수의 딜레마는 미래 질서 변화 속에서 주요한 논쟁들을 제기할 수 있다. 브래드포드(Bradford)는 다원화된 세계에서 글로벌 아젠다를 관리하는 방법은 복잡성, 대립, 모순을 현실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다원화되고 변화하는 질서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해 가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가치규범 경쟁의 심화와 균열
강대국 경쟁과 진영화 질서의 부상, 다수와 소수의 딜레마 속에서 글로벌 보편가치와 규범에 대한 도전이 지속 확대되고, 가치이념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발간된 미국 NIC의 2040 미래전망 보고서 「Global Trends 2040: a More Contested World」또한 국제규범의 미래와 관련 미국 주도의 국제규범은 점점 더 많은 논쟁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은 21세기 중엽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1년 말 ‘중국 민주주의 백서’를 통해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를,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권백서를 통해 중국 특색의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 백서 발간 이후 개발도상국과의 공동세미나 주최 등을 통해 중국 주도의 대안적 가치규범 논쟁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22년 EIU의 민주주의 인덱스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167개국 중 완전한 민주주의 24개국, 결함있는 민주주의 48개국, 혼합체제 36개국, 권위주의 59개국으로,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까지 포함해도 민주주의 국가는 43%에 불과하다.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국가 또한 45개국에 불과하다. 결국,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경쟁 구도로 오늘날의 질서를 규정하고 있으나, 가치규범의 균열과 권위주의의 부상이라는 현실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순히 유사 입장국 간의 결집과 연대를 넘어 민주주의 회복과 민주주의 발전의 문제를 고민하고, 다수를 유인하고 다수와 연대할 수 있는 전략적 외교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7가지 세계질서 변화의 트렌드는 강대국 경쟁, 팬데믹, 그리고 전쟁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변화들이 국제정치의 불확실성과 불예측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불확실성과 높은 변동성, 불예측성이 존재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세계 국가들은 저마다의 인식과 선호를 가지고 이러한 변화를 대응해 가고 있다. 로드릭과 월트는 국제정치와 경제에 있어 국가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우리는 미래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미래가 아닌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국가들의 열망과 의지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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