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진보는 노동자에게 유리할까?
기술진보는 노동자에게 유리할까?
  •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24.10.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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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기술진보는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수준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로봇 등과 관련한 최근의 기술진보는 자본이 노동력을 대체하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최저수준까지 낮출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낳았다. 특히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전체 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남에 따라 기술진보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술진보와 노동소득 분배율의 관계에 관한 최근의 논의들을 정리해 기술진보의 파급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저소득층일수록 노동소득에 의존···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은 소득분배의 악화를 의미

개인의 소득수준은 유사 이래로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시작했다. 이는 기술진보 및 자본축적이 인류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술진보 및 자본축적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상승하고 임금도 그와 비례해 상승함으로써 소수의 부유층만이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들의 생활수준도 상승하게 됐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정적 성장을 통상적인 것으로 상정하게 됐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술진보의 특성 및 파급효과에 대한 기존의 견해들이 도전을 받게 됐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일수록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므로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은 곧 소득분배의 악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추세에 대해 다양한 설명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기술진보 및 자본축적에 초점을 맞춘 설명들을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에 관한 다른 설명들로는 자영업자 소득과 관련된 통계적 측정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음).

첫째, 2013년 「21세기 자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피케티(Piketty)는 자본축적에 따라 자본의 양이 점점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익률이 별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자본소득 분배율은 점차 상승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자본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 자본수익률이 충분히 하락해 자본소득의 상대적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를 상정해왔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말하면 자본과 노동 간의 대체 가능성이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경우(대체탄력성=1)에 해당한다. 피케티는 이와 달리 자본과 노동의 대체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대체탄력성>1)를 상정함으로써 자본의 양이 많아지더라도 자본수익률이 별로 하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로런스(Lawrence)는 지난 2015년 피케티와 정반대로자본과 노동의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대체탄력성<1) 전제하며, 기술진보가 자본보다 유효노동력의 크기를 더 빨리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으므로 자본/유효노동력의 비율도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로런스에 의하면 자본소득 분배율이 상승하게 된 것은 자본의 상대적 크기가 감소했음에도 자본수익률의 상승폭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은 로런스의 가정대로 1보다 작고, 자본/노동 비율은 피케티의 주장대로 점차 상승해온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설명은 모두 현실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본의 대체 가능성이 낮은 노동 고유의 영역, 새로운 기술과 자본을 노동력에 대한 보완재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자본을 노동의 보완재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전환 필요

셋째, 데카니오(DeCanio)는 2016년 인간(노동)과 로봇(자본)의 대체탄력성이 2보다 크다면 로봇의 사용이 확대될수록 임금을 낮추고 따라서 노동소득 분배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은 1보다 작은 것으로 믿어지고 있으나 데카니오는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과 보다 유사해질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대졸 근로자와 고졸 근로자의 대체탄력성이 약 2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 론리(Rognlie)는 2015년 실제 자료의 분석을 통해 자본소득 분배율의 상승은 거의 전적으로 주택 부동산에 의한 것이며, 부동산을 제외할 경우에는 자본소득 분배율이 오히려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의하면 자본소득 분배율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피케티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고 자본/노동 비율이 상승하는 통상적인 경우를 상정함으로써 부동산을 제외한 자본소득 분배율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이상의 설명들은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 혹은 자본소득 분배율의 상승에 대해 다양한 가설들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대체 가능성이다. 기술진보의 초기에는 마차가 말의 노동력을 보완해 말의 생산성을 높였지만 기술진보가 더욱 진행돼 자동차가 발명됨에 따라 말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된 것은 기술진보와 노동의 관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앞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본의 대체 가능성이 낮은 노동 고유의 영역, 새로운 기술과 자본을 노동력에 대한 보완재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미래의 기술진보가 자본과 노동의 대체 가능성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적 견해로는 어느 경우든 대다수의 개인들이 빈곤해지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다수의 개인들이 빈곤하다면 신기술과 신기술이 생산하는 수많은 상품들을 구매할 주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일화에 의하면,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 2세가 자동차노조위원장 월터 루더에게 자동화된 공장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저 로봇들에게 어떻게 노조회비를 걷으실 건가요?” 하자, 월터 루더는 “앞으로 저 로봇들에게 어떻게 차를 팔 생각이신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응용경제>편집위원장
 kho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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