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of the Ring (링의 하나님) - 격투기, 전쟁 그리고 신앙
Lord of the Ring (링의 하나님) - 격투기, 전쟁 그리고 신앙
  • 미래한국
  • 승인 2007.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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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도덕은 ‘反戰’ 아닌 ‘反?’을 요구
신앙과 도덕은 ‘反戰’ 아닌 ‘反?’을 요구 김철호, 장정구, 홍수환, 박종팔, 유명우. 온 국민 남녀노소가 권투를 보며 환호하던 시절, 흥분으로 떠올리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 챔피언들의 이름이다. 세계적으로도 1970년, 1980년대는 권투가 최고의 흥행스포츠로 자리매김을 할 때였다. 스포츠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무하마드 알리, 슈가레이 레너드, 마빈 헤글러, 마이크 타이슨 등의 이름이 귀에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TV 등 미디어를 들여다보면 권투는 온데 간데 없고, 그 자리를 K1, 프라이드, UFC 등 이종격투기가 차지하며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있는 듯하다. 미국 이종격투기협회에 해당하는 UFC의 경우 작년 한 해 2억 달러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최홍만이 K1으로 전향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로 이종격투기를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곱지 않은 것 같다. 킥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모든 싸움기술이 동원되는 경기가 혈흔이 낭자하고 잔혹하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이유로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1996년 이종격투기를 ‘인간 닭싸움’에 비유하며 폐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의료협회 등 일부 시민, 교육단체들도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의 싸움을 부활시킬 수 없다”면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이종격투기에 대한 예찬론자들도 많다. 이종격투기가 일시적 외상을 많이 입히기는 하지만 머리에 지속적 충격을 가하는 권투보다도 오히려 안전하며, 현란한 기술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대표적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앙을 고백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아홉 차례 UFC 세계챔피언을 지낸 매트 휴스는 “경기 전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하며,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고 감사할 뿐”이라며 신앙을 고백했다. 그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내게 힘주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성경구절이 제일 먼저 인용돼 있다. 금년 UFC 챔피언을 지낸 랜디 쿠처, 그리고 디에고 산체스, 앤더슨 실바 등의 스타들도 이종격투기를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볼 때 격투기는 유도, 레스링 등과 마찬가지로 삶에 대한 투지와 신앙의 열심을 불태울 수 있는 스포츠이자 도구이다. 물론 일부 지지자들이나 선수들의 이러한 입장이 이종격투기 전체를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호전적인 스포츠가 국민성(怯)과도 관계가 있고 국가의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로마의 검투사 경기의 경우 현대에서 볼 때 퇴폐와 생명경시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기원을 살펴보면 군인들과 국민들이 평화가 주는 안락과 나태에서 벗어나 국제질서의 냉엄한 현실인 전쟁을 되새기도록 한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언뜻 생각할 때, 평화를 사랑한다는 신앙인이나 지성인들은 호전적인 싸움이나 전쟁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이나 도덕이 싸움과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반대할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보스턴 = 김범수 특파원 bum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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