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도로
노래하는 도로
  • 미래한국
  • 승인 200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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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자동차로 충북 청원과 경북 상주 간 고속도로 하행 길을 달리다 보면 나지막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귀에 익숙한 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도로! 자동차 바퀴와 도로의 마찰음으로 어떻게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축음기의 원리를 이해하면 이 ‘노래하는 도로’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소리는 곧 진동이다. 물체의 진동은 주변을 둘러싼 공기를 진동시켜 진동파의 형태로 퍼져 나간다.축음기는 음파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기계다. 일단 소리를 모으기에 좋은 나팔 모양의 관이 필요하고 이 관의 끝에 작은 진동에도 잘 떨 수 있는 얇은 막을 매달아야 한다. 막은 파형을 기록할 만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끝이 날카로운 물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 날카로운 물체가 파를 새길 수 있을 만큼 무른 기록장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순간이 아니라 전체 소리를 새겨두기 위해서는 기록판이나 축음기 자체 둘 중 하나가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움직여야 한다. 위의 과정을 녹음이라고 한다면 재생은 그 역순이다. 즉 기록된 파형에 따라 떨리는 바늘의 움직임이 막으로 전달되고 이 소리가 나팔 모양의 관을 통해 확대된다. 기존의 축음기 바늘이 세로로 움직이던 것에 반해 가로 형태로 바뀌면서 기록 매체도 원통형으로 수직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원반 형태로 제작되는데 흔히 ‘레코드판`이라고 불리는 LP가 그것이다. 모터를 이용해 LP를 회전시켰고 기록 매체는 합성수지로 하나의 틀을 만들어 같은 음반을 대량으로 찍어냄으로써 음반 사업이 발달했다. 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팔관 대신 마이크가 소리를 모으는 장치로 쓰였고 기록부분까지 전달하는 것도 본래의 진동이 아니라 마이크를 통한 전류와 자기의 강약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진동을 통해 LP에 최종적으로 기록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 후 광학 매체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CD 플레이어는 음파의 정보 자체를 기록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진동을 기록하는 것을 아날로그라고 한다면 디지털은 말 그대로 디지털 신호를 기록하는 것이다. CD에는 디지털 신호파 형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를 통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파형으로 바꾸어 준다. 일상생활에서도 축음기의 기본 원리를 이용해 간단히 재현해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장난감 대용으로 사용했던 ‘실 전화’를 떠올려보자. 실 전화는 두 개의 종이컵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실로 연결한 다음 팽팽하게 당겨 사용한다. 그리고 한쪽 종이컵에 대고 말을 하면 크기는 작더라도 반대편 컵에 귀를 대고 들을 수 있다. 한쪽 종이컵의 진동을 실이 반대편 컵에 전달해 상대방의 귀에 닿으면 감각기관이 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노래하는 도로에서는 도로가 기록장치가 되고 바퀴가 날카로운 물체가 된다. 도로에 멜로디의 음파를 기록해 두면 바퀴가 음파를 재생해 흥겨운 노래를 연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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