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은 정치권력
바뀌지 않은 정치권력
  • 미래한국
  • 승인 2009.04.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정부 1년, 좌편향 10년의 그늘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어가지만 좌편향으로 기울었던 10년의 그늘은 아직 정부 부처 곳곳에 넓게 드리우고 있다“과거 정부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한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유능교수’로, 상대적으로 노출이 제한됐던 보수인사들은 ‘무능교수’로 낙인찍혔고, 이 결과는 현정부 지지자들이 퇴출되는 현상으로 귀결되고 있다”지난 3월 25일을 기점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하고도 1개월을 넘어섰다. 2위 후보와 531만 표 차이로 압승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정부 부처 장관들을 바꾸고, 노무현 정부의 좌편향 코드인사들을 뽑아내는 개혁을 나름대로 추진했다. 좌편향이 심각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문화부 산하 주요 기관장의 교체율이 94%에 이르는 등 외형적으로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사들이 대폭 기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취임 후 1년이 지났지만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계속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부 부처 곳곳에 형성된 좌파 잔재가 넓고 깊게 드리워져 있어 새 정부가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공무원 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작전명, 코드 인사 척결. 취임 후 문화계내 좌익 인사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모습. 사진은 지난해 2월 27일 취임식 때 모습
“문화계는 전선(戰線)이었다”지난 1년간 정부 부처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을까. <미래한국>은 10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문화 권력’으로 불렸던 ‘문화체육관광부’, 친북 정책을 추구했던 ‘통일부’, 정부의 각종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의 실태를 돌아봤다.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권층이 문화를 정치 이념과 사회의식 개조의 도구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문화계는 전선(戰線)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문화부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등장해 좌파 문화 운동 인사들이 문화 정책을 입안하고 돈줄을 쥐는 위치에 올랐다. 요즘 ‘실종’이라는 영화에서 연쇄 살인마로 등장하고 있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는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노사모의 일원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제1기 1차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영화계에서 부와 권력을 잡은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예총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소수단체이지만 한국 예술계를 대표하는 예총을 따돌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이권을 차지해 왔던 민예총 역시 김명곤 전 국립극장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위원장 등을 배출하며 문화계의 요직을 독식해 왔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은 스스로 물러나라”면서 노 정부 코드인사 척결을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공개석상에서 요구해 왔다. 당시 사퇴 대상으로 지목된 인사는 민예총 출신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위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철호 국립국악원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영화잡지 씨네21 편집장을 역임한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 박래부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고석만 문화콘텐츠진흥원장 등이었다. 유 장관의 발언 이후 이들 코드인사들은 자진 사퇴와 해임 형식으로 물러나 현재 문화 관련 33개 단체 가운데 31개 단체장이 교체됐거나 공석인 상태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계속되는 사퇴 압력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결국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해임됐다. 좌파코드, 여전히 ‘영진위’ 장악하지만 기관장이 물러났다고 코드인사들이 다 물러난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먼저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출범해 영화계의 자금을 운용하는 ‘문화권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경우 현재 제4기 강한섭 위원장을 필두로 9명(위원장 포함)의 영진위원들이 세워졌지만, 현재 9명의 위원들은 여전히 2005년 5월 노무현 정부 시기 세워진 3기 위원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3기 위원들 중에는 북한군을 친밀하게 묘사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자 심재명 MK픽쳐스 대표와 지난해 국회 문광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진위로부터 편파 지원을 받았다는 시비가 있었던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이사장 김동원 씨 등이 포함돼 있다. 김동원 전 영진위 위원이 속한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심재명 전 영진위 위원이 현재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여성영화인모임은 지난해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영진위에서 받은 영화발전기금을 쇠고기 촛불시위에 참여해서 촛불집회의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지적도 받았다.영진위 위원의 선정은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먼저 거친 뒤 문화부로 넘어가게 되어 있는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전(前) 위원 중에 5명이 추천위원회를 결성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지난해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노무현 정부에서 세워진 3기 영진위 위원들이 자신들과 코드가 비슷한 인물을 추천함에 따라 현재 4기 위원들도 좌편향적인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4기 위원들이 심상민 부위원장이 88년에 대학을 졸업했고, 김세훈ㆍ민병천ㆍ이미연ㆍ오정완 위원 역시 87년에 대학을 졸업한 386세대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영진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현재 4기 위원들은 58년생인 강한섭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위원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들이다. 1,100억원 예산 문화예술위,‘빨치산의 딸’ 작가상 수여더불어 한 해 1,1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출판·공연 등에 지원하는 문화 예술계의 큰 손 ‘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빨치산의 딸’이라는 소설을 집필했던 정지아 작가의 작품 ‘봄빛’을 2008년 올해의 소설로 선정하기도 했다. ‘빨치산의 딸’은 지리산을 배경으로 부모의 청춘을 옮긴 소설이며 정지아 작가는 공안당국에 오랫동안 수배됐었던 인물이다. 2005년 8월 출범한 문화예술위는 한 해 1,100억 원의 예산을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문화부 산하 기관으로 소수인으로 구성된 좌파성향의 민예총(민족예술인총연합)에 편파적인 지원을 해온 단체이다. 통일부의 사정은 어떠할까. 통일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호의적이었던 김하중 전 장관이 물러나고 올해 3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입안한 현인택 장관이 취임하면서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의 인권개선 조치를 촉구하는 등 일방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던 과거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 장관은 더불어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정책의 목적은 비핵화와 더불어 남북이 공존 상생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한걸음 나가는 것이며,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추구해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통일부도 장관은 바뀌었지만 좌파적 성향을 가진 코드인사들은 여전히 실무진에 포함돼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실현할 수 있는 원칙을 가진 통일부 장관이 제2기 개각으로 세워졌지만 차관 이하 국장과 과장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대북 포용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홍보했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전직 관료는 “과거 정권에서 햇볕정책의 홍보에 적극적이었던 관료들이 오히려 ‘실용’과 ‘유능’을 빌미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부의 그래샴 법칙이러한 우려는 통일부 산하 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일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담당하는 통일교육원. 이곳에서도 앞서 소개한 통일부의 전직 관료는 “통일교육의 일선 담당자인 통일교육원 교수들 중 많은 인사들이 지난 10년간 공채를 빌미로 채용되었고 이들은 전 정권과 성향을 같이하는 지식인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 정부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내·외부 강의를 많이 맡은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유능교수’로, 상대적으로 내·외부 강의를 제한받았던 보수 인사들은 ‘무능교수’로 낙인찍혔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현 정부의 정책 지지자들이 퇴출되는 그래샴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보수 인사들이 통일 관련 강연에서 쫓겨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벌어지기도 하였다.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는 지난해 8월 국제외교안보포럼의 제 379차 토론회 (‘바람직한 대북정책, 주도세력과 시스템’ 주제) 강연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위원들을 상대로 한 새 정부의 통일정책 관련 강연에서 보수 인사들이 신체적인 위협을 받기도 하고 강연 도중 자문위원들의 고성 항의로 강연을 마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국내외 통일 여론을 수렴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대통령의 통일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건의하는 헌법기관이다. 2007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활동하는 제13기 총 1만6,781명 자문위원들의 상당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위원들이어서 향후 위원 교체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산하 각종 국책기관의 책임자 공모 시 보수 인사들이 기용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이다. 송 교수는 동 강연에서 “책임자를 심사하는 위원들이 아직도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좌파 정부 종식을 위해 적극 투쟁하고 대북포용정책을 반대한 인사들은 응모를 하여도 3배수 후보조차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자기 사람들을 심어놓고 나간 수법은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의 감사 임용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정양석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대선패배가 확실히 예상되는 지난해 12월 18일 그리고 대선 패배 후인 12월 28일과 1월 초에 공기업 감사 10명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한 “참여정부의 정권 말기인 2007년 7월부터 퇴임 시까지 임명된 28명의 감사 중 21명인 75%(2008년 10월 기준)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감사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코드인사 중에서 아직도 거액의 월급을 받는 감사들은 상당수 지난해 감사원의 공공기관 감사에서 방만 경영과 부패사항을 지적받은 바 있다. 제 17대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신용보증기금 상임감사 박철용 씨,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통령자문위원을 지낸 기술신용보증기금 감사 남수현 씨, 노무현 정권 하에서 헌법재판소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던 한국관광공사의 감사 강윤원 씨 등이 부당한 공금 사용 등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이중 강윤원 씨는 현재 사퇴했으며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된 유흥업소에서 3,314만원을 불법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박철용 씨는 아직도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 교체 지연에 MB 지지층 분열물론 “공무원들에게 내 뜻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1급 간부 7명이 사표를 내서 2명이 수리됐다. 국세청 1급 3명, 국무총리실 1급 8명, 농림수산식품부 1급 4명이 불과 며칠 사이에 사표를 제출하는 ‘1급 물갈이’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정도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전 통일부 산하 기관의 인사는 “좌편향적인 금성 교과서 수정 논란으로 교과부에서 1급 물갈이가 이루어졌지만, 수정된 교과서에 여전히 좌편향적 서술이 많은 것처럼 다른 부처에서도 정책을 입안하는 실무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통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 다른 정권으로 교체되면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택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책으로 입안하고 집행할 사람들이 정부 부처에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어가지만 좌편향으로 기울었던 10년의 그늘은 깊고도 넓게 정부 부처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새 정부가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거부한 좌파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주도 내지 지지한 인사들을 기용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후보 지지 세력을 낙담하게 하고 분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좌파 정권 종식을 위해 투쟁해 온 전문가와 건전보수인사를 발탁하는 자세로 인재를 널리 구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한 보수 인사의 지적을 곱씹어 보게 되는 시점이다.#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