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vs. 부시 중동정책, 어떻게 다를까
오바마 vs. 부시 중동정책, 어떻게 다를까
  • 미래한국
  • 승인 2009.04.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
▲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중동투어의 일환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부시 _ 이란 지도자 배제 중동민주화 지지오바마 _ ‘이란 이슬람 공화국’ 인정 조건 없는 대화 시도“재미 있는 것은 이란의 대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행정부 때와 거의 180도로 변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 손을 뿌리치고 있는 것이다”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유 확산을 통한 폭정종식이라는 조지 부시 전임 대통령의 중동민주화 구상을 접고 미 국익에 부합한 ‘안정된 중동’이 주된 특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페르시아력으로 새해에 해당하는 지난 3월 20일 이란사람들을 향해 신년축하 인사를 했다. 약 3분간 연설된 이 인사 내용은 그가 부시 전 대통령과 얼마나 중동 특히, 이란에 대한 입장이 다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는 연설 대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나는 이란 사람들과 이란 이슬람공화국 지도자들에게 직접 말하고 싶다. 나는 새로운 시작과 함께 이란 지도자들에게 명확하게 말하고 싶다. 우리 행정부는 앞에 놓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에 집중하고 미국, 이란, 국제사회 간 건설적 유대관계를 추구할 것이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이란 지도자들을 향해 연설한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 지도자들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이란주민들을 향해 연설했다. 부시는 이란 정권은 악의 축으로 신뢰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란 지도부와 이란주민 사이를 갈라놓는 연설을 해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페르시아력 신년축하연설에서 “미국은 이란 사람들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란 지도자들은 우라늄을 농축하려는 열망으로 위대한 나라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사실상 이란정권 교체를 묵시적으로 지지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이런 접근이 오랫동안 시도되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희망사항 보다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오바마 대통령이 신년인사에서 이란을 ‘이란이슬람공화국’이라고 두 번이나 부른 것도 싫더라도 이란 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 정리로 분석된다. 그동안 미국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이슬람신정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란을 그들의 공식국가명인 ‘이란이슬람공화국’이라고 부르지 않아왔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을 공식 국명으로 두 번이나 부른 것은 미국이 이란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축하연설에서 이란과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이란이 테러 혹은 무기로는 국제사회에서 바른 자리를 잡지 못한다. 이란 사람들과 문명의 진정한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은 평화적인 행동을 통해서다”고 막연하게 이란 핵개발 문제를 말했다. 이란의 핵무기용이라고 명확히 말했던 부시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미국 관리들이 이란 관리들과 만나는 것을 금지해 온 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 외교관들이 이란측 상대를 만나려면 공식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이라며 상종을 거부해 온 소위 ‘폭군’들과 사전 조건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는 자신의 이 말대로 취임 후 이란에 그런 접근을 시작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현실적 태도는 지난 3월 27일 발표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략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이날 4,000명의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 발표한 증원 병력 1만7,000명에 이어 총 2만1,000명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증원되는 것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치안확보와 아프간 치안병력 훈련 등에 치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를 가져오겠다는 말을 일체하지 않고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만 꼬집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은 2001년 야만적으로 이곳을 억압했다. 우리의 이익은 증오의 이념 대안으로 번창하는 민주주의를 이곳에 세우는 것이다. 극단주의자들은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안정을 위해 이란을 포함, 주변국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부시 행정부 때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안정을 위해 이란과 접촉하라는 권고들을 이란은 악의 축이라며 무시해 왔다. 결국, 전 세계에 자유 확산을 통해 폭정을 종식시켜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대구상이 오바마 행정부에 와서는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란의 대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 때와 거의 180도로 변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 손을 뿌리치고 있는 것이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오바마가 새해 첫날부터 우리를 모욕했다”며 “오바마 정부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볼 수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이란국가지도자운영회 의장도 지난 3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축하연설 내용은 변화 의지가 없는 허울 좋은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상대가 폭정이라도 인정하고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이상, 이란의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계속 저자세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입장은 이란 억압체제에 핍박받는 이란 일반인들의 인권을 외면하나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키아누쉬 산자리 이란 반체제 인사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 보낸 편지에서 “이란에는 당신이 취임 후 폐쇄한 관타나모 수용소 같은 시설이 많이 있다. 이란의 그 비인간적인 수용소 생활을 겪었던 우리는 인권, 자유, 평등을 지키라는 당신이 자유를 위해 싸우려는 이란 사람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현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인정하고 대화하려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을 최대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란에 호전적인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탄야후가 이스라엘 총리가 됨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 유력해 그와 정반대인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이상민 특파원 smlee@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