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한일전이 남긴 것
WBC한일전이 남긴 것
  • 미래한국
  • 승인 200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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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
▲ WBC 결승에 진출한 한국 야구팀
지난 3월 24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한일전을 지켜보던 한국 국민들은 3대 2로 한국이 뒤처진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 천금 같은 적시타를 날린 이범호(한화)에 환호했다. 이날 결승전은 외신들도 ‘세기의 대결’이라고 부를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연장 10회에 들어 2아웃 상황에서 투수 임창용(일본 야쿠르트)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치로(시애틀)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하면서 2루타를 맞아 2실점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오히려 값진 준우승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야구가 끝난 뒤 김연아 선수가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꺾고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하면서 한일전의 흥미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WBC의 독특한 대진방식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번이나 맞붙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대회를 앞두고 “안팎의 모든 상황이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일본 또한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여기에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려는 일본이 심기일전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 싸움은 하늘을 찔렀다. 뭐든지 일본만은 이겨야 한다는 한국의 지독한 자격지심(?)도 원래 말수가 적지만 일장기만 달면 말수가 많아진다는 이치로를 만나 폭발했다. 이치로는 2006년 제1회 WBC 한일전을 앞두고 “30년 동안 일본을 절대 이길 수 없도록 만들어주겠다”고 말해 한국팀을 전의에 불태우게 했던 인물. 이번 WBC 대회 결승전을 시작할 때 지상파 방송의 한 야구 캐스터는 “야구공은 둥글다”는 말로 중계를 시작했다. 그렇다. 야구공이 둥글기 때문에 한국은 본래 이번 대회 1라운드 진출이 목표였지만 4강을 넘어 우승까지 넘볼 수 있었다. 역대 최강이라고 불렸던 일본 대표팀, 메이저리거가 아닌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더 쉬웠던 베네수엘라 대표팀을 무찌를 수 있었던 건 야구공은 둥글고 야구는 ‘분위기’라는 법칙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초반 선취점을 먼저 뽑아내는 것, 실책을 범하지 않는 것이 이번 대회의 주된 승부처였다. 물론 그동안 언론에서 수없이 보도된 대로 부진한 선수도 끝까지 믿어주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 철학 때문에 초반 부진했던 추신수(클리블랜드)도 결승 진출을 앞두고 벌어진 베네수엘라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홈런을 뽑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3월 28일 SBS 8시 뉴스에 출연한 대표팀 1번 타자 이용규(기아)가 야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야구는 희생이다”고 말한 것처럼 한국팀은 이번 대회 우승팀 일본보다 많은 4명의 올스타(김태균, 봉중근, 이범호, 김현수)를 배출할 정도로 투수·타자 할 것 없이 모두 골고루 잘해줬다. 하지만 아무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 한국팀이 잘해줬더라도 준우승 이후의 평가는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가 놀란 한국 야구’라는 외신의 평가와 자화자찬이 섞인 말 뒤에 숨겨져 있는 진짜 한국 야구의 현주소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열렸던 5번의 한일전 가운데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역시 9회말에 동점을 만들고도 분패한 결승전 그리고 도쿄돔에서 일본에 콜드게임때 수모를 당한 일본과의 첫 번째 경기였을 것이다. 이때 한국의 투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일본과 가진 5번의 경기에서 2번이나 승리를 이끌었던 ‘의사 봉중근(LG)’,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불렸던 김광현(SK)이었다. 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등장한 봉중근은 이미 이번 대회에서 일본전에 자주 선발투수로 등장하며 분석력이 뛰어난 일본팀에 볼 배합과 투구 스타일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에서 등판했고, 김광현도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직구를 일본 타자들로부터 공략 당한 상황에서 첫 번째 한일전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가 충분히 분석하고 공부했던 투수를 내보냈던 것, 그것이 결국은 모두 패배로 이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한국타자들은 일본투수 이와쿠마(라쿠텐)를 만나 3회까지 출루 조차 하지 못했다. 반면에 한국에 동점을 허용하고도 이치로가 연장 10회초 2아웃 상황에서 2점 적시타를 날렸던 상황은 내심 자타가 공헌하는 대표타자 ‘이치로’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2회 WBC가 막을 내리고 이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하면서 들떴던 한일전의 분위기도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한창 우리도 일본처럼 ‘돔구장을 짓자’고 했던 말과 국위를 선양했던 선수들에게 ‘병역특혜를 줘야 한다’는 말도 언제 사그러들지 모를 일이다. 4년 후 제3회 WBC 대회가 열린다. 그때에도 또 이런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외치다가 끝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인식 감독(한화)은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위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제는 야구와 같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일본이 한국의 투수를 철저히 분석했던 것처럼 일본에게서 배울 점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위대한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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