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작가 시오노나나미가 말하는 해적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작가 시오노나나미가 말하는 해적이야기
  • 미래한국
  • 승인 2009.04.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ㅣ일본 문예춘추 3월호 시오노 나나미 작가
“해적을 이용한 것은 중세 때는 이슬람교도이고 터키제국이었다. 요즘 세상이라면 테러리스트라든가 유엔에서는 자리를 나란히 하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경쟁 세력 감소를 바라는 어느 나라일는지도 모른다”15년이나 걸린 ‘로마인 이야기’의 후속은 한 권으로 끝내는 가벼운 작품으로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해적(浿賊)을 시작으로 로마제국 멸망 후의 중세를 시대극 액션물로 써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뜻밖에도 해적이란 꽤 까다로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이렇게 되면 나는 글쓰기가 왜 까다로운지 납득이 갈 때까지 펜을 움직이지 않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그 방면에 대한 조사와 고찰을 한 끝에 한 권으로 끝내지 못하고 두 권이 돼버렸다.해적이 어째서 꽤 까다로운 존재인가 라는 하는 것이 관심사이다. 먹고 살 수 없으니 해적이 됐다는 견해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먹고 살 수 없다고 해도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눠지기 때문이다.첫째, 이를 악물고 현재를 참고 견뎌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찬찬히 쌓아가는 것과 둘째, 타인의 것을 빼앗는다는 손쉬운 방법을 먹고 사는 방법으로 하는 삶이다.이것이 육상이라면 농민과 산적이 되고 해상에서는 교역업자와 해적으로 된 것이 중세 지중해 세계였다.즉 양자 모두 처음에는 먹고 살아갈 수 없다는 상태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기야 교역업자라 하더라도 처음에는 해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해적 비슷한 행위는 했었다. 만약 이대로 역사가 진전됐었더라면 중세 지중해는 해적이 화려하게 활극을 벌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활극을 쓰게 됐을 것이다.얼마 지나고 나니까 기독교도와 여전히 해적에 전념하는 이슬람교도로 나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지중해에 국한되는 이야기이고 이슬람세계 중심이었던 동양은 다르다.어떻든 나는 교역과 해적의 분기점은 종교의 다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법 정신의 유무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바꿔 말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한다면 엄벌에 처한다 라는 사회 전체의 의지가 강하냐 약하냐에 달려 있다.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산 채로 맹수의 먹이가 된다는 최고 극형에 처해진 것은 해적이나 산적의 두목이었다.하지만 손쉽게 빨리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도 있다. 해적도 위험이 따르는 법이니 직접 참여하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이기 마련이다. 그 소수를 없애면 언젠가는 해적 문제도 해결될 텐데 역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중세 해적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소수의 무법자가 허용된 것은 그 주변에 누군가 해적 노릇을 하니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해적의 가족 친척이라든지 해적에게 무기나 선박을 제공하는 자라든지 해적이 약탈해온 물건의 판매나 인질의 처우에 관여한다든지 해서 해적과는 이해가 일치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이런 종류의 공동체가 성립되면 해적의 활동이 심해진다. 왜냐하면 비즈니스화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영리사업이 되면 투자에 상응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박이나 무기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면 바다가 약간 험하더라도 일하기 위해 출동하기 마련이다.이쯤 되면 수익은 늘어가고 해적 노릇은 확실히 이익이 많은 비즈니스라는 점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세상에서든 손쉽게 빨리 돈을 벌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이 비즈니스에 나서게 된다.이렇게 해서 해적공동체는 강대화되고 반드시 누군가 이를 이용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표면에 나서지 않고서도 적이나 라이벌에게 타격을 주기에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해적을 이용한 것은 중세 때는 이슬람교도이고 터키제국이었다. 요즘 세상이라면 테러리스트라든가 유엔에서는 자리를 나란히 하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경쟁 세력 감소를 바라는 어느 나라일는지도 모른다.이렇게 되면 해적의 출현은 심해진다. 해적을 쫓아버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적은 배후에 있기 때문인데 만약 이 나라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이라도 행사하면 모든 해적 대책은 우왕좌왕하다 중단될 수 밖에 없다.소말리아 앞바다나 말래카 해협의 해적 문제도 여기까지 진전되기 전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인 지금 해적을 하더라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먹고 살기 어려운 가난한 자들이니까 라는 등의 동정을 하다가는 문명사회의 붕괴에 힘을 보태는 결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무법이 어깨를 재면서 살 수 있게 되면 정직하게 사는 일반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이탈리아도 EU의 일원으로 소말리아에 출몰하는 해적 대책으로 군함을 파견하고 있다. 얼마 전 임무 기간을 마친 구축함이 남부 이탈리아에 있는 군항으로 돌아왔다.구축함은 소형의 고속함으로 기습이나 경계나 선단의 호위 등에 적합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상태의 소말리아 해적이라면 구축함으로 충분하다는 얘기이다.그런데 이탈리아 해군에는 보다 대형으로 미사일도 탑재하고 있는 순양함이 있다. 이 배는 안드레 도리아. 중세 후기 지중해에서 해적을 상대로 용맹을 떨쳤던 콜럼버스와 동향인 제노바 출신의 해장(浿將)이다.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순양함 안드레 도리아호가 파견됐었다면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해적을 상대로 본격적인 해군 출동이 필요해졌다는 얘기인 즉 이렇게 되면 중세를 재현해 역사를 거꾸로 올라가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단호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번역·이영훈 객원해설위원·교포교육연구소 대표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