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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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09.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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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1세기 대전략 (Grand Strategy)
▲ 이춘근 교수
▲ 스테판 보스워스 미국 북한특사가 3월 9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보스워스 특사는 김정일을 만나 미북문제에 대해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미국 패권의 아시아 이동은 황당한 말...미국은 중국·일본·인도 중 한 나라만 자기편으로 확보하면 패권 이동을 막을 수 있다”“북한에 대한 최대 위협국가는 중국이다...북한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 된다”이춘근 政博·이화여대 겸임교수미국의 동북아시아 및 대북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전략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유명한 전략가 존 M 콜린스는 국가의 대전략이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여건 하에서 국가안보상의 제 목적을 만족시키기 위한 국력의 적용”이라고 넓게 정의했다. 국가의 대전략이란 한 가지 특정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과 방법, 국가의 존재 이념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인 것이다.냉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70년대, 특히 카터 대통령 시절 미국이 소련은 물론 세계 각국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을 때 많은 식자들은 미국은 대전략이 없는 나라이며 기껏해야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는 문제해결만이 있는 나라라고 조롱했다. 소련은 장기적인 안목의 전략이 있는데 미국은 단기적인 전술이 있을 뿐이라고 비하되었으며 월남전에서 보듯 미국은 전투에서는 다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지고 만 나라라고 저평가되었다.전략이 있다던 소련은 역사의 잿더미 속에 묻히고 말았고 전략은 커녕 그때 그때 문제 해결에 급급했다는 미국은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유일 초강대국, 세계의 패권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도래는 역설이나 반칙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의 대전략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이 경제위기 때문에 패권국의 지위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견해가 도처에 팽배해 있다. 미국의 대전략에 대한 올바른 관전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충하는 말들이다. 미국은 이번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더욱 막강한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미국의 대전략은 우선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들과 대전략의 지향점이 전혀 다르다는 특징을 갖는다. 미국은 패권국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현상유지적인 전략을 추구한다. 반면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는 현상타파적인 대전략을 가진다. 자신의 지위를 현재보다 상승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상 타파적인 국가들은 자신이 그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전략을 수립한다. 반면 이미 1위 자리에 오른 미국의 대전략은 다른 나라가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미국은 월남을 정복하려 하지 않았고 이라크를 정복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월남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했고 이슬람 대제국이 건설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월남전쟁의 성격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이 아니라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대결이라는 사실을 늦게나마 알아차린 미국은 서둘러 월남전을 종결시켰다. 월남의 민족주의는 중국의 공산주의적 제국주의에 대해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저항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오사마 빈 라덴은 물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이슬람 대제국 건설의 꿈을 꾸는 사람들 중 하나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후 이라크에 보다 친미적인 정권을 세웠고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음으로써 이슬람 대제국 건설의 꿈을 효과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오바마는 서툴기는 했지만 이란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지중해로 몰아넣고 이슬람 대제국 건설의 주역이 되고 싶다는 허망한 꿈을 꾸고 있는 아크마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보다 온건한 대통령으로 바꾸고자 시도했다. 이란은 대통령을 선거로 뽑는 나라며 앞으로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오바마 시대에도 역시 미국의 대전략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거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상당수 지식인들조차 ‘미국의 패권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거나 믿고 있다. 아시아가 하나가 아닐진대 어떻게 그런 말이 가능한가. 미국은 아시아의 패권 후보국인 중국, 일본, 인도 중 어느 한 나라만이라도 자기편으로 확보하고 있으면 미국 패권이 아시아의 어떤 나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빌 엠못은 부시 대통령의 대전략 중 탁월한 성공 사례의 하나로 인도가 미국편으로 다가오게 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도의 핵폭탄 계획까지 인정하는 대가로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경합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 대국 인도를 미국 편으로 가져다 놓았다. 인도와 일본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패권 도전을 한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한반도에서도 역시 미국의 대전략은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대전략에서 북한은 무엇일까? 미국 국력의 수백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헐벗고 굶주린 독재국가 북한을 미국은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북경대의 차오위즈 교수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도록 방치한 것은 중국의 대실책이었고 그보다 더 큰 실책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국과 접촉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결국 중국 동북3성의 3억 인민이 북한의 핵무기 위협 아래 놓이게 되었다고 탄식한다. 미국의 대전략을 정확하게 읽은 중국학자의 날카로운 분석이다.중국은 그동안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오로지 미국만을 위협하는 것이지 중국의 안전과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냉전적 발상이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북한에 대한 최대의 위협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이 말하는 동북공정의 논리는 북한은 없다는 뜻이 아닌가.미국의 대전략 중 하나는 북한을 미국 편이 된 나라로 만드는 일이다. 북한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 요충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한다면 북한의 안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북한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 된다. 북한도 이제 탈냉전 시대의 대전략을 읽기 시작했다. 문제는 김정일은 도저히 탈냉전 시대의 대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부시는 그토록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역설했던 것이다. 레짐 체인지가 이루어진 북한이라야 비로소 미국의 대전략이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이 같은 미국의 대전략적 발상은 오바마의 경우라도 부시와 별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자유기업원 부원장(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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