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식’ 경제위기 대응, 문제 있다
‘BBQ식’ 경제위기 대응, 문제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04.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길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은 한마디로 ‘BBQ(Big, Bold and Quick)’식이다. 즉 정부지출을 크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관찰된다. 하나는 전문가들이나 정책당국이 경제위기의 본질적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 혈세의 낭비와 그에 따른 향후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점이다. 정부의 2009년 예산은 당초 규모에서 경기대책으로 10조 원이 추가됐다. 그리고 최근 불과 석달 만에 29조 원 규모 추가경정(추경) 예산이 국회에 제출됐다. 추경은 통상 2조~3조 원 규모이고 역대 최대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차 추경으로 13.9조(세출 6.7조, 세입 7.2조) 원이었다. 금번 추경 29조 원은 GDP의 3% 규모로, 이는 2009년 감세 및 지출증대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이 각각 GDP의 1.9%, 2.1%, 1.4%인데 비해 훨씬 높다. 추경 편성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부의 설명은 민생안정, 경기회복, 성장잠재력 확충, 일자리의 유지 및 창출이다. 정부는 추경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적시성(timely), 집중성(targeted), 일시성(temporary)을 천명했다. 물론 의도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서류상 세우는 것은 쉬우나 집행과정 실현은 쉽지 않으며 때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마치 ‘정부지출 증대로 소비를 진작하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주장했던 죽은 케인즈가 무덤 속에서 부활하는 느낌이다.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명을 포함한 경제학자 300여 명이 오바마 대통령의 지출확대정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유력 일간지에 발표했다. 성명서는 “지출확대가 경기회복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희망사항일 뿐 역사적 경험에 의해 뒷받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많은 사업들이 때를 놓치고, 지출의 상당부분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며, 한시적 조치가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재정팽창이 경기회복을 가져온다고 해도 2009년 유효수요 부족을 메우려면 그 추경은 2007년에 이미 편성되었어야 했으며 2008년에는 집행 중에 있어야 한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효과성)과 일을 제대로 하는 것(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네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최선의 경우는 가장 올바른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며, 최악의 경우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효과성과 효율성을 국가경영에 대입·해석해 보면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일사분란하게 해치우는 경우가 많다.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사업 중 애초부터 하지 않았어야 할 사업을 감행해 예산낭비가 있었던 사례나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실기하거나 엉뚱한 대상에게 집행된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과연 금번 추경은 예외일까? 혹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재정이 건전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다소 헤프게 써도 괜찮지 않느냐면서 ‘슈퍼추경’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또한 재정 건전성을 따질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며 추경의 규모에 구애받아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순이고 잘못이다. 우리 재정이 세계적으로 모범적이고 건전하다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왜 건전한 재정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우리 정부는 우리 자신의 경험과 외국 사례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잘못된 처방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내성을 길러 치유를 불가능하게 한다. 외부환경이 어려운데 무리한 경기 부양은 마라톤에서 선수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내는 것과 같다. 체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오르막에서 속도를 내면 조만간 탈진해 내리막길이 펼쳐져도 빨리 뛸 수 없다. 감사원까지 동원, 예산의 조기집행을 독려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최 광 편집위원·한국외대 교수(경제학)보건복지부 장관·국회예산정책처장 역임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