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추경, 약인가 독인가
슈퍼추경, 약인가 독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0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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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원 규모 추경예산안은 통과될 것인가
29조원 규모 추경예산안은 통과될 것인가통과된다면 과연 일자리 창출 등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인가아니면 중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문제를 야기시킬 것인가한편 여·야는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여당의 추가경정(추경)예산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정이 지난 3월 2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에 합의하면서다. 29조 원 규모는 우리 나라 국민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것으로 좀더 와 닿게 표현하자면, 국민 1인당 59만 원, 2인 이상 가구당 214만 원이 돌아가는 막대한 돈이다. 이번 예산안이 일명 ‘슈퍼추경’이라고도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추경예산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거대한 정부지출을 통해 민심을 다잡고 경제위기에서 조속히 벗어나겠다는 생각이고, 민주당 등 야당은 예산의 졸속편성과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이유를 들며 추경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예산집행을 늦추겠다는 심산이다. 뉴딜정책은 역사적 실패 사례 29조 원 추경예산안에 대한 <미래한국>의 원칙적 입장은 부정적이다. 최광 편집위원(전 보건복지부장관·국회예산정책처장)이 지적하듯(7페이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지출확대는 그 효과가 확실치 않으며 혈세의 낭비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정책당국의 크고, 과감하고, 신속한(Big, Bold, and Quick) ‘BBQ’식 경제위기대응은 ‘잘못된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하이인플레이션 등 더욱 심각한 경제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대다수 정치·경제학자들의 기본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경제위기를 맞아 최근 ‘뉴딜정책’ 류의 처방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으나 1930년대 대공황시의 후버나 루즈벨트 미 대통령의 뉴딜정책은 역사적 실패사례로,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된다는게 경제학계의 중론이다. 케인즈(Keynes)가 주장한 재정팽창정책은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에 지나지 않으며 잘해야 일시적 처방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채발행을 통한 재정확대는 부모가 자식에게 빚을 떠안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현재 국회에서 보수 여당이 슈퍼추경 예산안을 제출해 놓고 있고, 진보 야당이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한국정치의 희극이다. 원칙대로라면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보수 여당이 거대한 재정지출을 반대해야 하고, 복지·만능정부를 추구하는 진보 야당이 지출확대를 찬성해야 하는데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뒤바뀐 여야, 보수와 진보 예전의 진보·좌파정권 하에서라면 오히려 정부지출확대를 요구하거나 환영하고 나왔을 민노당이나 ‘민중의 소리’ 등 이른바 진보매체들은 ‘슈퍼추경에 나라 빚도 슈퍼’ ‘슈퍼 쪽박’ ‘삽질·토목 추경’ ‘국가파산 위기’ 등의 자극적 언어를 써가며 정부의 추경안을 반대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결국 우리 나라 경제정책이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를 우선시 하며 야당과 진보세력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거대 국가예산안과 추경안을 의회에 제출할 때마다 민주당은 이에 찬성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정부지출을 요구했고 다수 공화당(부시1기)은 반대해 정부 예산안이 부결되곤 했다. 최근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막대한 경제부양 예산안을 공화당이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는 것도 각 당의 기본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정부와 여당의 슈퍼추경안이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있다. 지난 좌파 노무현정부가 세계경제가 호황이던 시절에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세계 무역규모는 최근 8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작년 초반 이후 440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최근에는 매달 평균 60만 명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등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실업률이 8%를 넘어섰고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 속 불가피한 재정지출 이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가들이 대규모 경제부양안을 앞다투어 쏟아놓고 있다. 중장기적 고려보다도 단기적으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어 당장 위기를 모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웃 일본 정부의 경우 현재 모든 국민들에게 1만2,000엔(15만 원)을 ‘소비진작’ 용도로 직접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 4월 10일에는 추가로 15조4,000억엔(20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했다. 추가 재정조달을 위해서는 국채발행을 통해 10조~11조 엔을 끌어 쓸 계획이다. 시장경제의 수호지(守護誌) 영국 이코미스트지 조차 최근호(3월14~20일자)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비진작을 위한 각국의 긴급한 재정확대는 불가피하며, 재정팽창과 재정건전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양 정책 사이에서 오가는 세계 정치인들의 ‘처절한 댄스’는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전경련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친시장경제 기관과 기업들도 원칙적으로는 슈퍼추경과 이에 따른 경제적 후유증을 우려하면서도 고용문제와 소비시장 악화 등을 이유로 정부의 지출확대방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종찬 전경련 선임조사역은 “원칙을 내세워 재정팽창 정책에 반대하면 현재 기업 실정을 모른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추가재정지출 없이 마이너스 4% 이하로까지 떨어지게 되면 기업들이 추가 고용은 커녕 기존 고용인원을 감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5만 일자리 창출, 현실적인가?한편 당정이 발표한 추경 예산안을 들여다 보면 세출증액은 18조 원 내외, 세입결손 보전은 11조 원 수준으로 이뤄져 있다. 추경 예산의 주요 항목은 △저소득층 생활 안정(4조~4조5,000억 원) △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3조~3조5,000억 원) △중소 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4조5,000억~5조 원) △지역경제 활성화(2조5,000억~3조 원) △녹색뉴딜과 미래대비 투자(2조~2조5,000억 원) 등이다. 이번 추경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에는 일자리 문제가 놓여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추경편성을 통해 55만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부분의 예산투입 규모(3조~3조5,000억 원)가 크지 않은 데다 그나마 대부분 임시직 성격이 짙은 아르바이트성 일자리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내용을 보면 초·중·고교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2만5,000명), 대학 조교 채용 확대(7,000명), 공공기관 인턴 채용(4,000명), 지방대 졸업자 일자리 확충(7,500명) 등과 함께 실업 가장 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공공근로 사업을 시행 등이 골간이다. 고용기간이 4~10개월인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공공근로에 참여하면 6개월 동안 월 83만 원(50%는 소비 쿠폰)을 받는다. 한 친정부 성향의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서둘러 추경안을 마련하다보니 고용확대가 중장기적이지 못하고 일시적 실업자 구제차원에 머물고 성장동력 확충사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추경안을 둘러싼 또 하나의 빅이슈는 재원조달과 재정안전성에 대한 부분이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2009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성장률(4%)을 과도하게 높게 잡은 데 따른 세수결손분 11조 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이 때문에 약 20조 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할 계획인데 이점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일단 우리 정부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수준이란 점을 근거로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국채 발행에 반대하면서 정부의 감세정책을 유보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 재원 조달을 위해 20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나머지 부분은 고용보험기금과 공공자금 관리기금, 임금채권보장기급 등 각종 기금에서 3조4,000억 원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조치가 중심 돼야 이한구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한나라당)은 본지 인터뷰(11~15페이지)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여당의 고민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추경의 필요성에 찬성하면서도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산업 분야에 대한 추경편성이 이뤄져야 하고, 재정지출이 국민총생산을 올리는 데 기여하도록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과잉규제의 철폐와 공공부문의 혁신, 대형 귀족노조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을 통한 노동시장의 개혁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국민들이 흔히 생각하듯 재정지출로는 내수시장을 진작시킬 수 없으며 내수시장은 좌파세력이 이념아이템으로 묶어 놓은 교육, 의료, 문화 분야 등에 대한 규제개혁을 통해 진작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번 슈퍼추경안은 경제위기라는 병을 치유하기 위한 일시적 ‘수혈’일 뿐 근본적 해결과 치유는 국가경쟁력 강화조치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 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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