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확산 체제 위협하는 대포동 2호 발사
비확산 체제 위협하는 대포동 2호 발사
  • 미래한국
  • 승인 200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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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_이정훈 편집위원·연세대 언더우드학부 학장
“추가 발사를 막기 위해서는 해상봉쇄, 재래식 무기의 전면 반입금지, 모든 북한산 물자 수입금지, 대북 원유 및 식량지원 중단,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북한은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1998년에 발사한 대포동 1호에 비해 기술적인 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최소 3,200~ 4,000km로 추정되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핵무기 보유 선언은 물론 2006년에는 핵실험까지 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의 장거리 운반수단까지 확보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의 비확산 체제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대포동 2호 발사가 궤도 진입에 실패한 인공위성이라는 안이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동북아 안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은 분명히 세계적이다. 미국이 추진해온 미사일방어체제(MD) 자체의 대외적인 명분이 북한 미사일 위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사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 역사는 1970년대부터 구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 및 발사대를 개량하여 만들기 시작한 것이 1984년 4월 자체 기술로 만든 스커드 B 미사일 발사로 이어졌고, 그 이후에 사거리를 늘린 스커드 C와 노동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하게 된 것이다. 대포동은 사정거리가 5,000km가 넘는 탄도 미사일로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리된다. 탄두를 줄이면 1만km 이상의 사거리가 추정되는 대형 3단계 미사일이다. 아태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핵심 기지인 오키나와, 하와이, 괌은 물론 알라스카 및 캘리포니아 지역까지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는 미사일이라고 보면 된다.‘위성’발사 주장이 거짓인 이유북한은 물론 5일 발사한 로켓이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라고 줄곧 천명하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사 내용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 주장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일축 시키기 위한 꾀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위성과 미사일의 발사 추진체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원시적인 통신위성 장비라도 탑재만 된다면 형식적으로는 장거리 미사일도 인공위성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통신 자체가 불가한 위성을 띄우기 위해 운반 기술에만 미 3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에 우주 프로그램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을 띄우고 그 위성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나라에서 인공위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의 핵심은 왜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분석은 대체적으로 국내, 대외적 요인으로 집약된다. 우선 국내적인 이유를 보면 북한은 9일에 개최된 제12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의 3기 체제를 출범 시키는 것을 비롯하여 김일성 생일(15일), 조선인민군 창건일(25일) 등의 주요 기념일을 앞두고 때를 맞춰 ‘축포’를 쏘았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미사일 발사는 선군정치의 결과물로 선전하여 주민들에게 김정일 정권의 건장함을 과시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수단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외부 요인으로는 북한의 대미, 대남 압박 의도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예전과 다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질책하고 미국의 새 오바마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 기선을 제압해 미국의 유연한 대북정책을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보유가 6자회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국제사회의 시선을 핵 불능화 절차에서 장거리 미사일로 전환시킨 것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득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오바마 정부로부터 파키스탄식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며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한 6자회담의 미래는 없다는 결론이다.미사일 성공은 과감한 대남정책으로 이어질 것그러나 북한의 가장 위험한 계산은 한반도 유사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주한미군의 존재와 유사시 주변 기지에서 한반도로 파견될 미군 지원병이 큰 부담으로 여겨져 왔을 것이다. 핵탄두가 장착이 된 장거리 미사일 보유의 효력은 한반도 유사시 괌, 오키나와, 하와이 등의 미군 기지가 단숨에 북한 핵무기의 표적, 즉 인질이 되어 미국이 대남 지원을 원천적으로 못하게 된다는 데 있다. 미국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바로 과감한 대남정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함의하는 바는 이렇게 큰데 국제사회의 반응은 사실 미온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도출에 실패하며 결국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역시 강도 높은 반응은 발사 전에도 발사 후에도 보이지 않았다. ‘궤도 진입 실패’ 등의 공식 평가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한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수동적인 반응은 북한이 핵실험 및 미사일 협박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2차, 3차뿐만 아니라 끝없는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가 예측된다고 할 수 있겠다. ‘북핵 불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와 복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관련 정부들은 회피하고 있는 듯싶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추가 발사를 막기 위해서는 해상봉쇄, 재래식 무기의 전면 반입금지, 모든 북한산 물자 수입금지, 대북 원유 및 식량지원 중단,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결국 미사일 발사와 같은 위협 행위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라 북한이 실질적인 피해를 봐야 통제가 가능해진다.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원칙 없는 국제사회의 대처 방안이 북한의 핵보유국 및 강성대국화 행보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정훈 편집위원·연세대 언더우드학부 학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동원학원 이사장옥스포드대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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