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바닥 쳤다, 이제 상승의 U턴이다
교육도 바닥 쳤다, 이제 상승의 U턴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04.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용린 편집위원] 전문가 진단

“교사들은 학생들을 경쟁 시키는 데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더 좋은 교육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는 아주 서툴고 인색했다. 교원평가에 대한 수긍은 결국 교사들이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에 뛰어 들겠다는 신호이다”

‘바닥을 친다’는 말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주로 쓰는 말인데 경기가 나빠져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이 아주 최악으로 나빠졌다는 뜻도 되지만 이제 호전될 일만 남았다는 긍정적 신호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그래서 ‘주식이 바닥을 쳤다’라는 말을 듣고 주식 사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이제부터 주식사기를 시작하기도 한단다. 아주 바닥을 치니 그 때부터 새로운 희망을 갖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이 바닥을 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가라앉은 교육에 이제 비로소 서서히 긍정적 신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첫 번째 신호는 학교들의 특성화를 향한 쪽으로 교육 일선에 있는 시·도 교육청들의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조짐이다. 예컨대 학교를 불신해서 얼마나 많은 초·중·고 재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떠났는가?

1990년 이래 수만 명이 10대의 어린 나이에 외국의 학교를 찾아 떠났다. 한 해 무역수지 흑자의 약 1/4 가량을 오로지 유학연수비용으로만 지출할 만큼 조기유학은 국가경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다.

이런 심각성을 이제 겨우 이해한 듯 이런 문제에 그간 오불관언 했던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청을 위시한 많은 시도 교육청들이 비로소 작년부터 국제중학교, 국제고등학교 설립을 위시한 각급학교의 특성화 지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놓고 여전히 왈가왈부하며 특성화 학교의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한국교육이 바닥까지 가라앉도록 악화된 까닭이 특성화를 가로막고 차단해온 평준화 정책에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제 교육은 악화의 바닥을 치고 U-턴을 하고 있다. 평준화를 벗어나서 특성화 쪽으로 그 변화의 기운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신호는 남의 탓을 주로 하던 교사들이 교육의 문제를 자신들의 탓으로도 보기 시작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정치화된 몇몇 교원단체의 경우 교육의 파행과 왜곡을 밖으로 돌리는 데 아주 익숙하다.

그들은 대통령, 교육부, 교육청이 문제며 장학사와 학부모가 문제라고는 소리높이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문제와 책임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일에는 지극히 인색했다.

이렇게 남의 탓만 하느라 이 단체들은 정작 학교를 살리는 일에는 소홀히 한 점이 많았다.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눈빛이 시간과 더불어 따뜻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싸늘해져 온 것이 이를 잘 증거한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바닥을 쳤다. 이 이상 어떻게 교사에 대한 눈초리가 더 싸늘해질 수 있겠는가. 교사들도 이젠 달라져야 하고 학교교육의 파행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국민들의 외침을 교사들이 이제 수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예컨대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교원평가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교원단체들의 저항도 대단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여전히 일부 단체의 교사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많은 교사들이 교원평가의 실시를 불가피한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경쟁 시키는 데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더 좋은 교육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는 아주 서툴고 인색했다. 우리 나라 교육의 파행과 왜곡의 적어도 한 축은 교사의 책임이다. 교육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위한 교사 간의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 가르치려는 경쟁이 없었다. 교사간의 경쟁은 없고 학생 간의 경쟁만 있었다. 그것이 우리 나라 교육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교원평가에 대한 수긍은 결국 교사들이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에 뛰어 들겠다는 신호이고 그런 경쟁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 교육이 이렇게 뒤쳐졌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교육이 이제 하강의 바닥을 치고 상승의 U-턴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조짐이 되기에 충분하다.

세 번째 신호는 학부모들이 선생님(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학교를 바꾸고 학생을 바꾸게 하는 가장 핵심적 변수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다. 올해 초에 공개된 기초학력을 진단한 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와 평가원이 밝힌 작년 지역별 수능점수분석이 학부모들의 이러한 인식변화를 가속화 시켰다.

기초학력이 잘 보장되는 곳이 이데올로기처럼 퍼져있는 대로 언제나 ‘대도시의 좋은 주거지역의 학교’가 아니었고 도농에 상관없이, 주거지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학교와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학생을 가르쳤는지가 결정적 변수라는 것이 이번 자료들에서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 도달률이 결코 전국적으로 앞서 있지 않고 좋은 대학 진학률로 나타난 학력의 상승이 결코 서울 강남지역으로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전남의 장성고와 경남의 거창고를 벤치마킹하라”는 교육전문가들의 소리가 드높다. 이곳의 학생선발방식, 기숙형 교육과정, 학교와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 학부모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 낸 종합작품이 바로 훌륭한 성취의 저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 사이에 그리고 교육전문가들 사이에 “교사의 열정과 헌신이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성고와 거창고는 사교육의 무풍지대다. 학교와 교사가 제대로 잘 열심히 가르쳐주면 사교육 없이도 얼마든지 학력을 올릴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를 이 두 학교는 웅변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학부모들은 결과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밖의 탓을 하면서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그냥 묵과하고 넘어 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활성화된 학교와 교사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학부모의 소리가 이제 거세지기 시작할 것이고 벌써 그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부모 단체들은 스스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러 나서겠다는 엄마학교, 엄마교사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런 변화는 사교육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결국 “교사들은 뭐하고 있느냐”는 압박으로 쓰나미처럼 커져 갈 것이다. 학교가, 교사가 바뀌라는 쓰나미 같은 압력이 학부모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조짐이 바닥을 친 교육 속에서 엿보이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희망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