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탈레반 소탕 가능할까?
파키스탄, 탈레반 소탕 가능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0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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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혁명에 무너진 이란 샤 정부 뒤따를 수도
▲ 파키스탄 북서북 탈레반 근거지인 스왓 계곡으로 탈레반 소탕 작전을 떠나는 파키스탄 군인들
파키스탄이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무너진 이란의 샤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60마일 떨어진 지역까지 세를 확장했던 이슬람무장극단세력 ‘탈레반’과 이슬람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활동이 파키스탄에서 두드러지며 자칫 얼마 전 세워진 파키스탄 민간 정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렇게 되면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이슬람극단주의 세력의 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고산국경 지대에 숨어 지내던 탈레반은 지난 2월 파키스탄과 정전협약을 맺은 후 파키스탄 중앙정부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사실상 무법천지인 파키스탄 서북지역에서 세력을 강화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서북지역 내 스왓(swat) 계곡 지역을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통해 관할하면서 세력을 확대, 얼마 전에는 수도 이슬라마바드 근처까지 공격해 들어올 정도였다.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책임지고 있는 미 중부사령부 데이빗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지난 5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파키스탄은 알 카에다 국제작전의 신경 핵심으로 이를 중심으로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아프리카 북부 등에 이르는 알 카에다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며 “파키스탄은 알 카에다 지도부 본부”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이 과거 9·11 테러를 자행한 알 카에다의 은닉처가 되었던 아프가니스탄처럼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취임 초기부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간 무법천지의 국경지역을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지역이라고 평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아시프 알리 자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불러 무엇보다 탈레반 진압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말 암살당한 베니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남편인 자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며 향후 5년 간 10억 달러를 파키스탄에 지원하고 의회에서 승인되면 추가로 75억 달러를 원조해 주기로 했다. 파키스탄의 탈레반 공격 지원을 위해서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자국 내 탈레반 토벌에 소극적이었다. 서북쪽 산악지대에 은닉한 탈레반에 대한 소탕작전을 18개월 간 펼쳤지만 결론은 탈레반과의 정전협약 체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 협약으로 탈레반에게 다시 힘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줬다며 비판을 해왔다. 그 이면에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탈레반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8월 대통령직에서 전격 사임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은 1999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개인적 목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정치인들을 협박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 당시 탄핵위기에 있었다. 그 뒤 수립된 자다리 민간정부는 전임 군사정권에 비해 통치력이 미약해 파키스탄 사람들의 추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와 종교 갈등으로 갈라져 나온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은 같은 무슬림인 탈레반 등 이슬람 극단세력에 동조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2월 탈레반과 정전협정을 체결할 때 탈레반이 사실상 관할하고 있는 지역이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다스려지도록 하는 것을 합의했다. 인도가 자국의 최대안보 위협이라며 최정예부대는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부지역에 배치하고 있고 탈레반이 창궐하고 있는 서북쪽에는 병력을 집중 배치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탈레반과의 전쟁을 미국의 전쟁이라고 보고 왜 자신들이 해야 하는지 혼동스러워하는 것도 이들이 미온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최근 바뀌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5월 4일 탈레반과의 정전협약이 파기되면서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파키스탄 군 당국은 8일 탈레반 근거지인 스왓 계곡 내 탈레반이 소탕되고 이 지역이 정부 통제 하에 들어설 때까지 탈레반에 대한 전면공격을 감행한다고 밝혔다.

자다리 대통령이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난 후 취해진 이 조치들은 미국의 지원과 함께 탈레반의 폭압적 통치가 비이슬람적이라는 반(反) 탈레반 여론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과연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탈레반을 완전히 소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워싱턴·이상민 특파원 smlee@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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