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교육, 이렇게 세우자
무너진 공교육, 이렇게 세우자
  • 미래한국
  • 승인 200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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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 천국 대한민국

‘사교육의 천국’ 대한민국.
어쩌다 우리 나라가 사교육이 판치는 나라가 되었을까?
정부와 공교육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래한국>이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한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08년 초·중·고 학생들이 지출한 사교육비가 약 21조 원에 달하고, 사교육에 참가한 학생의 비율은 전체 초·중·고 학생의 75.1%이며, 이들이 지불한 사교육비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약 29만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에 학생이 초(367만), 중(204만), 고(190만)를 합쳐 761만 명이고, 여기에 학부모까지 합친다면 거의 전 국민이 교육정책의 이해당사자로 영향을 받고 있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는 국·영·수 등의 선행학습을 위해, 공교육에서 받기 어려운 음악·미술·예체능 등의 학습을 위해, 뒤지는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등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조사의 결과가 이러하니 응답자가 사교육비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사교육비는 21조 원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남다른 교육열을 감안하면 이러한 사교육비는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서민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밤10시 이후 학원교습 막겠다”(?)
가히 우리 나라는 ‘사교육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사교육이 판치는 나라가 되었을까? 공교육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가?

지난 5월 6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사교육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이를 무기 연기했다. 교육개혁 방향에 대한 정부 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으며 향후에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전국 학원이 밤 10시 이후엔 학생 교습을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곽 위원장이 미래기획위에서 할 일이 아닌 것까지 발표하고 있다. 잘못하면 전두환 대통령 시절처럼 그냥 강압하는 식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관료들이 교육개혁의 걸림돌이다. 이러니 교육개혁이 어려운 것이다”라며 교과부를 비판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미래기획위는 자문기관이지 집행기관이 아니다. 교과부와 혼선을 빚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미래기획위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이 정도니 국민들은 정말 혼란스럽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개혁방안은 교과부에서 맡되 방향은 미래기획위의 안을 기본으로 생각해보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교육정책에 대해 정부당국 간에 혼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14개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입시제도가 정상화돼야 초·중등 공교육도 정상화된다”면서 대학 개혁의 절실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제도는 공교육 정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또한 사교육과는 더 큰 관계가 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하며,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가 바로 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것인가? 대학입시제도는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공교육 강화 4대 방안의 문제
정부에서 언급하는 공교육 강화방안은 10시 이후 학원 심야 교습금지, 방과후학교 학원강사 강의 허용, 외고 입시 수학·과학 가중치 폐지,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과목 축소 등이다.

그러나 우선 학원 심야교습 금지안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다. 실효성도 의문이고 강압적이라는 말을 들을 염려가 있으며 음성적으로 과외가 가정 속으로 들어가 숨을 우려도 있다.

근본적인 방안은 초·중·고 교장에게 교육에 관한 자율권을 주어 학생들이 학원에 갈 필요 없이 모든 필요한 교육을 학교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교장의 자율권 속에는 학원강사에게 강의를 허용할 수도 있어야 하고, 학생 선발의 권한도 있어야 한다. 방과후 교육을 위해 정부에서 일정 비용을 보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소정의 적은 경비를 학부모에게 청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초·중·고 교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교육을 헌신적으로 해보자는 소모임을 결성해 노력하는 방안도 장려할 만하다. 원래 교사들의 자질은 우수하나 여건이 안좋아 열정을 가지고 교육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장은 이러한 소모임들이 다수 만들어져 새로운 돌파구를 형성하도록 장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학교의 자율권 행사는 반드시 평가를 동반해야 하며, 평가를 통해 자율권이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장의 자율권이 신장되면 전반적으로 학교의 교육 역량은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 간의 격차가 심화될 우려도 존재하며, 경쟁에 뒤지는 소수의 학교에서는 교육의 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부에서 특별히 이런 학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고 입시 과목 가중치 변경이나 수능시험 응시과목 축소는 근본적으로 공교육 강화 방안이 될 수 없다. 외고 문제는 대학입시제도에서 외고를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고 출신은 어학 관련 학과에서는 우대받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모든 학과에서 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수능시험 과목 축소는 공교육 정상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리어 축소된 과목에 대해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되면 공교육을 해칠 염려도 있다. 초·중·고 교육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정부에서 질 높은 인터넷 교육이나 방송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미디어가 발전하는 사회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성이 중심돼야
대학입시제도는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가? 현재 거론되는 개혁의 방향은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고교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의 반영비율 상향조정, 논술고사 폐지 등을 들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각 대학이 입시제도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갖고 운영하는 방법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신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신이나 수능 성적의 반영비율, 논술고사 폐지 등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교육받은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의 자율적인 입시제도를 연구하여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고교 교장들과 대학 총장들 간의 가칭 ‘입학제도 연구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각 대학은 대학의 교육목표를 명백히 설정하고, 이를 위해 잠재력이 뛰어난 적절한 학생을 자유롭게 선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학마다 교육목표가 다르다면 대학마다 입시제도가 같을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오래 동안 평준화 교육을 시행해 오면서 초·중·고나 대학의 각 기관마다 특색이 없이 유사한 교육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21세기 창조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각 교육기관이 특색이 있어야 하며 다양성이 인정돼야 한다.

창조적 인재가 21세기 국부의 핵심
21세기에는 한 명의 인재가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도 한다. 이처럼 창조적 인재 양성은 국부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됐다. 교육의 다양성은 교육방법, 입시제도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과감하게 교육개혁을 시행하되 근본적으로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개혁하다보면 초기에는 혼선도 있고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초기 증상을 인내하면서 넘기면 좋은 결실을 이루게 될 것이다.#

박성현 편집위원, 서울대 교수(통계학)
서울대평의원회 의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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