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강대국으로 가자
우리도 강대국으로 가자
  • 미래한국
  • 승인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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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세계는 지금 200개가 약간 넘는 숫자의 국민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유형의 국민국가들이 세계 정치의 주역이 된 것은 그다지 오랜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국민국가가 아니라 씨족 혹은 부족국가 등이 더 많았고 영토도 없이 도시 하나, 심지어는 성 하나가 한 나라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같이 다양한 종류의 국가들을 통폐합하고 16세기 초반 무렵 국제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한 정치조직이 바로 오늘날의 국민국가(nation state)인 것이다.

국민국가들은 우선 왕이 아니라 국민을 단위로 국가가 구성된다는 특징과 상당히 넓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국민국가들이 도시국가 혹은 부족국가들을 통폐합한 과정은 물론 전쟁을 통해서였다. 국민국가들은 전쟁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라라고 불렸던 수많은 다른 종류의 정치 조직들을 무력으로 통폐합하면서 더 막강한 국가로 성장했던 것이다.

전쟁을 잘 할 수 있는 국가들이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능력이 강력하고 젊은 국민들을 차출해서 막강한 군사력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를 말한다. 현대 국민국가는 전쟁을 잘 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 서열이 매겨지며 그래서 현대 국민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정치는 흔히 동물의 왕국에 비유된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동물의 왕국, 약육강식 등의 거친 용어를 세련된 용어인 ‘무정부 상태’로 바꾸어 부른다. 무정부 상태란 국제정치의 일반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말로서 국가들은 모두 자신의 주권과 독립을 최고의 가치로 삼다보니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국가보다 더 상위의 조직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무정부 상태의 국제정치체제에서 국가들의 행동 원칙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것이 바로 자조(自助·Self-Help)다.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생존과 존엄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강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정치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힘의 지배(Rule of Power) 즉 힘의 정치(Power Politics)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힘이 지배하는 파워 폴리틱스의 세계에서 모든 나라는 어떻게 해서라도 스스로의 힘을 증강시켜야 한다. 국력의 원천인 경제력을 증강시켜야 하며 경제력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경제력과 군사력 이외에 명예 또한 국가들이 추구해야만 할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무정부적 국제질서 아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군사력이 아닐 수 없다. 경제력 뿐 아니라 군사력까지 막강한 나라들만이 강대국(Great Power)이라고 불린다. 강대국은 돈만 많아서도 안 되고 등치만 커서도 안 되며 도덕성만 높아도 안 된다.

강대국은 반드시 막강한 군사력을 수반해야 한다. 동물의 왕국의 비유를 다시 빌린다면 강대국이란 맹수에 해당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사자나 호랑이보다는 황소 혹은 코끼리가 힘은 더 셀 것이다. 그러나 황소나 코끼리는 무섭지 않다. 힘은 세지만 상대방을 겁줄 수 있는 능력, 즉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강대국이란 힘은 물론 영향력이 센 나라,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능히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군사력은 물론 상무정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를 말한다. 패권국 시절의 영국을 사자에 비유하고 미국을 독수리, 중국을 용, 일본을 늑대, 러시아를 곰으로 비유하는 것은 타당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힘의 부족으로 인해 20세기 초반 나라를 잃기까지 했던 우리는 이제 세계 13위의 경제력, 10위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 상당수의 우리 국민들이 이 같은 지위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의 빈곤국 대열에 있던 우리 나라가 압축적 고속 성장을 이룩, 불과 한 세대 만에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는 것은 진정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최근 식자들 사이에 ‘중강국’ ‘강소국’ 등의 어설픈 개념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한국은 중간짜리 강국(中强國), 혹은 강하지만 작은 나라(强小國)를 지향하자는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용어들은 정통 국제정치학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으로 억지로 만든 것이다. 강대국이란 힘이 센 나라를 말하지 ‘큰’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가 인구와 영토가 작다고 ‘중’이나 ‘소’자를 붙인 나라를 지향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발상 그 자체가 우리를 영원히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이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스페인이 나라가 커서 강대국이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작은 나라라고 비하했던 왜(倭)국인 일본은 어떻게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는가? 크기로만 따지면 우리 나라는 근세 이후 언제라도 강대국 클럽의 일원으로 대접받은 이탈리아에 해당한다. 이탈리아와 인구, 영토 면에서 비슷한 우리 나라가 강대국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우리는 필수적으로 강대국이 되어야만 할 지정학적 환경에 처해 있다. 우리가 늘 4강이라고 부르는 세계의 강대국들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들의 권력 게임에서 우리 민족은 지난 500년 동안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줄곧 감수해 왔다.

그나마 냉전시대 동안 미국의 막강한 안보 지원을 통해 우리는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21세기 탈냉전시대, 반테러 전쟁 시대는 과거와 같은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다.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야 세계의 강대국들이 모두 모여 있는 동북아시아 국제체제에서 자존을 유지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인구와 영토를 대폭 늘려 주는 통일은 대한민국 국력 증강의 첫 번째 조건이다. 주변 강대국과 경쟁해야 하는 판에 중요한 국력을 한반도 내부에서 소진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강대국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우리 국민들은 모두 김유신, 이순신, 광개토대왕, 안중근을 영웅으로 삼고 있다. 전쟁과 폭력을 국가의 수단으로 정당하게 사용할 것을 결정했던 선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왜 오늘 군대를 파견하면서 그 곳이 안전한 곳이냐를 물어야 하게 되었고 전번 대통령의 말처럼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나? 노예의 평화라도 괜찮다는 말인가?

김상철 미래한국 회장과 필자 그리고 필자와 의기가 투합하는 국제정치학자 몇 명은 “우리 나라도 강대국으로 가자”고 크게 외치기로 합의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제정치학자로서 나는 ‘강대국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하는 전략 개발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

이춘근 政博·이화여대 겸임교수, 뉴라이트 국제정책센터 대표, 본지 편집위원(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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