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목사 “칼빈 같은 사회개혁가를 기다린다”
이종윤 목사 “칼빈 같은 사회개혁가를 기다린다”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09.06.17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_이종윤 서울교회 목사
   
 
  ▲ 이종윤 서울교회 목사  
 

‘요한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대회’·‘로잔운동’ 개최

   
 
  ▲ 종교개혁가 요한 칼빈  
 

‘장 칼뱅’이라고도 불리는 16세기 종교개혁가 요한 칼빈(John Calvin. 1507~1564·사진)의 탄생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대규모 기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칼빈학회, 한국개혁신학회, 한국장로교신학회 등 한국의 3대 신학회가 주관하고 대표적 장로교단들이 참여하는 ‘요한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대회’가 6월 21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개최된다.
한국교회의 80%를 차지하는 장로교의 교세를 생각할 때 장로교의 기초를 세운 칼빈의 신학사상은 한국 기독교의 존재 의미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한국>은 지난 5월 26일 장로교 축제인 이번 기념대회의 대표회장을 맡은 이종윤 서울교회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요한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7월 10일 열리는 ‘연합과 일치를 위한 장로교의 날’ 행사의 준비위원장으로도 섬기고 있으며 6월 8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되는 국제로잔지도자대회를 주관하는 한국로잔위원회 의장으로서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 목사는 장로교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기총 신학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음은 이종윤 목사와의 인터뷰 내용. 
김창범 편집위원


- 기독교계의 세 가지 큰 행사를 앞두고 대단히 분주하실 텐데, 그 중에서도 일반인들도 가장 주목할 만한 행사가 ‘요한칼빈탄생500주년기념대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막상 칼빈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종교개혁가의 한 사람으로 알고 있기 쉬운데, 칼빈이 어떤 사람인지 좀 알기 쉽게 소개해 주시죠.

“잘 아시다시피 요한 칼빈은 첫째로 종교개혁가입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했지만 칼빈은 그 개혁을 완수한 사람이지요. 칼빈이 없었다면 종교개혁은 역사 속의 한 사건으로 끝나고 말았을 겁니다.

둘째로 칼빈은 목회자였습니다. 루터는 가톨릭 신학을 한 신부였지만 칼빈은 법학, 문학, 언어학, 역사학 등의 폭넓은 학문 위에 교부신학을 공부한 목사이며 제네바 시의회가 임명하여 제네바교회를 담임한 분입니다. 칼빈이 저술한 요나서 영국판에도 분명히 목회자와 박사를 뜻하는 “Rev., Dr.” 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특히 칼빈은 ‘사랑과 화해’를 강조한 목사입니다. 이 점은 그의 주저인 ‘기독교강요’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또 그가 주장한 연합과 화해는 가톨릭과의 연합을 말한 것이 아니라 당시 분열되었던 종교개혁가들 사이에 연합을 강조한 것입니다.”

“장로 제도는 대의정치 표본, 민주주의 효시”
“셋째로 칼빈은 사회개혁가입니다. 그는 예배시간마다 구제헌금을 요구했고 구제의 개념을 강조했으며 사회사업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어요. 뿐만 아니라 칼빈의 사상은 민주주의의 효시였습니다. 그가 주창한 ‘장로제도’야말로 대의정치의 표본이었지요. 또 칼빈은 자본주의의 기틀을 만든 사람입니다. 그래서 금년 3월 23일자 타임지는 ‘지금 당장 세계를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의 하나로서 뉴칼비니즘(New Calvinism)을 들었습니다.

경제 침체에 빠진 미국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절제와 노동의 신성함을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진정한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칼빈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50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칼빈은 여전히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에 공헌하고 있는 천재적이며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칼빈의 신학사상을 표방하는 기독교강요는 그 내용이 대단히 폭넓고 방대합니다만, 그 중에도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이 무엇인지요.

“가장 중요한 칼빈의 사상은 하나님의 주권사상입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마28:18)” 라는 성경 말씀을 따라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국가의 흥망성쇠까지도 예수님께서 다스리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칼빈의 핵심사상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려는 성경중심사상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가 성경을 너무 무시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성경으로 돌아가는 운동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것이 이번 대회의 목적이기도 하지요.”

- 한국교회의 여러 폐단들이 드러나고 있고 교회개혁에 대한 요구가 들끓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칼빈으로부터 배워야 할 개혁의 중심내용은 무엇입니까?

“모든 발전은 앞으로만 나아가지요. 그러나 신앙은 뒤로 돌아와야 해요. 즉 성경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을 성경 중심으로 풀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신학에 있어서 역사비평주의라든가 문학비평주의 등이 성경을 한갓 문학작품으로 본다든가, 역사성이 없다고 무시하며 신화의 하나로 치부하기도 했어요. 이런 잘못을 극복하고 성경을 그냥 하나님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를 개혁하는 길이고 교회를 새롭게 하는 길이지요. 칼빈이 그토록 주창한 성경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곧 교회개혁입니다.”

   
 
     
 

제네바를 세계적 도시로 만든 칼빈의 개혁
- 한국사회가 따라야 할 스승이 없고 배워야 할 가르침이 없어 방황한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또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규범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한국사회가 칼빈으로부터 어떤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칼빈은 단순한 종교개혁가가 아닙니다. 그 시대의 사회개혁자였지요. 제네바를 교육과 문화적 측면에서 세계적 도시로 발전시켜 세계 도시의 모범이 되게 한 것은 모두 요한 칼빈의 덕입니다. 제네바 대학도 칼빈이 세워 오늘날 명문 대학이 되지 않았습니까?

영웅의 시대는 지나갔다고는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도 칼빈과 같은 영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를 폭넓게 바라보고 개혁하는 칼빈과 같은 인물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칼빈의 탁월한 지도력은 어디에서 나오냐면 바로 하나님을 향한 경건사상, 즉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신실한 사람인 칼빈과 같은 지도자가 나올 때, 이 나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 역사적으로 칼빈의 인간성과 여러 행적에 대한 오해들이 있어 왔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부 반기독교 세력들에 의해 칼빈의 모습과 정신이 크게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큰 인물은 오해를 받기 마련입니다. 한때 제네바 의회가 성찬식 문제로 칼빈을 추방했는데 그 까닭은 칼빈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정직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러나 칼빈은 종교개혁자의 한 사람인 화렐의 강권으로 다시 제네바로 돌아 왔어요. 그 무렵 후임 목사가 거행하는 성찬식을 거부하는 교인들에게 성찬 참여를 권유한 일은 유명하지요. 칼빈은 그처럼 겸손한 사람이에요. 또 당시 암보다 무섭다는 흑사병이 창궐해서 교인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칼빈은 목숨을 걸고 교인들 집을 심방하고 흑사병에 걸린 환자를 안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칼빈의 사랑과 긍휼을 돌아볼 때 칼빈이 마치 냉혹한 율법학자인 것처럼 오해하는 험담들은 단지 오해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칼빈은 하나님 안에서 겸손과 사랑을 실천한 진정한 목회자였습니다.”

한편, 6월 21, 22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개최되는 이번 기념대회에서는 요한 칼빈에 관한 72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대표회장을 맡은 이종윤 목사와 프랑스 프로방스신학대의 폴 웰즈 박사의 주제논문을 비롯 70명의 한국 신학자들이 7개 분야에 걸쳐 논문들을 차례로 발표하는 대규모 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어 기념음악회, 칼빈흉상 제막식, 칼빈 명예도로 명명식, 칼빈탄생기념우표 발행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또한 칼빈의 생일인 7월 10일은 ‘한국장로교의 날’로 선포하고 한국교회가 칼빈의 정신을 온전히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선언할 예정이다. 장로교의 날에는 기독교강요에서 칼빈이 수도 없이 강조한 ‘연합과 일치’를 행사주제로 하여 한국교회의 현재를 반성하고 나아갈 길을 다짐한다고 한다.

특히 2012년 한국장로교 100주년을 바라보며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도모하고 2015년 광복 70주년을 바라보며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건설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한다.

 

세계기독교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한국
- 이번 ‘칼빈탄생500주념기념대회’를 비롯‘장로교의 날’ 등의 행사가 한국교회의 규모와 영향력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세계 속의 한국교회 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반면에 종교개혁의 중심지역들의 기독교 교세는 지금 열세 현상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역사의 흐름에 따라 그 중심축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역사가 바뀌기 때문이지요. 기독교 중심축이 처음에는 예루살렘이었지만 시대에 따라 시리아의 안디옥으로, 비시디아의 안디옥으로, 또 에베소로, 로마로 바뀌어왔고 다시 스페인으로, 영국으로, 미국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그 중심축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바뀌고 있어요.

특히 아시아 가운데서도 한국이 세계 기독교의 중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파송된 선교사 수가 미국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한국교회의 위상도 그만큼 올라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세계 기독교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스스로 인식해야 할 시점에 왔지요.

한국교회의 높아진 위상은 이번 6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될 ‘로잔국제지도자대회’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될 제3차 세계로잔대회를 앞두고 리허설 성격으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사실상 세계교회에 있어 지도자적 위치에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세계적 기독교 조직으로서 복음적 입장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진보적 입장인 세계기독교협의회(WCC)가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이들 조직이 교파나 교단이 가입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개인적 신앙의 결단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적 복음주의 조직이 바로 로잔운동(Lausanne Movement)이다.

로잔운동은 조직이나 단체 성격이라기보다는 기독교의 싱크탱크며 순수한 복음주의 운동이다. 로잔운동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1차대회를 가진 이래 현재 200여개 나라의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적 기독교운동이 되었다. ‘성경을 영감된 말씀으로 인정하고 복음전도를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대명을 완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1차대회에서 선택한 ‘로잔언약’은 복음주의 기독교의 신학적 기초가 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가 채택한 공동신앙고백서는 바로 이 로잔언약에 기초하고 있다. 내년에 계획된 3차 로잔대회에는 모두 5,000여 명의 목회자와 교회대표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도 120여 명의 대표를 파송한다고 한다.

- 이번에 개최되는 ‘로잔국제지도자대회’의 의미를 소개해 주시죠.

“로잔국제지도자대회는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국제적 모임입니다. 이번 대회는 내년의 3차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성격이므로 아주 중요합니다. 약 200명의 지도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모임을 서울에서 갖는 까닭은 한국이 기독교의 영성 강국이고 IT분야의 기술 강국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로잔대회가 영성과 IT가 만나는 세계적 대회이기 때문에 그 리허설을 한국에서 하자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WCC가 100주년을 맞는 기념대회를 영국 에딘버러에서 할 계획인데 최근 그 계획이 축소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요. 이런 측면에서 이번 ‘로잔국제지도자대회’와 ‘3차 로잔대회’를 이끌어가는 한국교회의 지도자적 역량과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전 대통령의 자살과 기독교 신앙
- 최근 경제침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깊은 혼란에 빠져드는 분위기입니다. 여러 모로 현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우리 사회가 하루 바삐 안정을 찾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실을 돌아보면 좌절감에 빠진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한 해에 자살자가 1만2,000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 달에 1,000여 명이 자살하는 사회입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절망하고 좌절하는 사람은 다 자살해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요. 누구보다 지도자가 본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우리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됩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도 합니다. 이번에 두 개의 핵이 터졌는데, 하나는 봉화마을에서 터졌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서 터진 것이지요. 북한 핵은 오히려 거꾸로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고 전시작전권의 전환을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을 보이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총리가 조문하지 못하는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전 대통령의 죽음이 극에서 극으로 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해를 가져와 국난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결코 버리시지 않으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보호하심을 믿는 우리 크리스천들의 신앙이 곧 이 나라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김범수 발행인 / 사진·이승재 객원기자 fotolsj@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주명 2009-06-19 00:00:00
성경대로 실천하는 삶이면 사회는 개혁이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생활화하는 기독교인들이 되어질 때 사회 정화는 이루어집니다.
한국 교회는 칼빈을 논하기 보다 한국 교회와 교인들이 실 생활에서 불신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성찰할 때입니다.
거리 이름을 한국인과 무관한 칼빈의 이름으로 한다고 구원의 복음이 성취되는 것이 아닙니다.
칼빈을 우상화하는 짓거리는 이제 그만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