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호 의원 “공중파 독과점 벗어나야 미디어 발전”
진성호 의원 “공중파 독과점 벗어나야 미디어 발전”
  • 미래한국
  • 승인 2009.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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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6월 18일 국회의사당을 찾았을 때 야당의원들이 의사당 계단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미디어법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의원들을 지켜보는 국민은 한 명도 없었고, TV카메라 몇 대가 그 상황을 찍고 있었다.

야당의원들이 거리를 헤매는 동안 여당의원은 무얼 하고 지낼까. <미래한국>이 미디어전문가로 알려진 문방위 소속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러 갔을 때 그는 KBS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틀 전 에는 MBC ‘PD 수첩’에도 출연해 저작권 관련 발언을 했다. 미디어법 때문에 굉장히 바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진 의원은 의외로 자신의 지역구인 중랑구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했다.

“야당의원들이 거리로 나가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사죄를 하면 국회에 들어오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돌아가신 걸 사과하라’고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의 직장은 국회의사당인데 일을 안하고 밖에 있는지 초선인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러려면 왜 힘들게 당선돼 국회의원 하는지 모르겠어요.”

6월 국회의 최대 관심사인 미디어법 관련 질문들을 던졌다.

- 미디어법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미디어법이 통과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나 정부가 처음 홍보할 때 일자리 창출을 거론했는데, 그건 부수적인 것입니다. 민영방송인 SBS가 출범하기 전에 MBC 노조가 파업과 데모를 하고 언론학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해 마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끝날 것처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넓어졌습니다. 미디어법은 홍준표 원해영 전 대표간에 합의한 사항입니다. 미디어발전위원회를 발족해 100일간 합의한 다음 표결처리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깨면 안 되지요. 민주당은 미디어법에 대해 과민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니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 6월 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건 조문정국의 영향이 크겠지요.

“여러 요인이 있지요. 재보선 결과도 그렇고… 사람이 돌아가셨으니 시간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국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시간 지나면 현실로 돌아오는데 민주당이 너무 이용하다 자기 발등을 찍을 것 같아요.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등 돌리려고 해놓고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민주당이 인기가 없으니 편승하려는 것인데 오래 못 갈 것 같습니다.”

- 케이블 채널이 많은데 또 방송사를 만들어야 하나,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이 많다지만, 콘텐츠를 생산하기보다 주로 방송 3사가 만든 프로그램을 재방송합니다. 제대로 된 뉴스채널과 종합편성을 더 만들어 콘텐츠를 생산하자는 취지입니다. 공중파 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합니다. 독과점적이다 보니 불공정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요. 우리 나라는 프로덕션에서 인기드라마를 만들어도 돈을 못 벌어요.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도 원제작자가 아닌 방송사가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시장경제 구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채널이 늘어나면 유리한 조건이 되겠지요. 미국 연예사업이 발달한 것은 출발부터 민영방송사인 데다, 방송사는 뉴스와 편성기능만 갖고 드라마와 쇼는 프로덕션에서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영화사를 갖고 있으면서 드라마와 쇼를 만드는 그룹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 반대하는 쪽에서 홍보를 잘했는지 ‘미디어법=MB 악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무조건 악법이다,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대기업이나 신문이 방송을 할 것이다 라고 하는데 그건 진실과 거리가 있어요. 미디어법은 방송사들의 논조나 편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골자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신문사가 케이블 TV나 뉴스채널을 운영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이 공중파 TV에 참여하는 나라도 있고 안 하는 나라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는 다 가능합니다. 우리 나라는 1981년 전두환 정권 때 언론 통폐합을 하면서 신문사는 물론 대기업도 방송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뒤 정권 잡은 사람들에게 공영방송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체제가 지금까지 왔는데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방송구조개편 논의를 할 때 ‘MBC 민영화’가 거론됐고 미디어렙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나온 얘기입니다. 이제 최소한이라도 손을 봐야 합니다. 지난 10년 간 방송은 크게 손을 안대고 신문법만 만들어서 탄압하다가 위헌제청까지 받지 않았습니까.”

- 대기업과 신문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요.

“본인들의 판단에 맡겨야지 참여를 막으면 안 됩니다. 뉴욕타임스는 방송을 하다가 신문에만 전념하기 위해 방송을 그만두었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는 방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3대 일간지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는 다 방송사를 갖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만 정치논리 때문에 못하고 있어요. 정권 입장에서 방송은 손대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조중동이나 대기업이 바로 참여할 수 있습니까.

“사업자들이 들어가 봐야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케이블은 YTN과 MBN이라는 뉴스 보도채널이 있으니 사업자들끼리 제휴를 맺을 수는 있겠지요. 공중파 TV의 경우 MBC와 KBS는 공영방송이어서 민간사업자는 못 들어갑니다. SBS와 지역민방은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원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법이 바뀌면 당장 조중동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소한 법이라도 있어야 시장조사를 하고 계획을 세우지 이런 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만으로 투자할 수는 없는 겁니다.”

국회의원들의 몸싸움과 폭력적인 장면이 교육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습니다. 단독처리를 하고 싶어도 한나라당 역시 몸싸움을 했던 전적이 있으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독처리는 부담이 되지요. 이런 국회 같으면 잘못 들어온 것 같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어요. 싸움 잘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지요. 국회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 나라와 대만, 아프리카의 한 나라, 이렇게 세 나라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작년에 최장집 교수가 은퇴하면서 ‘나도 진보주의자이지만 촛불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니고 국회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제대로 된 것은 투표입니다. 그것을 거부하고 매일 싸움만 하고 있으니… 무슨 얘기만 하면 민주당에서 ‘한나라당 니네들도 그랬잖아’라고 하는데 ‘제발 좀 과거를 잊자. 새로 하자’(웃음) 그러지요. 계속 이러면 결론이 안 납니다. 상당한 진통은 있겠지만 국회가 열린다면 미디어법 통과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국회가 열리면 절차대로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국회법과 헌법이 정한대로 하면 됩니다.”


- 초선인 진성호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민주당 김덕규 전 의원을 꺾고 서울 중랑구에서 당선되었다. 악수하고 모임마다 찾아다니는 것보다 하루 종일 유세차를 타고 다니며 각 동마다 맞춤형 공약을 집중적 홍보하는 전략으로 초반 열세를 뒤집어 금배지를 달았다.

조선일보에서 미디어팀장, 인터넷뉴스부 부장을 지낸 진 의원은 1998년에 ‘한국의 주력 386세대’ 시리즈 취재팀장을 맡아 우리 사회에 386이란 신조어를 널리 퍼뜨렸다. 조선일보 시절 대선 후보 4명을 향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20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써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고건 후보는 ‘당신은 5·18 때 어디 있었나’, 이명박 후보는 ‘삽만 갖고는 안 된다’ 박근혜 후보는 ‘수첩공주’, 정동영 후보는 ‘김정일 대변인이 무슨 대통령이냐’라고 공격했다. 곧바로 후보들의 반론을 실었는데 재미 있는 것은 ‘우리도 공격해달라’는 주문이 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김근태, 손학규, 권영길 후보 등도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 기사 이후에 이명박 캠프에서 참여를 요청했고, 결심도 하기 전에 소문부터 나는 바람에 사표를 낸 뒤 이명박 캠프에서 인터넷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진성호 의원이 기억하는 이명박 캠프는 아마추어적이었다.

“분위기가 자유로웠어요. 저도 마음대로 일했어요. 그 전 대선과 달라서 돈이 없었기 때문에 힘들게 일했죠. 경선 전에 검찰청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 땅인 것처럼 발표하여 조선일보에 기사가 크게 난 적이 있어요. 그 날 대응을 제대로 못 하길래 이명박 후보와 참모들이 다 있는 데서 ‘이건 큰 사건이니까 도곡동 땅이 내 것이면 후보를 사퇴한다고 본인이 직접 해명하라’고 건의했고 그게 받아들여졌어요. 새파란 놈이 그런 얘기를 하니 다들 기가 막혔겠죠.”

- 이명박 대통령의 속을 모르겠다, 그런 토로를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가까이에서 보셨으니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습니다.

“가까운 건 아니고 그냥 일만 한 것뿐이지만, 제가 보기에 쿨한 분입니다. 상식적인 사람들과 달라요. 술 담배도 안하고 성실해요. 인간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치열하게 사는 분입니다. 후보 시절 새벽 2시에 들어가서는 새벽에 전화하여 ‘아직 자료 안나왔나’고 물을 정도로 잠이 없어요. 특이 체질 같아요. 휴가도 안가고 일할 정도인데 일 좀 덜했으면 싶어요. 어려운 시대에 고학했던 분이라 커피를 직접 종이컵에 타 먹고 그 컵을 또 사용합니다. 절약이 몸에 뱄어요. 요즘 세대가 보면 이해가 안 되죠. 브리핑할 때 질문을 많이 해서 필요한 사항을 직접 챙겨요. 기업을 오래해서인지 숫자에 강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독재를 한다, 독선적인 이미지다 라는 말이 많습니다.

“이제 홍보전문가가 옆에서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통령 자신이 그런 것을 경멸해요. 선거 때 ‘좋은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 ‘내가 그런 것까지 해야 되나, 진심이 중요하지’ 그랬어요. 그래도 후보 때는 했어요. 이회창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던 날, 홍대 앞에서 커피 마시고 비보이 춤추는 데서 춤도 추고 그랬지요. 우리 정부가 홍보를 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다 어렵지만 우리 나라처럼 대응을 잘하는 나라는 없어요. 이런 것을 좀 홍보해야죠. 사실 참 잘하고 있어요. 대통령이 밖에만 나가면 폼이 나는데 안에 들어오면 ‘살인마’라고 하니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 지지했던 세력들까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으니 적전분열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선거 때 도와준 사람이 많으니 섭섭한 분들도 많겠지요. 이 대통령은 극우파는 아니고 중도 실용, 중도 우파라고 봅니다. 북한문제에는 철학이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나라 걱정을 많이 했던 분들이 이 대통령이 되면 뒤집어질 줄 알았는데 적당히 간다고 생각하겠지요. 저도 정치를 해보니 국민의 일부를 버리고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통령 자신의 생각만으로 정책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 조선일보는 늘 집중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밖에 계시니 조선일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언소주가 하는 행위는 비열합니다. 말이 안 되게 헐뜯는 부분이 많아요. 분명한 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TV에서 조중동을 비판하면서 전반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습니다. 분열을 일으켜 우리 국민들이 복잡하게 찢겨졌죠.”

- 초선의원인데 일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아서 바로 배지를 달았어요. 첫 해가 중요합니다. 작년에 일을 많이 했어요. PD수첩에서 광우병 보도를 한 후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 다들 겁나서 말을 안 했어요. 그때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MBC는 사과하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었죠. 작년에 토론회를 10여 차례 주최했는데 다른 방에서 너무 일 많이 한다고 항의할 정도였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 일을 재미 있게 하고 있어요.”

올해는 지역구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랑구의 7개 고등학교를 돌며 학부모들과 난상토론하고 큰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도 토론회를 했어요. 우리 동네 학생들의 성적이 낮았어요. 중랑구 조례를 바꾸어 교육 예산지원을 8%로 올렸어요. 서울시내 25개 구 중에서 강남구 서초구 다음으로 중랑구의 교육 예산이 높아졌습니다. 주민들과 악수하는 것보다 필요한 게 뭔가 찾아서 대책을 세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진성호 의원은 앞으로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미디어 관련 문제를 계속 연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별히 인터넷상에서 공정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한다. 올 가을에는 저작권법을 바로잡아 영화와 음반업체를 살리는 일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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