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은 포퓰리즘에 빠진 악법
비정규직법은 포퓰리즘에 빠진 악법
  • 미래한국
  • 승인 200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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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편집위원·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7월 1일부터 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서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일자리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즐거워하는 근로자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일을 사람들은 왜 걱정하고 있을까.

문제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보다는 더 열악한 근로환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은 2년간의 고용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와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일자리를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파견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즉 비정규직 근로자는 그나마 일할 수 있던 일자리마저 잃을 수도 있고, 더 근로조건이 나쁜 파견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해고법

지난 4월 전경련이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사용기간 도래에 따른 대응계획을 물어본 설문에서 해고 후 대체가능 인력으로 재고용이 15.9%, 비정규직 고용 규모 자체를 축소한다가 15.9%인 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율은 19.4%에 불과했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대규모 해고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즉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이 사실은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없애는 법이었음이 드러난다. 소수가 법의 혜택을 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위로할 일도 아니다.

사실 이 법이 있기 전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일은 있어왔다. 이 법률 시행에 따라 그 비율이 1~2% 정도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한다면 비정규직법은 그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고 일자리만 줄이는 부정적 효과만 큰 셈이다.

정부는 71만4,000명이 실직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고 민주당은 앞으로 1년간만 따져서 37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여야 모두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해고법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악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2006년에 입법화되었다. 이는 당시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었던 민주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보호법이라며 우겨댄 노동계의 명분론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보호해야 한다고 외쳤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화려한 명분론을 앞세웠다. 정치권은 이러한 포퓰리즘에 반기를 들기보다 부화뇌동했다. 앞으로 전개될 대량 실업사태에 정치권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법의 취지가 그럴듯해 보인다고 해서 좋은 법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반시장적 법률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좀 먹고 활력을 앗아가기 마련이다.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 양산

왜 노동계는 이런 반시장적 법률을 요구했을까. 사실 노동단체는 자신들의 급여와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자신들과 무관한 정치적 요구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이익과 무관한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한 것은 우리 노동계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노동계는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지나치게 높은 대우를 받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 있는 대다수 근로자와의 격차가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고, 그들을 위해 투쟁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이용한 셈이다.

사실 비정규직을 포함한 대다수 근로자들의 어려움은 노동계의 과도한 복지와 급여 수준의 이면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 점도 정규직의 과도한 보호가 야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적인 비교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규직을 강하게 보호하는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진다. 우리 나라가 그 전형적인 예인 셈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는 근본적인 길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철폐하는 일이다.

일부 노동계에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해고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좋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노동자의 천국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런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하루만 지나면 실패가 드러난다. 경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동태적 과정이다. 지금 존재했던 기업이 내일도 계속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기업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존재하며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해야만 생산을 하고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노동비용도 제약을 받는다. 즉 노동수요는 본질적으로 상품수요에 따른 파생적 성격을 갖는다.

노동단체는 일자리를 마치 권리인양 주장하지만 헛된 망상이다. 시장이 없고 기업이 없는데 무슨 일자리가 보장되는가. 기업은 복지단체가 아니다. 근로자를 평생 보장해 주는 일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의 상당수 기업에서 정규직 일자리는 과도한 보호 속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 그 폐해가 비정규직 양산과 열악한 근로환경 그리고 대규모 실업이다.

왜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정규직 전환을 꺼려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간단하다. 해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고가 쉬워야 채용도 쉽게 늘어날 수 있다.

친시장적 법이 일자리를 늘린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친시장적인 법률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비정규직법처럼 반시장적 법률은 폐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둔 채 적용시기를 유예하는 방법을 거론하고 있고 민주당은 비정규직 정규화를 위한 지원금을 늘리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들 논의는 모두 미봉책이다. 악법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고 폐해를 오히려 장기화하거나 국민의 부담만 늘리는 일이다. 지금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해도 어려운 시국이다. 일자리를 없애는 반시장적 법률을 유지해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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