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새로운 ‘위기 게임’
김정일의 새로운 ‘위기 게임’
  • 미래한국
  • 승인 2009.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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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예춘추 2009년 6월호
▲ 일본 문예춘추 2009년 6월호
사쿠라이 요시코 저널리스트

4월 중순. 나는 일본이 직면한 ‘위기’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워싱턴에 갔다. 위기란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의 존재이다. 나는 ‘국가기본문제연구소’ 일원으로서 방미해 미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싱크탱크나 정책 연구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눈앞의 북한 위기에 대해 그들은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분리되는 대북 인식

미 국방대학의 패트릭 크로닝 국가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알 카에다, 북한, 안보, 환경, 에너지… 많은 과제에 우리는 현실주의로 임하려고 한다. 현실주의는 낙관주의와 연결된다. 그러나 낙관주의가 반드시 현실주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도 잘 인식하고 있다.”

크로닝 소장은 골수 민주당원이지만 그가 소장으로 있는 국가전략연구소는 민주·공화 양당의 인재가 집결돼 있어 집권한 정부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즉 크로닝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에게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물어봤다.

“북한을 위험 수위로 몰아 대혼란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미국에도 중국에도 대책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만반의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는 김정일을 위험 수위로 몰아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년 과제는 장기적 전략의 구축이다. 5월 말에는 대북정책의 전체 구도를 그리고 싶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관점의 전략이 아니라 중장기적 전략이다. 물론, 긴급사태에는 대처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일이 얼마 안 있어 사망한다. 그때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수명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크로닝 소장은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유연한 접근을 중시하고 있다. 외교적 수단의 활용, 국제법 존중, 양자보다 다자 대화. 소프트 파워이다. 이것은 시간이 걸린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제재 받아 마땅한 나라이다. 하지만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도 세계의 지배자도 아니지 않은가.”

그의 말에서 미국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이 이상은 무리라는 뉴앙스가 전해진다. 북한에 대해 대화를 중시하고 강경책은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연 언제부터 미국은 이런 틀에 박힌 말을 하게 됐는지?
“아니다. 북한 문제를 방치해온 책임은 미국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척 다운스 북한인권위원회 대표이다. 그는 국방부에서 20년 이상 동아시아 문제를 담당했고 2001년 미 의회에 북한인권위원회를 설립했다.

다운스 대표의 분석은 명쾌하다. 북한의 이번 일련의 반응은 그들의 과거 행동 패턴으로 볼 때 예상됐던 것으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 지원국가 지정에서 제외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압력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했던 일본의 납치피해자 가족회 주장이 옳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도, 핵 관련 기술이나 물자를 시리아나 이란에 수출하는 것도 테러이다. 작년 여름 한국에서 체포된 여간첩은 한국 요인 암살 명령을 받았었는데 이것도 테러이다. 미국은 북한의 행동 하나하나와 그 목적을 정확하게 해석해 대처해야 한다.” 소프트 파워로서는 북한에 이쪽의 말을 귀담아 듣게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 미사일 발사 직전에 일어났다. 금년 3월 17일 미국의 여자기자 2명이 북한에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다운스 대표는 지적한다. “두 사람의 신병 구속은 계획된 납치이다. 두 사람을 구속한 직후 미사일 발사를 강행, 인질을 잡아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나 보즈워스 대북특사 등 중요 인물이 북한에 양보하고 접촉하든가 하면 그 대가로 두 사람 석방도 할 것이다. 북한은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전복’인가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이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대가를 요구한다. 그들이 만든 위기 게임은 상투적 수단이다. 6자회담 불참 선언에 대해서도 다운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아이가 브로콜리를 먹지 않다가 이제부터는 절대로 안먹는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얘기이다. 이런 선언에 반응을 보이게 하는 것이 북한의 노림수이다.”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주의를 주장한다면 ‘위기 게임’의 본질을 봐야 한다. 지금의 미국으로서 필요한 것은 다운스 대표가 강조하는 바와 같은 군사력의 행사도 불사한다는 단호한 대처이다. 과거에 두 번 그와 같은 사례가 있었다고 다운스 대표는 말했다. 1968년의 청와대 습격사건과 1976년 판문점에서의 미군 장교 도끼 만행 사건이 그것이다.

미 의회 조사국에서 오랫동안 북한문제를 연구해온 래리 닉시는 한 미 고위인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플루토늄 보유를 단념하면 미국은 국교 수립과 신용 지원을 고려한다”고 전하니까 북한 당국자는 흥미 없다고 하면서 “우리는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미 무기화했다. 외교 관계 수립에도 관심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덧붙여 래리 닉시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북한은 주일·주한 미군 감축, F15 F16과 같은 전투기 이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 제거 등 세 가지 요구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양보할 필요 없는 일이지만 북한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꿰뚫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일 체제 붕괴에 대한 혼란을 두려워해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정권 전복 가능성도 선택지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아이로니컬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데 북한 문제에 한 가지 점에서는 공통 인식이 있다. 척 다운스 대표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표하고 있다. “북한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이를 더 악화시켜온 것은 중국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에 의지해 북한 문제를 방치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그림자

예를 들면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해 항상 중국의 기술 이전 문제가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이번 미사일도 발사 직전인 4월 2일 한국 국방연구원은 대포동 미사일 1단계가 중국제 미사일 ‘동풍’이 아니면 이를 인공위성용 발사용으로 개량한 ‘장정’이라고 발표했다.

미 의회 자문기관인 미중경제안보조사위원회 위원장인 퍼소로뮤는 한국의 정보는 신뢰성이 높다고 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력은 이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이유로 대규모 난민 유출과 한반도의 혼란을 들고 있지만 진짜 두려운 것은 한국이 북한을 통일하면서 민주적인 정치세력이 국경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야말로 한·미·일 세 나라의 최대 관심사이다. 중국의 북한 지원이나 정상이 아닌 군비 확장에 맞대응할 만한 체제를 세 나라가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북한에 영향력 유지하기 위해 중국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북한을 6자회담에 참가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현금 5,000만 달러를 평양으로 운반해 갔었다. 미국에 대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우위에 서기 위해 김정일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방침에 진심으로 협력하는 것 같지만 진실은 전혀 다른 것에 있다”고 다운스 대표는 말했다.

다운스 대표 소개로 한국에 망명한 탈북민으로 워싱턴에 살고 있는 김광진 씨(41)를 만났다. 김 씨는 김정일의 비밀자금을 오랫동안 실제 운용해온 인물로 그의 증언은 김정일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4억5,000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그중의 1억 달러가 노동당 조직지도부로 갔다. 이 자금은 26개 계좌에 입금됐다. 이를 포함한 611개 계좌를 관리하던 사람이 김광진 씨이다.

다운스 대표는 북한의 거액의 보험사기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김광진 씨와 만나게 됐다. 지금 김 씨는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보호를 받으면서 김정일의 검은 개인 자금의 전모를 밝히는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

그는 북한경제는 김정일 일족과 군을 위한 이른바 궁정경제를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회가 1972년 창설됐다고 했다. 인민 대상의 통제경제와 둘로 나눠져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되자 제2경제는 김정일의 사적 자금원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 등을 얘기해 줬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내걸고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200만~300만의 아사자를 냈다는 것을 얘기하는 데 이르러서는 김 씨의 조용한 목소리에 분노가 있었다.

“김정일의 북한에는 제대로 된 경제는 없다. 김정일을 위한 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은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판다는 사고 방식이 있다. 코카인 등의 마약, 가짜담배, 위약(僞藥), 미사일, 무기 무엇이든 있다. 그래도 자금이 부족한 상태이다. 김정일이 넘어지지 않는 것은 중국이 배후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지령을 실행하는 39호실이 벤츠나 미사일 부품을 구입하려고 했을 때 신용이 제로(0)인 북한에 그래도 팔아주는 것은 중국은행의 이서(裏書)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지원은 중국의 국책인 것이다. 앞에서 말한 미사일 기술 이전도 포함해 중국 정부는 유엔 결의 1718호에 겉으로는 찬성하면서 뒤에서는 분명히 위반해 왔다.

닉시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나 시리아 등에 핵기술 매각을 눈감아준 것도 테러지원국가 지정 해제도 모두 중국이 미국에 요구해 시킨 것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핵 폐기’는 한계인가

오바마 대통령이나 이번에 만난 크로닝 소장도 부시 행정부 8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가려고 하는 길은 제2기 부시 행정부가 취한 유화책과 다르지 않다.

그런 과오는 어째서 되풀이되는가. 가장 리베럴한 그룹에 속하는 크로닝 소장 조차도 “중국에는 믿음을 줄 수 없다” “상상의 중국과 현실의 중국은 다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시마다 요이치(島田?一) 후쿠이(福井) 현립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2005년 9월 미국이 북한에 금융제재를 했을 때 미국 정부는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를 대상으로 했었는데 북한의 가장 비열한 비합법 거래에 가담해온 중국은행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제재를 실시하기 직전 미국 정부는 중국은행의 잘못된 행동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썼는데 중국에 ‘미국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은행’을 제재한다는 것은 너무도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유화책으로는 미국 외교가 성공할 수 없다. 미일안보조약에 의존하는 일본의 안전에도 위험 신호가 된다.

“북한의 일본 공격은 우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가는 일이다. 북한을 철저하게 졸라맬 수 밖에 없게 된다… 전쟁행위도 불사하게 된다”고 크로닝 소장은 말했다. “act or war”라고 되풀이한다.

“미국에는 미일안보조약 등 양국 동맹에서 중국 중심의 다국 협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동맹이 최우선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고 크로닝 소장은 말했다.

하지만 닉시는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 외교에 분명한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지금 일본은 6자회담의 핵에 관한 협의와 납치문제를 분리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일본이 이웃나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음에도 진심으로는 ‘동맹’이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앞으로 더 한층 유화노선이 가속화할 것은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핵·미사일’과 ‘납치문제’라는 중요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은 한시바삐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은 동맹관계인 미국의 의존으로부터 탈피하는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이번 방미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일본에 대해 새 판의 군사력 정비를 요망한 것도 미국의 진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번역/이영훈 미래한국 객원해설위원·교포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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