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민정당 맞나?
민주당, 서민정당 맞나?
  • 미래한국
  • 승인 2009.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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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_국회 등원 거부하는 강경모드 민주당
▲ 서울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열린 ‘6·10민주회복 범국민대회’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2007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정세균 대표 체제가 출범한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겠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에서 나온 이러한 목소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온 지난 10년 동안 이념적 투쟁에 치우쳐 중산층으로부터 지지를 잃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월 17일 민주당은 ‘뉴 민주당 플랜’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이념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사는 공동체’를 3대 가치로 제시하고,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2대 발전전략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장외투쟁에 나섰고, 최근에는 국회 등원까지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 이념 좌표가 좌향좌로 가고 있다는 등의 비판도 들리고 있다. 조문정국 이후 민주당의 강경 모드 그리고 국회 등원 거부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미래한국>은 양당 대변인, 시민단체, 중도적인 발언을 해왔던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민주, “한나라당 무성의에 등원 거부”

먼저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조문정국 이후 대통령 사과, 정치 보복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등 국회 등원 조건으로 요구한 5개 조항은 국민 절대 다수의 생각이지만 정부는 무반응이고 한나라당은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국회 등원 거부 입장을 설명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또한 “지난 1년 동안 우리 측의 남북, 교육, 경제 문제에 대한 법안들이 더 좋은데 이런 것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더 크게 얘기하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 소리라도 질러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우제창 의원도 조문정국 이후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며 강경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지양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여당의 미디어 법안 강행처리 방침은 변함이 없고, 질적인 의회정치를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등원 거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디어법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의견 비율이 높다”면서 “선험적으로 여당이 수로 밀어붙여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형식이 정당하다고 내용이 정당하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 측은 민주당에 대해 “국회에 들어와라”고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윤선 의원실 관계자는 “거리 정치가 아닌 국회에 들어와서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것은 한나라당 논평을 통해서나 안상수 원내대표, 박희태 대표 등이 계속 요구해왔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최근 민주당의 강경 모드에 대해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상태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회가 운영되는 것이 의회정치의 본령”이라면서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정당이 의회 민주주의가 상생할 수 있도록 같이 의견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민주당 행보는 대안 없는 포퓰리즘 정치”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들어봤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민생법안에 대해 대안이 없다’고 비판한 반면, 참여연대 측은 ‘지금은 야당(민주당)이 융통성 있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민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다’ 식으로 대외 투쟁을 하고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민주화된 시대에 맞지 않다. 구태의연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민주당은 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했는지 반추해 봐야 한다”며 “조문정국 이후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해서 수권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며, ‘대안 정당’으로서 법안을 내놓으면서 건설적으로 나갈 때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창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최근 민주당의 강경 일변도에 대해 “익숙함으로의 회귀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민주화 투쟁이나 운동을 하면서 선동하던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대의정치를 포기하고 광장에 가서 촛불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여의도 문을 벗어나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오영세 사무처장은 “조문정국 이후에 민주당이 6·10 범국민대회를 여는 등 국회를 택하기보다 장외를 택한 것은 민주당이 민생 법안에 대해 대안이 없다는 것과 ‘포퓰리즘 정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오영세 사무처장은 또한 “설문조사를 해 국회를 개원하고 미디어법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정책적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지금은 야당이 융통성이 있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여당이 ‘미디어 악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실제 이명박 대통령도 말로는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대통령의 사과와 이와 관련된 검찰의 책임을 묻게 하자는 것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야당이) 뭘 해보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중도 성향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 “당리당략따라 당이 움직이는 것 안타깝다”

민주당 비전위원회 위원장 김효석 의원과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역임했던 유재건 전 의원의 의견도 들어봤다. 김효석 의원은 지난 5월 17일 ‘뉴 민주당 플랜’ 초안 작성을 주도했으며, 민주당이 관념적 이념 논쟁을 벗어나 중산층과 서민들에 맞는 정책 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유재건 전 의원도 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내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효석 의원 측과 유재건 전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의 강경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효석 의원실 관계자는 “중도와 서민 정당을 표방한다는 당의 기본 방향에는 생각이 변함없다. 하지만 지금은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유재건 전 의원도 “양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면서 “국회의원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건 전 의원은 이와 더불어 “국민들도 양 정당을 비판만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을 잘 뽑도록 노력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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