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구 회장 "우리 치의학 기술은 선진국, 치아관리 상태는 후진국”
이수구 회장 "우리 치의학 기술은 선진국, 치아관리 상태는 후진국”
  • 미래한국
  • 승인 200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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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이수구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 이수구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일제 강점기 치과의사들이 이 땅에서 처음으로 활동한 지 90년이 지났다. 해방 이후 조선치과의사회가 대한치과의사회로 개칭 발족했고 대한치과협회가 이를 계승하여 오늘날 가입 회원만 2만4,000여 명에 이르는 거대 전문인 조직으로 발전했다. 치과의사협회는 매년 6월 9일을 ‘구강의 날’로 제정했다. 올해 64회 기념행사를 가졌고, 6월 한 달 동안 다양한 구강건강 캠페인을 벌였다.
최근 임플란트 의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치의학 분야는 척추건강, 치매치료 등과도 깊이 연관된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그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미래한국>은 국민건강의 기본으로서 비중이 더욱 높아가는 치과에 대한 이야기를 이수구 대한치과협회회장을 만나 들어 보았다.


- ‘구강의 날’ 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올해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면?

매년 6월 9일을 구강의 날로 지킵니다. 첫 영구치가 나는 만 여섯 살을 의미하는 6월, 한자어로 어금니 구(臼)를 숫자로 표시한 9일, 그래서 6월 9일을 구강의 날로 정했습니다.

6월 한 달을 구강보건의 달로 삼아 여러 행사를 합니다. 금년에는 OQ지수(구강건강지수)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건강한 치아가 몇 개인가를 간단하게 수치화해 구강건강을 지수로 표현한 것이지요. 이 OQ지수는 평소에 자신의 치아건강 상태를 의식하여 예방적 치료를 가능하게 한 세계 최초의 구강건강지수입니다.

또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과 무료진료사업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대안학교의 저소득층 학생 1,6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되었어요. 또 치과의사협회가 소유한 이동진료차량을 이용해 양로원이나 고아원과 같은 곳의 소외계층을 위해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MOU도 체결했습니다. 이 봉사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가 함께 나서기로 해서 활동이 더욱 활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흥겨운 행사도 가졌습니다. 극단 서울이 만든 영어 뮤지컬 ‘티스(Teeth)’ 공연이 있었지요. 치아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아주 쉽고 재미 있게 표현한 뮤지컬인데 아이들이 참 좋아하더군요. 이번 공연에는 경기도 지역의 다문화 가정 어린이 850명을 특별히 초청해서 아주 의미가 있었습니다.

- 2만 명이 넘는 치과의사들이 모여 만든 치과의사협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지요.

이 협회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곳으로 회원들의 권익을 옹호하면서 의료 차원의 공익적인 일에 주력하는 곳입니다. 구강보건을 중심으로 홍보, 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치의학 발전 분야, 치대 국가시험 관리, 건강보험 문제, 산업재해 문제, 회원의 보수교육, 전문의 자격관리, 졸업 후 평생교육, 치과기자재 산업분야, 낙도와 소외지역 진료, 장애인 치과진료 문제, 남북치의학 협력, 세계 치의학계와의 교류 등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 특색 있는 사업이라면 장애인 치과병원 개설을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치과치료는 환자가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장애인은 이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을 위한 특수한 시설이 필요하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서울 성동구 보건소에 장애인치과병원이 처음 개설돼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왔고 그 필요성을 인정받았지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지역별로 2개소씩 그 지역 대학병원에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의 사업을 소개하자면 치의학 분야의 남북교류 사업입니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주민의 구강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여러모로 모색해 왔는데 2004년 금강 온정리 구역에 있는 인민병원에 첨단치과시설을 북한 최초로 개설했습니다. 남쪽 의사가 북한주민을 직접 진료하는 첫 케이스가 되었지요. 그리고 그 뒤 평양적십자병원에 구강수술장을 개설해 남한의 치과의술을 북한에 소개하는 길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만 치의학 분야에서도 남북이 교류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용어의 이해가 일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류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남북치의학 용어집을 발간하려고 합니다. 또 북한 구강제도도 연구하여 실제적인 교류의 밑바탕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 한국의 치의학 수준이 상당히 앞서 있다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치과 의술에 있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치과 의술이 미국의 90% 정도는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임플란트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관련 기자재 생산업체만 해도 30곳이 넘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미치과 의술도 크게 발전해 성형외과와 협진도 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치의학 수준을 인정하여 5월부터 의료관광이 합법화되면서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치과의사협회는 2013년에 개최되는 세계치과의사연맹총회(FDI)를 서울에 유치하는데도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치과의사 부부가 1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입니다. 그만큼 우리 치의학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른 얘기입니다만, 우리 치과 의술이 서구에 비해 빠르게 발전하는 까닭에는 선천적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인의 손재주가 좋은 점이고 둘째는 서양 사람에 비해 손이 작아 입안에 들어가기가 쉽고 치과 진료가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 그러면 우리 한국인들의 치아건강 수준은 어떠합니까?

3년마다 국민구강건강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력은 10위권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충치유발지수나 풍치의 빈도수, 치아가 빠지는 정도 등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경제력은 높은데 구강건강 상태는 아주 나쁘다는 얘기지요. 그 까닭은 구강건강에 대한 국민의식 수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부터 우리 나라가 최빈국에서 급속하게 성장해왔지만, 아직도 구강건강 문제를 사치스럽게 여기고 아파도 참아야 한다는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치아문제가 치매를 유발하고 허리를 굽게 만들며 또 조산하는 원인이 되는 등 전신건강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이해가 전혀 없어 문제인 것이지요. 게다가 구강건강에 관한 국가의 행정정책도 국민의식 수준만큼이나 미비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 치아관리를 위해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합니까?

가장 중요한 습관은 양치질 습관인데 이를 닦을 때 정성을 다해 닦는 태도입니다. 대충 닦아서는 안 됩니다. 333 습관을 가져야 해요. 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에 3분간 닦으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구강 내 풍치를 막고 프라그를 제거하는 실제적인 방법이지요. 그리고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진료를 받고 치아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치태, 치석 등이 쌓이면 치아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니까요.

- 하지만 치과 진료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노인들의 치아진료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노령인구가 전체인구의 10%인 500만 정도라고 합니다. 대개는 빈곤층인 이들 노인들에게 어떤 치과진료의 혜택을 줄 수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치과협회에서는 정부와 교섭해 무료 틀니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1만4,000명에게 제공했고 내년에는 2만 명에게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치과의사들이 참여해 75세 이상의 환자에게 틀니비용의 50%를 본인이 부담하는 무료틀니제공 확대정책을 펼 계획입니다. 의료보험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틀니기술을 가진 의사가 전체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주 정밀한 기술을 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또 이런 저런 부작용이 나오리라 예상됩니다만 부딪쳐 보려고 합니다.

- 의사 배출이 과다하다고 하는데 치과의사들은 어떻습니까?

치과의사도 마찬가지이지요. 2015년이면 과잉공급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매년 11개 치의대에서 치과의사들이 쏟아져 나와 대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 해 문 닫은 치과병원이 712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치과의사들이 나아가야 할 배출구를 다르게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치과의사협회는 ‘글로벌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우리 치과의사들의 해외진출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유력한 기회를 호주정부와 논의 중에 있습니다. 호주에는 인구에 비해 치과의사가 절대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사소통능력이 인정되면 영주권 부여와 함께 취업할 수 있도록 협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개설된 7개 치의학전문대학원 과정에 글로벌 덴티스트 교육과정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중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 치과의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과의사의 진출 기회를 국내로만 한정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드넓은 세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수구 회장은 서울 치대를 졸업한 후 고려대에서 치의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랜 기간을 아들 이창석 박사에게 물려준 ‘이치과’의 개업의로 종사했고 현재는 치의협 회장으로서 치과의사들의 봉사모임인 스마일복지재단과 일송복지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다. 또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직과 함께 외래교수로서 대학 강의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더없는 보람이라고 했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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