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빠’의 북핵 전용(轉用)
‘나쁜 아빠’의 북핵 전용(轉用)
  • 미래한국
  • 승인 2009.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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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중계
김상태 한경대 개도국기술협력연구소장

대북지원의 북한 핵무장 전용 논의가 활발하다. 개발도상국에 제공된 원조의 용도변경 문제는 국제원조 사회에서 오래된 논쟁거리다. 세계은행은 1998년 발행한 ‘원조평가’란 보고서에서 전용 사례가 적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가령 가난한 마을의 초등학생 대부분이 하루에 두 끼밖에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이며, 그 영향으로 성적도 나빠 외국 원조단체가 이 아이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제공키로 했다. 잘 짜인 식단의 도시락이 학생들에게 꼬박꼬박 제공됐다. 1년이 지난 후 학생들의 영양 상태와 성적을 조사했더니 달라진 게 없었다. 영양 상태는 여전히 부실하고 성적도 나빴다. 그 원인이 바로 학생들의 ‘나쁜 아버지’(bad father) 때문이라는 것을 원조단체가 알게 됐다.

‘나쁜 정부’(bad government)에 대한 원조도 마찬가지다. 보건 분야에 1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어느 나라에, 우리가 1,000만 달러의 보건비를 지원한다면 그 분야 예산이 1,0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건 분야에 1억 달러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나쁜 정부가, 지원한 1,000만 달러를 무기 구입에 전용했다. 지원은 현물로 이뤄지므로 이미 편성돼 있던 보건 분야 예산을 활용해 무기를 구입하면 원조가 무기 구입비로 용도가 대체돼 그 나라 보건 분야 예산은 여전히 1억 달러에 불과하다. 무기 구입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쁜 정부가 추가로 예산을 전용하면 오히려 보건 분야는 더 악화된다.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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