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패권국이 될 수 없는 이유
중국이 패권국이 될 수 없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09.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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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한때는 긴 머리가 유행을 했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짧은 치마가 유행했었다. 그런데 학문에도 유행이 있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국제정치학에도 유행이 있다. 연구 주제에 관한 유행도 있고, 세상을 보는 시각에 관한 유행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연구 주제는 중국의 패권 도전과 미국의 몰락이라는 주제다. 또한 이 주제에 관한 압도적 다수설은 ‘중국은 미국을 곧 앞질러 21세기 세계의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그들에게는 중국이 하는 모든 일들이 근사해 보이고 미국이 하는 모든 일들은 초라해 보인다.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소녀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을 정도로 떠들썩하게 했지만, 중국 화물선에 부딪혀 침몰한 배에서 익사, 시체도 제대로 건지지 못한 10여 명 한국 선원의 죽음은 그 사건이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이 같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떠오르는 강대국에게 시끄럽게 굴 필요가 없고, 저무는 강대국에게는 맞장 떠도 될 것이라는 황당한 발상의 결과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두 사건은 모두 지난 10년 좌파정권 집권 시기에 일어났던 것이다.

21세기 중국이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는 국제정치학적인 유행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통용되는 견해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미국과 결별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중국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기가 막힌 발상이다. 필자가 이 같은 생각을 ‘기가 막힌 발상’ 이라고 과격하게 말하는 것은 필자가 이해하고 있는 국제정치학의 정통 이론은 ‘우리 나라가 미국과 결별할 경우, 중국은 우리를 더 이상 제대로 된 국가로 상대해 주지 않을 것’ 임이 분명하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의 대등한 자격으로 중국과 상대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미동맹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세계는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세계와는 상이하다. 중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인간사회가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정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지위에 합당한 행동을 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왕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부부, 친구, 나이 먹은 사람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 적용되는 윤리(倫理. 사람됨의 도리)가 있고 이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상하 관계에 관한 인식과 존중이다. 위 아래, 즉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적 사회윤리는 특히 한 제국(漢 帝國) 이후 동아시아 국제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하늘의 아들인 중국 황제 즉 천자(失子)는 세상 모두를 다스리고, 그 아래 예를 갖추는 작은 나라의 왕들이 있으며, 또 그 아래에는 후국(侯國)들이 존재한다. 중국은 천자의 나라요 중국의 속국임을 자처하는, 조선처럼 중국의 말을 잘 듣는 나라는 왕의 나라였다. 중국과 조선은 동급의 나라가 아니었다. 이 같은 위계질서가 지켜질 때 국제관계는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식 국제정치 질서(Confucian International Order)였으며 중국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의 마음 속에는 이 같은 관점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이후 중국의 학자들, 정치가들의 언행에서 이 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중국은 21세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패권국이 될 것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같은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기왕의 다수설은 틀렸다고 믿고 있다.

우선 이 글에서는 중국은 미국과 경제적으로 맞먹는 나라인가, 중국이 미국 경제를 살리고 있는 나라이며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나라인가 등 경제적인 측면만을 다뤄보기로 한다.

우선 GDP 통계를 보면 2008년 미국의 GDP는 14조2,040억 달러였고 중국은 3조8,600억 달러였다.(세계은행 자료) 미 CIA는 2008년 미국의 GDP는 14조3,300억, 중국은 4조2,220억 달러라고 추정하고 있다. 두 기관은 일본의 2008년 GDP를 각각 4조9,092억 달러, 4조8,440억 달러라고 추정한다.

기관마다 약간씩 상이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GDP는 각각 0.9%, 1.3%의 오차가 나는 반면 중국의 GDP 추정은 9.3% 차이가 난다. IMF는 중국의 GDP를 세계은행 자료보다 무려 14% 높게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큰 차이는 중국 GDP 통계의 신뢰성이 낮음을 상징한다. 어느 경우라도 2008년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1/3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정치학은 물론 동태(dynamic)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경제력이 3:1로 격차가 나는 두 나라를 국제정치의 라이벌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냉전시대 동안 미국의 라이벌이었던 소련은 군사력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앞섰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던 경제력의 경우도 미국 경제력의 거의 절반(1978년 기준으로 49%) 정도였다.

중국은 지금 냉전시대의 소련에 비견되는 막강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고 그 막강함의 근거를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에서 찾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력이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7% 수준이며 미국 경제의 30%에도 이르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력은 1960년대에는 세계 전체의 27~28%, 1970, 1980년대에는 22~27% 정도를 유지했다. 미국이 몰락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 지난 현재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세계의 1/4 정도다.

이상의 통계는 미국은 아직 몰락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알려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미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20% 정도인 데 반해 중국은 70%를 상회한다. 미국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에 중국의 경제가 의존하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올바른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적 성과가 낮은 대통령이라고 인식되지만 부시가 대통령이 된 후 7년째 되던 2007년 미국의 GDP는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2001년보다 20% 증액된 것인데 그 20%는 2007년 중국의 GDP 총액과 같은 양이었다.(Dennis Keegan and David West, Reality Check: The Unreported Good News about America, Washington. D.C.; Regnery, 2008, p.26) 부시는 임기 시작 후 7년 동안 미국에 중국 전체에 해당되는 경제력을 추가시켰다. 통계는 사실(fact)이지만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중국이 쉽게 패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폴레옹의 프랑스, 빌헬름과 히틀러의 독일, 공산제국 소련의 패권을 향한 투쟁사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패권은 쉽게 평화적으로 바뀌지 않는 것임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

이춘근 박사, 이화여대 겸임교수, 뉴라이트 국제정책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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