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흑백 갈등과 ‘맥주회담’
미국 내 흑백 갈등과 ‘맥주회담’
  • 미래한국
  • 승인 2009.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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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r Summit)
▲ 7월 30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헨리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 조셉 바이든 부통령, 제임스크롤리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 경찰 참석자, 오바마 대통령
지난 7월 30일(미국시각)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는 이른바 ‘맥주 회담’(Beer Summit)이 열렸다. 참석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셉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 제임스 크롤리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 경찰·백인 둘, 흑인 둘이었다.

하버드대 인근에 위치한 게이츠 교수 집에서 지난 7월 16일 일어난 사건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 말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이를 진화하려는 차원에서였다.

흑인인 게이츠 교수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지만 이를 지켜보던 이웃이 강도침입으로 오해, 911에 전화했고 곧 경찰들이 달려왔다. 그 가운데 백인인 크롤리 경찰이 있었고 게이츠 교수와 맞닥뜨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구인 게이츠 교수는 자기 집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내가 흑인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하는구나”라고 격렬하게 항의했고 크롤리 경찰은 게이츠 교수의 말과 행동이 업무 방해라며 수갑을 채워 경찰 구치소에 넘겼다.


이 사실이 알려졌고 지난 7월 22일에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질문에 “경찰들이 멍청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계기로 이 문제는 전국적 이슈가 되며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흑인 편을 들었다는 비판과 지지의 목소리가 커졌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경찰노조는 대통령의 그 말을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연일 신문에는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흑백인종문제에 초월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오바마 대통령에 타격을 줬다. ‘결국, 흑인편이네’라는 인상을 준 것이다.

정치적 타격은 컸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41%가 오바마 대통령이 ‘경찰들이 멍청하게 행동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29%만 동의한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 무렵부터 강력히 추진 중인 의료보험 개혁도 이 논란에 가려 관심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예정도 없이 참석해 ‘경찰들이 멍청하게 행동했다’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며 물러섰고 크롤리 경찰의 제안대로 관련자들이 백악관에서 모여 맥주 한잔을 하며 풀자고 말했다.

이날 4명은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고 크롤리 경찰은 “사과는 서로 하지 않았고 게이츠 교수와 제가 특별한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다는 암시다.

백악관 맥주회담을 통해 이번 사건은 점차 사그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미국에는 백인과 흑인 간 깊은 갈등 상처는 쉽고 빨리 아물지 않을 것이라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NBC방송이 지난 7월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들과 백인들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흑인들의 4%가 게이츠 교수가 잘못했다고 답한 반면, 경찰이 잘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30%였다. 반면, 백인들의 32%는 게이츠 교수가 잘못했고 7%가 경찰이 잘못했다고 밝혔다.

정당별로도 차이가 분명해 공화당원 47%는 게이츠 교수가 잘못했다고 밝혔고 민주당에서는 11%만이 게이츠 교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워싱턴·이상민 특파원 genuinevalu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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