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중 회장,"다문화 가정은 국가 경쟁력 높이는 기회”
윤해중 회장,"다문화 가정은 국가 경쟁력 높이는 기회”
  • 미래한국
  • 승인 2009.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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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해중 한국 인도네시아친선협회 회장
▲ 윤해중 한국 인도네시아친선협회 회장
최근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 이참 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돼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족 시대에 들어섰다는 시대적 현상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결혼이민자 등으로 형성된 다문화가정이 15만 세대에 이른다. 인구 대비로는 2.3% 수준으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이에 다문화가정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이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어려움과 갈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도네시아친선협회의 윤해중 회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도 다문화가정 문제에 발 벗고 나섰다. 작은 노력이지만 작년부터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지인 인사동 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윤해중 회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한때 홍콩과 상하이 총영사, 중국과장 등을 역임하며 중국전문가로 알려졌으나 일본 공사와 대만 대표부 대표에 이어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부임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갖게 됐다. 그는 공직을 퇴임한 후 곧바로 ‘사단법인 아시아문화발전센터’를 설립해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소통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외교관으로서 경험했던 일들과 서로 교류했던 인맥들이 큰 자산이 된다고 했다.

한국인도네시아친선협회는 설립된 지가 의외로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고속도로인 자고라이고속도로가 현대건설에 의해 건설됐고 서울과 자카르타가 자매도시로 맺어져 있다. 또 양국 간의 경제교류가 나날이 활발해져가고 있음을 볼 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친선협회 설립이 너무 늦었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만큼 한국의 무관심이 컸던 부분이기도 하다. 석유, 천연가스, 목재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위한 미래의 국가로 유대를 넓혀가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되면서 민간 차원의 친선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 실제적인 친선관계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가정의 문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윤 회장의 생각이다. 베트남, 필리핀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한국의 결혼이민자 가정은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주민들의 주요한 관심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거창한 정책적 과제도 중요하지만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민간차원의 교류가 더 실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가정의 만남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우호적이며 존중하는 관계가 쌓여갈 때 국가적 신뢰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친선협회는 8월 12일부터 11일간 한국의 다문화가족들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서울에서 가졌던 다문화가정 어린이 초청 프로그램을 새롭게 발전시킨 것이다. 4가정의 9명의 가족들이 초청받은 이번 프로그램은 결혼이민자들의 출신국가들과의 친선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모델케이스로 관심을 끌고 있다. 윤해중 회장은 시종일관 열성적으로 다문화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다문화 가정의 현상을 일종의 문화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있는데, 이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충격은 다문화 가정의 문제가 우리 민족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순혈주의 중심의 우려에서 나온 기우라고 여겨집니다. 우리 민족성이 다문화 가정으로 인해 훼손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순혈주의란 하나의 허구란 생각이에요.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였다는 얘기나 이와 유사한 설화들이 다문화가정의 시작이 이미 고대 때부터 있어온 일이라는 걸 보여주지요. 고려시대 때 인구 210만 명 가운데 17만 명이 귀화인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다문화 가정의 민족성 훼손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문화 현상은 우리 민족의 세계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봅니다.”

- 다문화 가정의 현상을 우리나라의 회피할 수 없는 발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자세,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리 사회나 국가는 다문화 문제를 특별한 일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결혼 이주 여성이나 이주 노동자들이 이방인이 아니고 우리 국민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정부 정책도 이런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문화성을 살려주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다문화성은 세계화시대에 있어 우리의 경쟁력을 여러 방면에서 높여주는 잠재된 자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결혼이민자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해온 다문화 가족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습니까?

“인도네시아 방문 프로그램과 관련해 현지 우리 교민들이 대단히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다문화 가정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결혼이민자 가족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자긍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긍정적인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작년에는 한국에 온지 12년 만에 자기 고국을 방문하는 감격적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석유공사와 대한항공의 도움이 큽니다. 참가자들은 인도네시아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그 다문화성을 자기들의 경쟁력으로 갖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300여 종족과 300여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또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급속히 성장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인도네시아의 후손으로서 그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 이제 우리는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요?

“지금 이러한 다문화 가정의 취학아동이 전국적으로 2만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몇 년 후에 이들은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이들을 반듯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장차 이들을 사회적 갈등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국가자원으로 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능력은 미래에 국가 간에 시너지 효과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열린 의식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특히 주의할 점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만 별도로 취급해서는 안 되고 함께 어울러서 대하고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 다문화가정 문제와 관련해 ‘한국인도네시아친선협회’와 ‘아시아문화발전센터’의 앞으로 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다문화의 문제는 외교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외교관 활동의 기본은 서로 절충하고 협상하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 바탕은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개방성에 있지요. 그래서 퇴임 이후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활동영역이 다문화문제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를 따로 분리시켜 바라보기 보다는 우리의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키워내는 노력의 일환으로 외교적 소양을 지닌 인재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오직 대학입시에만 매달려 훌륭한 성품의 인재육성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 결과 일방주의와 대립갈등의 대결 현상이 사회적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지요. 과거 대만에 근무할 때 얘기입니다만, 그 때 의회에서 서로 싸우고 난장판이 된 사건들이 빈번히 있었어요. 그래서 대만 관계자들에게 한국 국회가 더 선진화됐다고 자랑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제는 차마 그들을 만나기가 난처하게 됐습니다. 친선협회나 아시아문화발전센터는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평상시에는 일상적 강좌를 개설하고 방학 때는 세계 각국을 방문해 고위인사를 만나고 차세대 지도자들을 교류할 계획입니다.”

- 오랫동안 외교일선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했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38년간 수행해온 외교 업무 가운데 중국과 대만에 관련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중 하나는 한중수교 과정에 관련된 일입니다. 당시 나는 홍콩 총영사관 부총영사였는데, 중국이 미수교국이어서 외교관 신분으로 중국에 갈 수 없었지요. 대한체육회 임원이어서 스포츠연락관으로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면서 국교수립에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팀이 종합순위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그 덕에 무역대표부가 처음 설치됐어요. 나는 무역대표부 참사관으로 일하며 한중수교라는 역사적 과정에 참여했는데 가슴 벅찬 시간이었음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다른 하나의 보람은 대만과의 관계 복원입니다. 당시 대만 분위기는 한중수교로 인해 무척 냉랭했지요. 택시를 타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거부당하기 일쑤였어요. 그런 상황을 반전시켜 정상관계를 회복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을 성사시킨 데는 하늘의 도움이 컸지요. 당시 대만에는 5,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200명 이상의 구조대를 파견했는데 우리 외교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어떤 결정도 내리기 어려웠어요. 그때 내가 서울시에 119구조대 파견을 건의, 겨우 15명의 구조대를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다른 나라 구조대가 훑고 지난 곳에 다시 투입됐는데 우리 구조대가 6세 아이를 구할 수 있었어요. 세계 각국의 구조대 가운데 생명을 구한 것은 우리 구조대가 유일했지요. 대만 사회가 반한 분위기에서 친한 분위기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기적입니다.

또 하나의 기적이 있었습니다. 대지진 참사 후 친한 분위기로 바뀌자 화교 한 사람이 나에게 한국영화, 노래, 드라마 등을 소개하는 상품설명회를 대만에서 갖도록 주선해달라고 제의해 왔어요. 이런 기회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시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이 후원하여 상품 설명회와 함께 차인표, 류시원, 송윤아, 유열 등이 참여하는 한국연예인 사인회도 열었지요.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이것이 한류의 시초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화교를 통해 대만이 한류의 진원지가 되어 한류 트렌드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로 번져나갔던 것입니다. 참으로 가슴 벅찬 순간들이었고 보람 있는 기억들입니다.”

윤 회장은 이와 같은 중국과 대만의 외교경험을 통해 국가 간의 외교관계와 함께 이를 실제적으로 심화시키고 강화시키는 것은 민간 차원의 노력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간 외교의 노력을 외면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해 국민들이 저마다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야말로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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