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교수,“조중동은 지상파 진출 어려울 것”
최창섭 교수,“조중동은 지상파 진출 어려울 것”
  • 미래한국
  • 승인 200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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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미디어법 통과, 그 이후_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명예교수
▲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명예교수
지난해 연말부터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미디어법’이 지난 7월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상파 방송에 대기업 및 신문 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새로운 뉴스 보도채널 그리고 종합 편성채널도 신설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미디어법 개정에서는 대기업, 신문의 지상파 지분 참여 시기가 2013년으로 미루어지고 지분 참여율도 기존 법안에서보다 줄어드는 등 여야 협상과정에서 ‘누더기 법안’이 됐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미디어법 국회 통과 그 이후, 남겨진 과제는 무엇이고 이번 법안 통과로 시청자들의 삶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미래한국>은 최고로 권위 있는 언론학자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명예교수를 만나 미디어법 통과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 한정석 편집위원]


- 이번 미디어법 개정의 취지를 뭐라고 보십니까.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이 생김으로써 시청자에게 채널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위성방송 스카이 라이프, 위성DMB, 지상파DMB, IPTV 등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를 나눠먹는 데 여념이 없었죠.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 세계화·선진화가 이루어지려면 콘텐츠의 다양화와 품질향상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존 미디어법은 재벌은 안 된다, 특정 신문사는 안 된다 식으로 자본이나 인력의 흐름을 막아 놨습니다. 이번 미디어법은 매체간의 장벽의 걷어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 교수는 이번 미디어법 개정이 방송의 주인인 국민에게 방송을 되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념주의 방송은 안 됩니다. MBC를 흔히 노조가 운영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고 하는데 방송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이 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합니다. 국내외적인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공영 체제인 5공법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의 조류와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보는 미디어법의 취지이자 명분입니다.”

- 이번에 개정된 미디어법에서 소유 규제 완화가 불충분하다는 등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디어법’에 대한 총평을 해주시지요.

“이번 미디어법이 통과된 것은 다행입니다. 꼭 해야만 했고, 백번 했어야 했죠. 매체 간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세계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틀이 생긴 것이죠. 그러면 왜 문제점이 있는가. 우선 통과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한이 너무 많아요. 소유 규제를 헐긴 헐었는데 제대로 헐진 못했어요.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에 10%까지 밖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들(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에는 30%까지 가능)이 누더기라는 얘깁니다. 동서 베를린 장벽 허물듯이 허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사전 진입 규제 조치가 그대로 살아 있고, 신문의 방송 진출 이후에 해당 방송사의 시청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에 방통위가 허가 취소까지 할 수 있는 등 사후 규제도 있어요.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진출도 2013년 디지털 시대가 될 때까지 유보가 되어 있고요. 시장 진입을 어느 정도 허물었다는 데 상징적인 의미는 큽니다. 하지만 TV의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미디어법’은 지난해 연말부터 국회를 파행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핵심 법안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면 ▲MBC와 KBS 2TV가 민영화되고 방송은 정부에 의해 장악된다 ▲이명박 정부가 지상파 방송을 빼앗아 신문과 대기업에 넘겨주려고 한다 ▲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대형 신문사에 내주려는 우회 전술이라는 점을 들어 이 법안에 줄곧 딴죽을 걸어왔다.

종합편성채널, 전국 90% 이상 가시청권 확보

- 미디어법 개정 논란을 보면 KBS와 MBC에 조중동이 들어갈 수 없는데 기득권을 지키려고 마치 방송이 장악이 되는 것처럼 잘못 해석하고 있습니다.

“KBS는 국가 기간 방송이기 때문에 신문과 대기업이 못 들어가요. MBC도 노조가 잡고 있는데 누가 어떻게 들어갑니까. 정수장학회에서 MBC 지분의 3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죠. SBS는 태영(SBS의 대주주)에서 조중동에 지분을 줄 것 같습니까. 냉철하게 질문하면 조중동이 (지상파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한다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종합편성채널이에요. 이건 지상파가 아니에요. 종합편성채널이 케이블 이지만 전국의 90% 이상 가시청권을 확보하기 때문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최 교수는 보도전문채널은 이미 YTN과 MBN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전문 보도채널이 만들어져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이 자리매김을 하려면 콘텐츠에 대한 막대한 재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다고 했다.

“SBS가 처음 출범할 때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로 치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현재 지상파 수준과 규모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가지고 나오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수 조 원 이상 투자해야 합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게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콘텐츠로 경쟁해야 하거든요. 종합편성채널에서 KBS, MBC, SBS 처럼 임팩트를 가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MBC 민영화는 MBC 스스로 결정해야”

- MBC 민영화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될까요.

“이번 미디어법에는 그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방송법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모르지만 KBS와 EBS를 공영으로 묶는 공영방송법(가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 경우에 공영인지 민영인지 MBC의 위치도 철저하게 해줘야 합니다. 공영을 원한다면 철저히 공영이 되어야 하고 민영을 원한다면 철저히 민영이 되어야 합니다. 밖에서 강요할 것이 아니라 MBC 구성원들이 선택할 여지를 줘야 합니다. 노조 뿐만 아니라 MBC 전체 구성원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코바코의 광고 독점체제를 철폐하는 입법도 이루어질 겁니다. 공영방송은 기존의 코바코 대행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고 SBS 같은 경우에는 민영 미디어렙이 들어올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바로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어요. 광고 대행체제 대한 입법이 이루어지면 MBC는 진로를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최 교수는 2013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도 MBC를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에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리면 MMS(멀티 모드 서비스)가 도입됩니다. 기존의 지상파 채널 하나가 3~4개로 많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상파 채널이 10개도 넘습니다. 지금 같은 독과점도 아니지요. 지상파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겁니다. MBC는 앞으로 닥칠 경쟁체제가 두려운 겁니다. 공영이라는 울타리가 편한 거죠.”

- 지난해 MBC의 광우병 보도는 MBC 제작진의 편향된 인식이 많이 작용했습니다. 방송 쪽에서는 PD들이 집단적인 사고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미디어법 개정으로 KBS나 MBC의 특이한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현재의 법에 의해서도 충분히 됩니다. MBC 같은 경우에는 방송문화진흥법이 있습니다. 그 법에 의해 방송문화진흥이사회가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방문진 이사들이 MBC를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겁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MBC 내에 게이트 키핑(언론사가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 과정이 허물어졌습니다. MBC 내에서는 ‘노사협약’에 의해 국장도 퇴출시킬 수 있어요. 국장이 부장급의 눈치를 봐야 하고, 안 받게 되면 퇴출되게 되어 있습니다. 본부장은 노사협약에 의해 관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조직이 어디 있습니까. 노사협약 등 잘못된 것은 해서는 안 됩니다.”

최 교수는 방송이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방송사 스스로 게이트 키핑 기능을 회복해야 하고, 시청자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스스로 자정능력 갖춰야”

“방송은 방송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주인입니다. 방송이 제대로 되려면 전문직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바로 프로페셔널리즘이 정립돼야 하는 것이지요. 프로페셔널리즘은 윤리·도덕의식입니다. 시청자도 올바른 주권 행사를 해야 합니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수용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의식 수준이 높아질 때, 방송수준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윤리·도덕의식이 깨졌을 때는 실제로 제도 도입을 해야 합니다. 규칙에 어긋나면 퇴출시켜야죠. 그런데 검찰이 왜 개입을 합니까.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으니까 개입하는 것이죠. 게이트 키핑을 제대로 하라는 얘깁니다. 게이핑 키핑을 하는 데 있어서 옴부즈맨 제도도 유용합니다. 미국 CBS가 이 제도를 잘 이용합니다. 아예 옴부즈맨을 채용해서 매주 시청자의 불만을 반영해요. 사장을 불러내고 매주 담당 PD도 불러내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시청자와도 가까워지는 거죠. 시청자와의 신뢰감이 돈독해지는 겁니다.”

- 이런 내부 강화 기능이 미디어법 개정에서 반영돼야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TV속의 TV’ 같이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형식만 취했지 시청자들이 잘 보지도 않는 시간에 프로그램을 편성하면 누가 봅니까. 이런 프로그램은 프라임 시간대에 배치해 시청자들이 보게 해야 합니다. 옴부즈맨이 자리매김을 하면 저절로 자기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는 자생적이고 전문화된 피드백을 하는 시청자 단체가 많이 생겨야 합니다. 정치적인 색깔을 벗어난 단체들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옴부즈맨 워스트(worst)상 등 제도적으로 잘못된 프로에 이런 상을 주는 제도도 시험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방송계에서 조기 퇴직제가 없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PD는 영원한 차장으로의 회귀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직은 연령에 제한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PD 한 사람이 물러날 때 자기 꿈을 담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평생 제도권에서 꿈꾸지 못한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영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의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UCC 공모전을 열어서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죠. 위키디피아 방식이 여기에도 도입되어야 합니다.”

가슴을 나누는 방송

최 교수는 국민위에 군림해온 방송이 이제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봉사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방송은 시청자를 애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가슴을 나누는 방송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방송이 가슴을 나누었습니까. 방송은 소원해진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해야 합니다. 미디어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법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입니다. 거기서 풍요로움을 창출해 내는 것은 방송인들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올바른 인간 성장을 돕는 서번트가 돼야 합니다.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방송이 인간을 해치고 있습니다. 방송에 기본 철학이 없으면 이데올로기에 흔들려 버립니다.”

- 마지막으로 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수신료 인상은 해야죠. 국민들이 KBS가 나를 위한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지금보다 수신료가 몇 배나 올라야 합니다. 거기에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동안 방송이 너무나 정치 이데올로기적이었기 때문에 단돈 10원을 줘도 싫은 것이죠. 제가 시청료 인상은 ‘정서 게임’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아픈 곳은 만져주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국민의 맥박까지 귀담아 들을 줄 아는 방송이라고 느낄 때 국민들이 KBS를 도와줄 겁니다. 방송의 제일 큰 우호세력은 국민입니다.”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1942년생으로 1973년부터 2007년까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에는 서강대 교학부총장,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으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장애인 방송 사랑의 소리 운영위원장, 한국언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 교수는 방송인 단체 ‘여의도 클럽’을 탄생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었고, 지난해에는 뉴라이트 방송정책센터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문화관광부의 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 미디어·콘텐츠학회연합 공동회장, 환경단체 맑은물되찾기운동연합회 총재 등 학계와 정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7년 서강대에서 교수 생활을 은퇴하며 ‘지식을 넘어 지혜를 향해’라는 책을 펴냈다. 2003년에는 방송연구대상을 수상했다. #

정리/사진·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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