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녹색성장위 위원장 “녹색은 돈,경제·환경 공존하는 세상이 목표”
김형국 녹색성장위 위원장 “녹색은 돈,경제·환경 공존하는 세상이 목표”
  • 미래한국
  • 승인 2009.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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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최근에 가장 자주 듣는 말을 꼽으라면 ‘녹색성장’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은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희망의 길’이라는 구호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녹색성장이란 과연 무엇인가.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만나자마자 그 의미부터 물어봤다.

“녹색은 환경, 성장은 경제를 말합니다. 경제와 환경이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면 산업을 발전시킬 때 환경오염이 생기는데 이제는 경제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재처리해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죠.”


녹색성장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한 것은 딱 1년 전인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비전으로 제시하면서부터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는 오늘, 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입니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입니다”라고 밝혔다.

곧바로 물밑작업을 시작하여 올 1월 녹색성장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녹색성장기획단이 설립됐고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국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2월에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정부안이 확정되면서 국회에 제출하였고 기후변화특별위원회가 두 차례 법안 소위심사를 했다. 현재 정기국회 법안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여야가 사사건건이 대립하는 상황이지만 김 위원장은 법안 통과를 낙관했다.

“특별한 반대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정책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정치적으로 반대할 수는 있겠죠. 녹색성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 브랜드’가 되자 무작정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한 지 6개월 남짓 되었는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산업계·과학기술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 녹색성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법·제도와 추진조직 등 녹색성장 추진 인프라가 마련됐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아젠다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국민의 공감과 협조를 바탕으로 녹색성장비전을 실천해 나갈 추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각계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각 회사들이 탄소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녹색성장 구호와 함께 등장한 것이 자전거이다. 김 위원장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자전거를 꼽았다.

“자전거를 중요한 도시 교통 수단으로 삼게 되면 도심 혼잡이 줄어들 겁니다.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습니다. 제주도의 경우 예전에는 한 번 찾아가서 사진 찍는 곳이었지만 이제 계속 찾아가서 아름다운 환경을 즐기는 곳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산을 매주 찾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녹색성장이 구조적 전환을 이루어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수립해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GDP의 약 2% 수준인 107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아울러 민간투자가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2012년까지 31조2,000억 투자 예상

UN 권고치인 GDP 1%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재정을 투입해 세운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물었을 때 김 위원장은 “목표는 야심적으로 세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개월 간 총론을 썼다면 앞으로는 각론을 쓰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녹색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녹색성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입니다. 지금은 에너지와 기후의 시대입니다. 에너지가 경제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화석에너지를 아껴 쓰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CO2(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경제성장을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그린 시티, 그린 빌딩, 그린 오피스, 그린 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홍보하고 교육을 해야지요. 현재 녹색홍보관도 마련했고 책자로도 알리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2012년까지 400개 주요 기업의 녹색사업 설비투자 예상액이 총 3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풍력, 태양전지, LED부문 등 녹색성장관련 중소기업의 매출이 급등하자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이미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를 했다. JP모건도 국내 녹색성장 관련 기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한국 녹색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제사회는 금세기 말 지구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자는 글로벌 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별로 2020년 자발적인 중기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호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8월 4일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각각 21%, 27%, 30%를 감축하는 것이며, 이는 EU가 개도국에 요구하는 BAU 대비 15~30% 감축 권고안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금세기말 지구 온도 상승 2℃ 이내 억제 동참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절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8%, 동결, 4% 감소시키는 것에 해당된다. 정부는 이러한 안을 국민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올해 안으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외신은 “2005년까지 15년 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로 증가하고 1인당 배출량에서 OECD국가 중 17위에 달하는 한국이 2020년까지 배출량을 최소한 동결하거나 최대 4% 줄인다는 것은 영국, 미국 등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역량을 반영한 진지한 접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아울러 “세계 6위 원유수출입국이며 수출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이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고탄소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 등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과 올해 G8 확대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고, 국내적으로는 그린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본격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우리나라가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대상 국가도 아닌데 나서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할 필요가 있는가, 시장경제 흐름에 맡겨 천천히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강경하게 말했다.

“위험부담이 큰 것은 반드시 정부가 먼저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망하지 않는 조직체입니다. 기업은 망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는 국채가 존재하는 한 망하지 않는 업체니까 위험부담이 크고 중요한 사업은 정부가 추진해야 합니다. 미국의 우주개발을 왜 그 많은 회사 놔두고 정부가 하겠습니까. 그리고 맞을 매면 먼저 맞는 게 좋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경제 10위국입니다. 아무리 서구에 비해 CO2 책임이 덜하다 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10대 전후에 드는 나라가 책임을 안 진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 대통령 주재로 녹색성장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 기반 공공투자

-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환경을 부르짖었는데 정부에서 환경을 강조하니 어색하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해야 할 말을 정부가 하고 있으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언제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니까 무조건 싫다는 분위기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반대가 적은 것이 녹색성장 정책입니다. 좋든 싫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겠지요.”

- 4대강 개발사업을 대운하사업의 변형이라는 비판이 많고, 환경을 살린다면서 왜 4대강을 개발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경제와 환경에다 공공투자를 더한 녹색 뉴딜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만의 개념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녹색성장을 하면서 공공투자를 집중하여 사회적 효과를 창출하는 겁니다. 많은 양의 좋은 물을 확보하려면 물을 저장해야 하지만 댐을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습니다. 대신 강에다 보를 만들어 물 저장능력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시민단체가 비판하는 대목입니다. 4대강 살리기를 대운하의 연장으로 생각해서 비판한다면 홍보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요. 비판하는 측을 탓하기 보다, 오해하는 면이 있다면 거듭 알려야 할 때입니다.”

- 한나라당에서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더군요.

“큰 정책을 내놓았을 때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당연합니다. 한나라당 측은 4대강 사업에 정부가 집중하다보면 사회복지 예산 쪽이 좀 잘려 나가는 거 아닌가하여 우려를 하는 겁니다. 우리 위원회는 예산을 담당하지 않으니 정부 측에서 경청해야 할 대목입니다.”

김형국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도로 위주의 인프라 구축을 해왔으나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도로를 만들면 가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다 보니 제주도 같은 경우 도로가 너무 많습니다. 물길을 정비하면 맑은 강물이 흘러가게 됩니다. 한강이 저렇게 맑은 것은 밑에 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친수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물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거지요. 한강을 보고 나면 파리의 센강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그동안 강에 대한 투자나 관리가 잘 안 된 것은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그 결과 우리나라 홍수대책은 예방비가 1이라면 복구비는 3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일본은 반대로 예방비가 3이고 복구비가 1입니다. 우리나라가 아홉 배나 뒤진 행정을 해온 것이죠. 4대강 사업은 이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려는 겁니다.”

- 우리나라에 녹색성장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붙들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환경대학원이 몇 개나 됩니다. 환경부가 청에서 처로, 처에서 부로 승격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고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는데 뭐가 부족합니까.”


서머타임제 경제적 효과 1,362억

올 2월 녹색성장위원회는 출범하면서 ‘에너지 절약, 경기활성화, 미래 녹색생활의 준비’ 차원에서 서머타임제 도입을 제안했다. 4월부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으로 서울대 경제연구소 등 7개 연구기관이 참여하여 ‘서머타임 도입 효과’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에너지 절감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제적 편익이 1,362억으로 집계되는 등 서머타임제가 국민생활의 질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서머타임제에 대한 찬반 양론을 익히 알고 있다며 여론 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들의 호응을 얻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좋은 제도를 실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술과 담배에 세금을 매기고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는 정상적인 리듬에 가까이 다가가자는 것이 서머타임의 취지입니다. 저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공부했는데 거기는 수업을 오전 8시에 시작합니다. 서울대에 있을 때 8시에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활용해 부족한 공간을 해결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대학에 건물이 도처에 들어서는 겁니다. 서머타임이 설득이 잘 안 되면 정부라도 출근시간을 당기는 방안을 시행했으면 합니다. 지금 행정안전부가 8시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서머타임제는 개인의 생활 패턴을 건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범죄를 감소시켜 국민생활의 질을 선진국형으로 개선, 사회적 편익이 경제적 편익을 웃돌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연장을 우려하며 노동계 일각에서는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본격적인 국민여론 수렴에 나서 10월까지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만약 실시가 결정되면 내년부터 도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1988년 이후 22년 만에 서머타임제가 부활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녹색성장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여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신성장동력이 생기면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화학, 전자 등 주력산업을 통해 비약적 성장을 거둔 우리나라는 GDP 규모로 따져 1993년에 세계 12위를 기록한 이래 15년 간 11~13위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이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버금가는 정책이 되어 우리나라를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식과 시스템이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1년 간 하루 평균 약 64건의 녹색성장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와 일단 국민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부존자원이 없는 데다 매년 여름이면 물폭탄을 맞아 엄청난 피해를 입는 대한민국, 녹색성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은 시작된 것이다.#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이승재 객원기자 ls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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