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주 키르키즈스탄 대사 현지 인터뷰
김병호 주 키르키즈스탄 대사 현지 인터뷰
  • 미래한국
  • 승인 2009.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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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비전 나누기 좋은 기회"
▲ 부임 10개월을 맞는 김병호 키르기즈스탄 주재 한국대사
10여 년 전부터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한국 기업인들이 부지런히 문을 두드려온 지역이 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천산산맥을 넘어 이른바 실크로드의 중심을 이룬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그곳이다. 구 소련연방이 무너지면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은 저마다 독립하여 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미래를 펼쳐가고 있다. 공산주의체제로부터 새로운 시장경제체제로 개방하고 있는 이들 국가에 최근 한국 기업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미래한국> 김창범 편집위원이 8월 김병호 주 키르키즈스탄 대사 현지인터뷰를 가졌다.


- 키르키즈스탄 지역을 과거의 실크로드가 재현될 곳으로 경제적,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도 좋겠습니까.

키르키즈스탄에서 가장 큰 호수지역인 ‘이스쿨’은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부를 만큼 빼어난 곳이지요. 그런데 이곳이 ‘손오공’의 삼장법사가 방문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또 고구려에서 귀화한 고선지 장군이 750년경 탈라스 전투에서 내분으로 인해 대패한 지역으로 역사가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박물관에 보관된 실크로드의 벽화인 ‘사신도(使臣圖)’에 따르면 ‘머리에 깃털을 꽂은 3명의 사신’이 고구려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이곳이 실크로드 지역이었음을 말하고 있지요. 키르키즈스탄은 지리적으로 천산산맥이 둘러싼 분지형태를 보이며 사방에서 사람과 물자가 몰려오고 몰려나가는 특이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오늘날도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물류에서 중요한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키르키즈스탄의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중앙아시아와 유럽과의 교역은 실크로드가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 경제개방과 함께 한국과의 경제교류도 활발하다고 보는데

이곳은 노천광들이 많아요. 금, 크리스탈을 비롯하여 희귀광물들에 관심을 쏟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광업진흥공사에서도 일찍이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또 한국 기업의 진출도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3년 전부터 진출한 휴먼텍코리아는 이 나라 수도인 비쉬켁에 18층 아파트 16동을 짓는 공사를 크게 벌이고 있는데 이 나라의 주택 개념을 변화시키고 한국 기업의 위신이 걸린 중요한 사업으로 주목됩니다.

특히 이 나라는 인구에 비해 땅이 광활하고 초지가 넓어 선진농업과 같은 산업기술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합니다. 현재 감자, 밀과 같은 주산물 분야에 친환경농업기업들이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또 경제특구 지역에 휴대폰조립시설을 갖춘 중소기업의 진출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의 잔재로서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비자를 받기 어렵고 외국인기업에 대해 까다로운 30여 가지의 세무감사도 기업경영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 레닌 동상을 끌어내리고 자유의 수호상을 세운 비쉬켁의 중앙광장

-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키르키즈스탄을 비롯한 CIS의 5개 국가는 경제 분야에 있어 한국과 국가적 비전을 나누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지요. 키르키즈스탄의 경우 먼 조상이 같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몸에 몽고반점이 있다거나, 언어가 우랄알타이어계라든가 하는 점들이 우호적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를 백분 활용하여 양국관계를 더 깊이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경험한 경제성장 과정과 노하우는 이 나라에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나라 지도자들에게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주장합니다. 국민과 지도자가 정신적으로 혼연일체를 이루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철강, 화학, 전자, IT에 이르는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에 이 나라 지도자들이 적극적 관심을 쏟고 있어 양국관계는 기대가 큽니다.

- 이 나라가 개방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300여 명의 선교사들이 활동해 왔고 60여 개의 교회들이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선교사들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종교와 경제는 병행하여 발전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CIS 5개국 가운데는 가장 민주화되었고 인권의 수준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서 종교 활동도 비교적 개방되어 있어 선교사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그런데 모슬렘이나 러시아정교회 등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까다로운 종교법이 제정됐어요. 그것은 ‘키르기스 현지인 200명을 교인으로 확보해야 교회설립을 인정하고 선교사로 인정한다’는 새로운 종교법입니다. 그래서 상당수의 선교사들이 비자 연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사로서 종교 장관을 여러 차례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직접적인 선교활동보다는 의료선교와 같은 봉사차원의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 나라 국기가 하늘 향해 열려진 모습을 보여주듯이 ‘개방된 키르기스스탄’이 되기 위해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개방을 실현한 민주국가로 나아가는 노력이 요구되는데 이것을 돕는 차원에서 선교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 대사관 입구에 한국행 비자를 받으려는 키르키즈스탄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들과 한국교민들의 관계에 있어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곳의 한국교민은 100여 명의 유학생과 같이 장기비자를 받은 사람만 공식적으로 8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관광객을 비롯하여 임시 방문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우리 대사관이 개관된 지가 1년이 채 안 됩니다만, 이제부터 교민과의 관계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금년에 처음 갖는 광복절 행사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고려인들을 비롯해 현지인들도 초청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으로 들어가는 키르키즈스탄 출신의 산업 인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더욱 높아가고 있어 양국의 미래도 상당히 밝습니다.#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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