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귀족 내각’ 반감이 정권교체 분위기로
일본 총선, ‘귀족 내각’ 반감이 정권교체 분위기로
  • 미래한국
  • 승인 2009.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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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일본 총선 전망
▲ 배정소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현재 일본의 정국은 8월 30일의 총선을 앞두고 뜨거운 선거전에 돌입해 있다. 이제 선거전은 중반부를 넘기고 있는데,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좀처럼 반전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즉, 선거전의 후반, 큰 이변이 없는 한 여야의 정권교체와 함께 민주당이 집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소 내각의 한계

아소 내각이 들어서기 전 상황을 보면 야권의 견제에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후쿠다 총리 및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으로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자, 여권 내에서는 조기 총선과 관련,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마침내, 여권의 핵심부에서는 후쿠다 총리를 여권 대표로 해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후쿠다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후쿠다 총리가 퇴진하고, 이어 아소 총리가 제92대 총리로 등장했다.

아소 정권의 최우선 과제는 총선 승리였다. 아소 다로 총리는 총선을 대비해 당·정의 장악 및 정국 주도를 위한 당 인사 및 내각 구성을 단행했다. 내각은 ‘선거내각’이라고 명명되었는데, 내용적으로는 ‘친구내각’ ‘세습내각’ ‘명망가 내각’ ‘세도가 내각’ ‘귀족내각’ 등으로 특징을 말하는 내각이었다.

아소 정권의 출범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평가는 아소 총리에 대한 국민지지를 기반으로 비교적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후쿠다 총리 사임 전후 20%이던 내각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아소 정권 출범 직후 내각 지지율은 48%, 자민당의 지지율은 34%로 상승돼 나타났다.

아소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인 ‘강한 일본의 건설’을 위해 (1) 경제위기의 극복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 및 신뢰 제고를 도모하고, (2) 이를 바탕으로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를 꾀한다는 정치적 구상 아래 정국을 운용했다. 즉, 아소 총리는 출범 직후부터 민심회복을 통한 국민 지지율의 상승과 총선의 승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총선을 대비해 정국을 운용했다.

그러나, 일부 각료의 경솔한 발언과 정치적 파문, 아소 총리 자신의 반대중적 발언 및 행동 등으로 인해 ‘세습내각’ ‘명망가 내각’ ‘세도가 내각’ ‘귀족내각’ 은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을 사게 됐다. 출범 1개월이 지나지 않아 국민들의 내각 지지율은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국민 지지율의 하락추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금융위기로 확산되고, 그 후유증으로 엔고(円高)현상이 나타나면서 좀처럼 반전되지 못했다.

그러므로, 아소 총리의 측근들은 당초 아소 내각 출범 시 거론됐던 10월 말 총선이나 11월 말 총선을 연기했다. 아소 총리는 국민 지지율의 반전을 기대하고 ‘정국보다 정책이고, 무엇보다도 경기회복이 최우선인 것’이 국민여론이라고 주창하며 2008년 10월 31일 재정지출 5조 엔, 총사업 규모 9조 엔에 이르는 ‘종합경제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소 내각의 경제대책에 대해 국민들은 신뢰를 갖지 못했고, 국민 지지율은 더욱 하락했다. 2008년 12월에는 20%대로 하락했고, 2009년 1월에 접어들면서 10%대로 하락했다.

아소 총리의 국민정서에 반하는 잇따른 실언, 우정(郵政) 민영화 등을 둘러싼 자민당 내 대립 격화, 총선 관련 위기감에 따른 자민당 내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자민당에 대한 실망은 높아지고, 지지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사진(AFP=연합뉴스)

민주당 주도의 총선 정국

세계금융경제위기의 여파가 일본 열도에 상륙해 일본 경제가 엔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소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극도로 높아져 가고 있다.

자민당에 대한 민심이반은 2009년 7·12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즉, 7월 12일에 실시된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충격적인 대참패를 하고, 제1당을 민주당에 내주는 결과가 나타났다. 수십 년간 도의회를 장악해온 자민당의 중견, 거물급 도의원들이 무명의 20대 민주당 후보들에게 참패를 하고, 전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의 획득표가 자만당의 후보의 획득표를 상회한 것이다. 득표율은 민주당 40%, 자민당 25%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아소 총리는 7월 21일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고, 8월 30일 총선을 치를 것을 결정했다.

자민당의 분열 가속화, 당 지지율의 민주당 우위(민주당 31%, 자민당 20%) 등의 상황 속에서 아소 총리는 ‘일치단결’,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혁명적 선거’를 기치로 총선을 지휘하고 있다.

현재, 8·30 총선 정국의 정치적 상황은 정책선거보다는 자민당을 심판한다는 ‘바람 선거’가 강하다. 즉, 총선 공약에 대한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여론의 바람’이 정국을 뒤엎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므로, 정국의 분위기를 완전히 냉각시킬 ‘커다란 정치 스캔들’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돌출되지 않는 한, 민주당의 승리와 더불어 정권교체가 예상된다. 실로 ‘민심이 천심이다’는 것을 새삼 실감토록 하는 선거이다.

그리고, 8·30 총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실용주의적 한·일협력은 민주당의 동아시아 외교의 중시와 더불어 한층 더 원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주일 외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존중하고 계승할 것’을 언급하면서 ‘총리 및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불참배’를 선언했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에서도 ▲야스쿠니 산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설립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처리 ▲영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실현 ▲북한에 의한 납치 및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양호한 한·일관계의 재구축 ▲한·일의 신뢰관계 강화 및 한·중·일의 강력한 신뢰협력관계 구축 등을 제시하면서 과거사 문제의 전향적 태도와 더불어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

배정호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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