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황은 몇 년간 지속될까
세계 불황은 몇 년간 지속될까
  • 미래한국
  • 승인 2009.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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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예춘추 2009년 8월호
▲ 일본 문예춘추 2009년 8월호

바닥쳤다는 설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 불황은 구조적이다

사가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전 일본 대장성 심의관)

클라이슬러에 이어 GM이 파산하고 국가관리 하에 들어갔다. 향후의 재건이 순조로울지 확실하지 않다. 그린 뉴딜로 환경 대책을 서두르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나 기업의 재건을 구조조정하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 이어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미국 경제 위기가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임을 시사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 20세기형 미국 자본주의의 종언이다. 서브프라임 대출 문제로 시작된 미국 경제 위기는 금융 거품과 소비 거품을 붕괴시키고 그 중심에 있었던 금융산업과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준 것이다.

이 영향으로 일본도 경기가 급강하했는데 최근 약간의 상승 탄력을 받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이 부상하기 시작하고 있다. 가령 요사노 재무장관은 지난 6월 2일 “1~3월이 경기의 바닥이었다”고 말해 바닥론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생산이나 수출에 약간의 움직임은 보이지만 설비투자나 주택경기도 약하고 고용이나 임금도 하강을 계속하고 있다. 재정 지출 영향으로 소비도 일시 상승하고 있으나 곧 정체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매체, 특히 신문은 상당히 의도적으로 낙관적 보도를 하고 있으나 2009년 말부터 2010년까지 두 번 바닥을 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불황이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는 점 그리고 세계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적 불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국이나 세계를 봐도 불황은 과거 십수년 동안의 거품이 있는 경제 상황의 역전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제도나 정치체제의 붕괴인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금융 거품은 1990년대 중반에서 10여년 누적된 것이다. 이 기간 미국의 금융재산은 100조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른바 CDO(주택대부채권을 포함한 복합채권)과 CDS(CDO와 때때로 함께 팔리는 원금의 전체 또는 일부를 보증하는 보험상품)이 중심이다. 이 금융자산의 급격한 확대는 주택이나 주식 등의 자산을 끌어올려 미국 경제는 금융·자산 붐이 일어났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주택가격·다우 평균은 공히 약 3배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자산의 상승에 동반해 소비도 확대되고 1980년대 평균 9.05%였던 가계저축률이 90년대에 5.15%로 하락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하락은 계속돼 2006년 드디어 마이너스 1.0%까지 하락하게 된다. 즉 미국의 소비자는 빚을 내거나 저축을 줄이면서 소비를 했다는 얘기다.

금융 거품과 더불어 소비 거품도 붕괴된다. 2009년 들어 제로에 가까웠던 가계저축률은 5%까지 회복돼 80년대에서 90년대 수준까지 되돌아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구소비재 수요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금융시스템 붕괴가 금융 위축을 초래해 계속 신장돼온 소비수요가 작년 4분기 무렵부터 일시 저하를 시작했다. 금융에서 실물경제로, 은행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로 위기는 확대돼 미국 경제는 미증유의 불황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전환점에 다다른 자동차 문명

국민국가가 성립되고 대중민주주의가 진전한 20세기는 또한 미국의 세기이기도 하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후 피폐한 유럽을 마샬플랜으로 지원하고 패전국 일본에도 자금 지원 등을 하고 세계 슈퍼파워로서 군사 경제의 압도적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사회주의 국가가 대항세력으로 대치하기는 했지만 1991년 소비에트연방도 붕괴되고 미국의 승리는 명백한 것이 됐다.

이 대중민주주의시대, 미국의 시대는 또한 중산층의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가속적으로 중산층이 확대돼 그들이 정치나 경제의 무대로 나온다. 중산층의 대두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준 것이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 구조였다. 이 방식은 포디즘(포드주의)으로 불렸던 작업 합리화와 과학적 관리에 의해 가능했다.

이 대량생산에 의해 지탱됐던 민주주의를 사에키 게이시(佐伯啓急)는 ‘물건의 데모크라시’(‘아메리카니즘의 종언’ TBS 브리태니커, 1993년)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혹은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서의 대중민주국가의 일원이 되는 셈이다.

잔디가 잘 깔린 독립가옥과 자동차, TV,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등 사람들은 획일적이지만 보편적인 생활 양식 속에서 ‘물건의 데모크라시’ 일원이 돼 갔던 것이다.

20세기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한 산업은 분명 자동차산업과 편의점 등의 유통산업일 것이다. 이 두 가지야말로 대량생산·대량소비 구조를 지탱해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쪽 기둥이었던 자동차산업이 파탄해 GM은 사실상 국유화됐다.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은 미국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자동차산업에 도대체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20세기는 분명 자동차 시대였는데 이것이 변하고 있다는 말인가.

20세기 미국 문명은 자동차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 콘베이어 시스템 작업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자동차산업은 먼저 미국에서 그리고 유럽, 일본으로 급속하게 발전해 그야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산업이 돼가고 있었다.

세계 도처에서 고속도로가 차례차례 만들어지고 미국에서는 ‘루트66’ 등의 TV 드라마가 한 시대를 휩쓴다. 휘발유를 대량소비하는 대형차가 줄지어 생산되고 미국의 중산층은 한 집에 2대나 3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사람의 일상생활도 자동차의 보유와 정비된 도로망을 전제로 크게 변화해갔다. 거리 가운데의 개인 상점은 차례로 없어지고 교외 슈퍼마켓이나 쇼핑센터가 대신 들어선다. 미국의 자동차, 쇼핑센터 문명은 순식간에 온 세계로 퍼져나갔다.

21세기 들어 변화가 일기 시작해 자동차 문명은 큰 전환점에 이르렀다. 몇 가지 요인이 중복됐지만 한 원인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고 다른 한 원인은 환경 의식 제고 때문이다. 연비에 민감해진 결과 대형차는 소형화되고 석유에 의존하는 비중이 낮은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자동차가 등장한다.

또 소비 거품 붕괴로 자동차 보유기간이 장기화되고 교체수요가 크게 떨어졌다. 이 현상은 아마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으로 생각되므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자동차 수요는 최고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시대는 끝났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20세기를 지배해온 자동차 문명은 분명 전환점에 이른 것이다.

또한 경자동차 인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자동차는 이미 사치품이 아니라 일용품이 돼 있다. 다른 한편 20세기에는 전형적인 일용품이었던 에너지가 지금은 사치품이 돼 가고 있다. 아마 자동차의 일용품화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내구 소비재 전체의 일용품화에 연계돼 있고 에너지의 희소품화는 원재료 전체의 희소품화를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슈퍼마켓도 패스트푸드도 아직 쇠퇴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때의 기세는 꺾이고 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문명이 고비를 넘기고 새로운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달러는 폭락하는가

이렇듯 20세기형 미국 문명의 쇠퇴 혹은 자동차 문명의 전환점을 미국 경제 문제로 파악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과연 미국의 금융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은 재생되겠는가, 달러는 언제까지 세계의 기축통화로 재생될 수 있겠는가 등이다. 이와 같은 고찰은 극히 일방적이고 천박한 것이다. 데이터를 자세히 보면 이번 경제 위기는 미국보다 유럽이나 일본 쪽이 심하다.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미국을 모델로 해 크게 변화 성장해온 세계 경제 전체에 해당된다. 즉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세계 동시 불황이고 제조업 전체의 하락이다.

소비의 구조 변화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제조업에 대한 영향은 심각하다. 일본은 제조업의 대국으로 알려져 기술 수준·제품 품질이 높다는 정평이 나 있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말은 달라진다. 일본의 제품 특히 내구 소비재의 주요 시장은 국내와 선진 각국인데 여기서 구조적인 수요 하락은 제조업 일본의 쇠퇴를 의미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수출도 국내 수요도 급락해 제조업은 실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조업은 쇠퇴산업이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경제위기가 순환적인 것이고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면 제조업도 원상 복귀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물론 불황이 아무리 오래 가더라도 언젠가 경기는 회복될 것이지만 그때는 수요 구조가 크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제조업의 타격은 중장기적인 것이 된다.

지금 장기화가 시작되는 자동차나 TV의 보유기간이 경기 회복 후에는 다시 단기화할까. 전망이므로 확정해서 말할 수 없지만 ‘물건 교체 수요’는 원상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자동차는 이미 멋 있는 희소품이 아니라 단지 이동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됐다. 스포츠카 타입의 차종이나 SUV 등 새로운 젊은이의 수요를 촉진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공급이 증가하면 가치가 하락하고 이와 함께 사람들의 자동차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달라진다. 물론 광고로 수요를 증가시킨다든지 모델 교환이나 기술 개발로 가치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에도 한계가 있다. 바야흐로 지금 자동차가 대표하는 내구소비재 혹은 제품 일반의 진부화는 저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자동차라는 상품에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제품 일반의 진부화 경향은 제조업 전반이 마찬가지이다. 자동차 관련 분야는 넓으므로 영향을 받는 산업은 부품 관련 뿐만 아니라 철강업 등에도 미치게 돼 충격이 크다. 제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금융 거품 붕괴는 소비 거품 붕괴라고도 말했지만 20세기형 혹은 미국형 자본주의 붕괴는 실은 제조업의 낙일(落日)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불황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의 하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제조업 대국 일본으로서는 심각한데 위기감이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 즉 이번 세계 동시 불황의 악영향이 진원지 미국보다 일본이 심하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엔(對円), 대유로(對유로)에서 미 달러의 폭락 등은 있을 수 없고 달러가 기축통화가 안 된다는 것은 논외라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라트비아, 폴란드, 헝가리, 그리스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금융 피해나 실물경제 하락은 오히려 미국보다 크다고 생각되며 제조업 대국 일본의 실질 GDP 저하는 유럽보다 더 심하다. 즉, 달러는 대엔, 대유로에서 상승하는 일은 있어도 폭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물론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실물 경제 움직임 뿐만 아니라 금리 동향, 정치적 변수 등 많은 용인이 있어 달러가 상승한다고 확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일정한 폭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연말에 달러가 높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중심의 발상에서 전환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넘쳐나는 ‘물건’의 폐기를 가속하면서 생산을 계속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GDP는 증대하겠지만 자원이 고갈될 것이고 환경 악화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물건을 생산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물건은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말하면 선진국에서 물건이 넘쳐나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조업 대국 일본에서도 제품 생산이야말로 생산적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제 이런 발상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물건’은 필요하지만 일본이 ‘물건’에 대해 풍요로운 나라가 됐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점차 ‘물건’ 이외에 관심을 가지고 본래의 의미에서의 ‘성숙한 사회’를 지향해야 할 때가 됐다.

새로운 성장분야란

GM의 파탄에서 상징되는 20세기형 혹은 미국형 자본주의의 종언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새로운 출발점일 것이다. ‘물건’의 과잉이 점차 의식되는 가운데 드디어 선진국은 성숙사회로 진입하게 된 셈이다. 유럽 등에 비하면 일본에서는 꽤나 느즈막이 찾아든 감이 있으며 이민 국가인 미국에도 뉴욕 등의 대도시 이외에는 아직 발전 도상이라는 측면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서비스분야 수요 급증에 공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의료, 교육, 농업 등은 전부터 규제가 강한 분야다. 의료사회주의와 교육의 경쟁이 약화되는 것이 문제다. 자작농 위주에서 기업농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농림수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도 과제이다.

20세기형 자본주의로부터 21세기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과제가 요구되고 있다. #

번역·이영훈 교포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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