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홍 경기대 교수 "햇볕정책, 이것이 문제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 "햇볕정책, 이것이 문제다"
  • 김범수 편집위원
  • 승인 2009.09.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남주홍 경기대 교수
   
 
  ▲ 남주홍 경기대 교수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타계로 생전에 그들이 추진했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역사적 평가 시기가 앞당겨졌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기간 동안 북한의 ‘사설’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앞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민간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개성·금강산 관광재개 등에 대한 합의를 하고 돌아온 것을 본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미래한국>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 내정자였던 대북전략 전문가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만나 지난 10년간 대북유화책의 공(功)과 과(過)를 평가해보고 동시에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을 들어보았다.


김범수 편집위원
 

- 석 달 만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타계했습니다. 두 분의 죽음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하더라도 공과에 대한 평가는 정확히 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10년 두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선 저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용어는 안 씁니다. 제가 통일부 장관 내정자로서 첫 국무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과 각료들 앞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습니다. 역사는 연속성이 있고 하나의 흐름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용어를 쓰면 그 기간이 공백기라는 얘기인데, 지난 10년간의 공과(功過)를 엄밀히 재평가하고, 우리가 어떤 면에서 객관적인 재평가를 해야지 무조건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제로베이스에서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건 과거에 대한 부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러면 올바른 교훈이 안 나와요. 겸허한 마음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 DJ의 햇별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햇볕정책이 선의(善意)로 출발한 것은 맞아요.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햇볕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론으로서 옳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첫째로 지적할 것은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우리를 변화시킨 것이 훨씬 내용도 많고 또 빨랐습니다.

두 번째로, 내용을 보면 햇볕정책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상호 화해협력을 위한 정책인데, 그러면 핵, 미사일, 2차에 걸친 연평해전은 뭡니까. 비록 우리가 선으로 시작한 햇볕정책이지만 결과는 오히려 북한을 더 강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즉 변화시킨 게 아니고, 강화시킨 셈입니다.

세 번째로, 햇볕정책이라는 것은 남북 간의 나름대로 게임의 룰 속에서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고, 도와줄 건 도와주더라도 할 말은 하고 이런 식으로 말이죠. 쌀을 주더라도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끌어 가는 현상만 정착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회담이 북한에 맞춤식으로 끌려갔습니다. 정상회담도 북한이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장소에서 하고, 쌀과 비료가 수반이 안 되면 아무런 회담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겁니다.”
 

 

 

남북문제는 국제관계의 문제

“마지막으로, 햇볕정책이 남북문제를 민족 내부의 문제로만 본 게 잘못된 거예요. 남북문제는 쉽게 말하면 한반도 문제입니다. 즉 한반도 문제는 민족문제이자 동시에 국제문제입니다. 크게 봐서는 북한 핵문제는 국제 사회와 공조를 해서 풀어야 할 문제이고, 인권문제도 중국도 포함해서 UN과 함께 전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전 정권들은 균형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 북한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이미 우리나라와 게임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형’의 입장에서 약자인 ‘동생’ 북한에 보다 많이 양보하는 게 옳다는 논리가 일각에서 설득력을 얻어 왔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민족감성적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남북관계는 엄연히 UN 회원국간의 관계입니다. 헌법적으로 북한도 우리영토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해 국제 지지기반이 훨씬 넓고 국력이 강력한 국가이지, 형이라고만 표현하면 감상적이 됩니다. 소위 ‘주체조선’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 당국도 이 표현을 아주 배격합니다. 우리가 감성적 접근을 할수록 햇볕정책 개념 자체가 대북시혜가 되고, 무조건적인 지원과 후원의 개념이 돼 버립니다.

두 번째로, 북한이 어려우니까 도와주는 게 어떠냐 하는데,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주는 건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해도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고 북한 정권에 대한 현금지원을 한다든가 북한 정권의 내부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자와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죠. 쌀을 많이 줬는데 과연 북한 주민이 먹었느냐, 쌀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도 탈북민이 더 늘어났습니다.

이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비료를 줬더니 장마당에서 비밀거래하고 심지어 중국에 팔아먹는 일이 발생하고, 비료는 군수품도 됩니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위해 우리 현금으로 개성공단을 확장하는 데 쓴다든가 신의주 공단을 연다든가 이런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물지원이 북한 정권의 유지에만 이용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봅니다.”

- 그런데 지난 DJ·노 정권은 그러한 점을 몰랐던 걸까요. 어떤 이유로 뒷돈을 가져다주면서 까지 대북지원을 한 걸까요.

“저는 처음에 그것이 ‘선의의 무지’라고 봤어요. 소위 ‘탈냉전적’ 사고로 북한 정권의 ‘감동적’ 변화를 유도하기위해 순수히 ‘전략적 실험’을 한번 시도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점차 패턴화돼버렸습니다. 정상회담에 5억 달러를 준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시키기 어렵습니다. 그 5억 달러가 완전히 북한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갔습니다.

북한은 병영국가입니다. 병영국가에서 통치자금은 군사력을 증대시키는 자금으로 백퍼센트 사용됩니다. 그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공개적으로 한 얘기가 있습니다. 남한이 북한에 현금을 지원하면 주한미군의 전방배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거라는 겁니다. 그것이 주한미군을 전방에서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데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러한 점들을 알면서도 북한에 현금을 갖다 준 이유가 무엇인지는 앞으로 역사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쨌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관념적 사고가 모든 수단을 합리화시켰다고 봅니다.“

- 햇볕정책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습니까.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을 살펴보면 됩니다. 비핵개방 3000은 안보문제에 대한 신뢰 없이 남북 화해와 교류가 진정한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합니다. 즉 핵문제 해결 없이 실질적인 교류·협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입니다.

동시에 비핵개방 3000은 이전의 햇볕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MB식 햇볕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MB식이라는 것은 맹목적인 햇볕이 아니라 합리적인 햇볕입니다. 안보문제에 대해 북한도 신뢰를 보여 달라는 겁니다. 10·4 선언이나 6·15공동선언에서 언급한 대북지원보다 훨씬 광대한 프로그램이 비핵개방 3000에 들어 있습니다. 전부(all) 아니면 전무(nothing), 그 뜻은 절대 아닙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폴란드를 방문해 지난 10년간 북한에 지원된 막대한 돈이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핵만 포기하면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하겠다, 정상회담을 고려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예전의 패턴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은 핵포기가 대전제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주의 깊게 들으셔야 하는데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냐, 그 뜻은 아닙니다. 이것은 세 가지로 봐야 합니다. 첫째, 핵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고 두 번째, 핵을 포기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선행이 되거나 병행이 되면 교류·협력도 같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핵포기 프로세스에 맞춰서 2단계, 3단계 가는 것이지 전부 아니면 전무 개념이 아니에요.”

- 그런데 최근 대통령이 공식적 절차 없이 한국을 방문한 북한의 조문단을 만나주고, 앞서서는 현정은 현대 회장이 기업적 차원에서 방북한 것을 정부가 인정해 준 것은 석연치 않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앞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아태재단이 정부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고(訃告)장을 보낸 건 잘못된 거예요. 더욱이 이번 경우는 국장(國葬)입니다. 국장을 하는데 어떻게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고를 보냈는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부고장을 보낸 순수성은 이해를 하지만, 절차적으로는 잘못된 겁니다.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와야 합니다. 절차도 내용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현정은 회장의 경우도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지 정부와 사전협의가 있었어야 했다고 보고 있고, 만약에 현정은 회장이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갔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이) 가기 전에 정부와 사전에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정상회담의 딜레마

-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할까요.

“정상회담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정상화에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그 절차와 의제를 기획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정상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대전제입니다. 그러면 남북관계의 정상화란 무엇인가. 말할 나위도 없이 우선 안보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구축과 유사시 위기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양쪽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즉 다시는 우발적이고 도발적으로 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 키 포인트는 바로 핵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협의나 협상도 없이 어떻게 정상회담을 합니까.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정상회담의 목적이 있다면, 정상회담의 대전제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한의 성의와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대해 국제사회가 선뜻 이해를 못하고 우리도 기꺼이 동의를 못했던 것은 핵문제 자체가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정상회담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핵문제는 북한 정권의 존재 자체와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것이 우리의 딜레마입니다. 흔히들 북한은 핵을 포기 안하고, 또 못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국력 건설과정(nation-building process)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즉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가 국력을 건설하는 과정과 핵개발 과정이 같이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핵 카드를 포기한다는 말은 체제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됩니다.

1954년 핵연구 프로젝트을 시작해 그것이 1990년대 와서 1차 핵위기가 오고 2000년대 들어 2차 핵위기가 온 것이지, 핵개발이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프로세스가 길어요. 그리고 북한의 4대 군사노선의 핵심이 핵무장입니다. 북한은 결국 인도·파키스탄 모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도·파키스탄 모델은 핵무장을 인정받고, 국제사회에 개방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시키고 핵 확산만 방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인도·파키스탄 모델이라고 합니다.”

- 대책은 없습니까.

“북한을 간접전략으로서의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압력이건 회유건, 당근이건 채찍이건 가능한 모든 합리적 수단과 방법을 활용하고, 이를 국제사회와 철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닫힌 문을 열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성공단을 포기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햇볕정책의 잘한 것은 인정합니다. 개성공단은 비록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결국은 북한을 열기 위한 조그만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성공단은 사건·사고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유지가 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북 각종 교류ㆍ협력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 어느 정도 비용수반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접촉을 할 때, 우리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원칙이 없이 북한 입장을 지지하거나, 북한 정권을 후원하고, 주민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전반적으로 ‘북한이 핵 카드를 포기 안하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핵포기를 한다는 선명한 조치를 취할 때, 우리가 지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지 핵문제는 미국과 얘기하고 우리와는 돈 되는 일만 얘기하겠다는 것도 안 됩니다.
 

대북정책의 세 가지 제안

- 원칙적인 방향을 얘기해 주셨는데, 올바른 대북정책을 세우기 위한 구체적 제안을 해 주신다면.

“첫째, 공동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남북간 채널이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무방비 돌발사태가 일어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자간 정례적인 접촉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적십자 레벨이건, 통일부 레벨이건 관계없어요. 양측 간에 제도화된 대화의 채널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그간 정치적으로 사적인 채널로 바뀌어 버려 문제가 된 겁니다. 조문단 해프닝은 그래서 발생한 겁니다.

둘째, 남북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과 국제사회와 공조해 풀어가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습니다. 남북문제를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남북문제는 여건과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여건은 국내외 환경, 요건은 의제가 분명해야 해요. 무조건 만나고 보자는 것은 악용과 오용의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 남북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나오게 됐습니까. 국민들이 모르게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보수정권을 지지했던 이유도 투명성이 확보 안 된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이 컸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서, 대북지원의 범위와 방법론에 대해서 현실성이 있는지 여론을 통해 자꾸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합니다. 적십자회담도 마찬가집니다.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산가족 1세대가 돌아가시기 전에 고향에 가서 성묘하게끔 하자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정주영 모델의 적용이라고 하는데, 정주영 씨가 소떼를 몰고 가지 않았습니까. 그 편에 쌀과 비료를 주고, 고향에 가서 수제비도 끓여먹고 해서, 작은 감동이 거기서부터 서서히 시작됩니다. 그러면 점차 미약하나마 밑으로 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겁니다.”

-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아쉽게 사퇴하셨습니다. 어떤 소회가 있습니까.

“제가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니까 인수위원회 앞에서 반대 데모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친북좌파 인사들이었습니다. 물론 저 자신이 그간 관리에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음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운운이나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은 황당한 곡해였고 교육비 세금 이중공제건도 오랜 기러기 가족생활이 빚은 무지의 소산에 불과했습니다. 모두 충분히 해명됐고 또 소명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가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습니까. 제가 시운(時運)이 없었던 것이었죠. 허허(웃음). 모두 다 제 탓입니다.”

 

   
 
     
 

- 지난 1년 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총평을 해 주신다면.

“1년 반 만에 지난 10년간의 공과(公過)를 극복하기에는 너무 짧아요. 남북관계가 북한의 강경태도에 의해 더 어려워졌습니다. 핵문제를 비롯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됐어요. 그것을 지난 10년까지 생각한다면 회복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러나 너무 초조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할 때이지, 인위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때가 아닙니다. 전략의 비법은 상식에 있습니다. 이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간접 전략입니다. 만약에 여기서 원칙을 절충해 버리고, 인위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해 지난날의 시행착오가 반복이 되면 우리는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완전히 북측의 핵 카드 사용전략에 맡기게 되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정상회담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점차 가시화해 오는 북한의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 현상에 대비해야 합니다. 작금 북한이 느닷없이 대남 유화공세를 펴고 나오는 것은 그만큼 안팎의 사정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즉 남북화해를 진정으로 원한다기 보다는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미소작전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카드를 가지고 쌀ㆍ비료ㆍ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고,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가 가속되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김정일 건강까지 급속도로 악화돼 버리면 이 와중에 제 2, 제3의 황장엽이 나올 수도 있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올 수도 있습니다. 2012년을 북한에서는 강성대국 건설 완성의 해라고 말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이대로 가면 2012년이 북한정권과 체제의 최대 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2012년에 북한 최대 위기”

-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지금은 조용히 그러나 내실 있게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흐름이요 역사적 조류라고 국제사회 대북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장차 정상회담을 구상하고 금강산ㆍ개성ㆍ백두산 관광도 좋지만, 잠재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태동되고 있는 정권 격변요인을 분석하고, 그것이 체제 급변요인으로 어떻게 작용하게 될 것 인지에 대한 우리의 위기관리 방안을 정립해야 합니다. 위기관리 방안은 예를 들어 어디까지 안보정책 차원에서 대응하고 또 어디까지 통일정책 차원에서 관리ㆍ통제해야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둘째, 미국 및 중국 등과 공조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셋째,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를 요구하는지도 분석해야 합니다. 안보와 통일에 관한 것은 체제 보존과 확장에 관한 전략의 균형적 선택 문제이며,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 요구는 비용에 관한 것이고, 대미공조에 관한 것은 연합작전 효율성에 관한 것입니다. 그 각론을 다시 여기서 풀어놓으려면 또 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

인터뷰 김범수 편집위원

정리ㆍ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사진ㆍ이승재 객원기자 lsj@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