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는 지도국이 없다
아시아에는 지도국이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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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일본

리처드 할로란 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도쿄지국장 / 산케이신문 8/21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과 아시아 외교관, 경제학자들의 회의에서 과거 수십년 동안 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는데도 그 중 어떤 나라도 이 지역을 끌고 나아갈 의사와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모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중국은 준비가 돼 있지 못하고 일본은 전혀 그런 의사가 없으며 인도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경제 문제에 매달려 그렇게 할 여력이 없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또 ASEAN 같은 국제기구는 말의 향연만 벌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 대다수가 이 지역의 힘의 균형,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이 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아시아 공동통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두 나라의 무력 충돌이 이 지역에 파멸을 몰고 올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 했다.

아시아의 지도층이, 세계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 중이라 믿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회의의 결론은 좀 의외였다. 싱가포르의 탁월한 외교관이며 학자인 키숄 마흐브바니 씨는 ‘새로운 아시아, 거역할 수 없는 동쪽으로의 힘의 이동’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어느 참가자는 “중국은 외교정책지향이 아니라 미국과 비슷하게 주로 국내문제에 매달려 있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키기 위한 6자회담을 주도하려는 국제관계분야에서의 첫 모험은 6년의 세월이 걸려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2008년 티베트, 2009년 신장성 위구르 자치구의 분쟁으로 중국에 내분이 있음이 바깥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 경제위기로 중국을 강타해 권력유지하기에도 바쁜 중국정부는 경기부양책에도 힘을 분산시켜야 했다. 주변국가 특히 동남아 각국과의 영토분쟁은 중국에 대한 불안을 증대하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에 패망한 뒤 내부지향적 수동적이 되었고 지난 3년 동안은 총리가 3명, 외무장관이 4명, 방위청장관이 6명 바뀌는 혼돈 상황이다. 더욱이 장기 집권해 온 자민당이 8월 30일 선거에서 집권 경험이 전혀 없는 민주당에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떤 참석자는 “일본 민주당은 전통적인 사회주의자와 자민당을 이탈한 정치가들이 뒤섞여 내부가 분열되어 있다. 지도층은 경험이 부족해 실제로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관료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말했다.

인도는 ‘잠재적 지도국’으로 그 이름이 거론됐을 뿐이다. 어느 미국 참석자는 인도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은 것이 애석하다고 했고 군 관계 참석자 중 한 사람은 미군과 인도군의 관계 증진 문제에 대해 “인도는 활력에 넘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힘이 줄어드는 원인이 미국이 과도하게 여러 곳에 군대를 파견한데다가 국내 경제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느 미국 참석자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퇴조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참석자 중 몇 사람은 부시 행정부가 아시아를 소홀히 해온 데 비해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한 인식을 뒤엎으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나무 밑에서 잠만 자는 립반 윈클 같은 존재였다. 이제 잠에서는 깨어났으나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미국 참석자의 의견도 있었다.  #

정리/김용선 미래한국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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